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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전기자동차는 왜 실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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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Autobloggreen

사진: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 베터플레이스(Better Place)의 이스라엘 배터리 충전소 (Source: Autobloggreen)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실패, 그리고 나의 자동차 너드(nerds) 친구들

지난 주, 2006년 창업 이후 전기자동차의 혁신적인 현실화 모델을 실행해 왔던 스타트업 기업 베터플레이스(Better Place)의 충격 적인 부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부도 사실 자체는 전기자동차 생태계 모델을 만든 장본인이자 회사의 CEO였던 샤이 애거시(Shai Agassi)의 작년 10월 해임 이후 어느 정도 예견 가능했던, 당연한 수순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카리스마 리더가 이끄는 대부분의 성공 기업은 현명한 경영팀을 두지 않고 리더의 요구만을 충족시키는 지원팀을 두는 실수를 하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리더의 부재 이후 위대한 기업 진입에 실패하고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하게 한다 (Jim Collins, ‘Good to Great’)).

나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덕분에 전기자동차 이야기만으로도 밤을 새고도 남을 주변의 자동차 너드 친구들이(nerds) 있었는데 베터플레이스의 실패 소식 이후에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실패 분석 기사와 그것과 관련한 대중들의 반응들은 사후 확신에(hindsight bias) 가득찬 나의 자동차 너드 친구들을 상기시켜 주었다.(미래에 그들이 틀렸음이 증명되더라도 현재 고집하는 그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하지만 순수했던 내 친구들을 나는 자동차 너드라 불렀다.)

The Innovator’s Dilemma & The Wide Lens

기업 전략(corporate strategy)과 관련하여 읽은 책 중 가장 위대하다라고 생각하는 책 ‘The Innovator’s Dilemma’ 와 ‘The Wide Lens’에는 각 저자가 주장한 혁신 모델에 전기자동차를 적용해 보는 실질적이면서도 선견적인 견해가 포함되어 있다. (The Innovator’s Dilemma 10장과 The Wide Lens 7장) 특히, 미국 다트머스 경영대의(Tuck School of Business) 론 애드너(Ron Adner)교수는 그의  책 ‘The Wide Lens’에서 혁신(innovation)이 성공하기 위해선 혁신 그 자체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것만으로 부족하며 그것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관련 산업 생태계 안의 모든 이해 당사자가(stakeholders) 함께 혁신을 이끌어야 함을 여러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생태계 혁신(innovation ecosystems)’에 가장 잘 부합하는 모델로 베터플레이스를 예로 든다.(책의 저자가 주장한 미래의 상황이 그의 예견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짐 콜린스와 그의 동료들이 5년간 분석하여 만든 역작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는 주관을 배제하고 오로지 30년동안(1970~2000)의 기업 데이터만을 이용하여 그들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11개의 위대한 기업을 추출하였는데 책 출간 이후 선정된 기업들 중 하나인 서킷 시티(Circuit City)와 패니 마이(Fannie Mae)는 2000년대에 각각 파산 보호 신청과 구제 금융을 하게 된다.)

아마도 내가 베터플레이스의 실패 소식을 인정하기 싫었던 이유는 동화 같았던 샤이 애거시의 이야기 보다는 론 애드너 교수의 생태계 혁신 논리가 틀리지 않았을 거란 소망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샤이 애거시 역시 사임 후에 “자신이 세운 모델과 회사 전략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였는데 어떻게 보면 베터플레이스의 실패는 단순히 그의 전략과 비전의 실패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가 갖추어지지 못한 시기의 문제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나의 주관적인 미래 예견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 입맛에 맞는 근거들을 나열하는 것을 지양하려 한다. 대신 현대 경영학의 최전선에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생태계 혁신(innovation ecosystems)’이라는 통찰력 가득한 전략 모델을 제안한 두 경영학자의 생각을 전기자동차와 관련해 ‘편집’ 하고자 한다. 편집의 내용은 전기자동차가 풀어야할 숙제에 대한 재점검과 두 도구의 거울 속에 비친 베터플레이스의 실패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전기자동차가 풀어야할 숙제들1), 2)

1. 주행 거리로 이득 보기 어려운 비싼 초기 구매 비용

가장 대중적으로 팔리고 있는 전기자동차 닛산 리프(Leaf)와 그것과 비슷한 휘발유 차종인 닛산 버사의(Versa) 기본 모델 가격을 비교 해보면 $21,300(세제 혜택 감안 후) – $ 11,990 = $9,400 가 되고 이것은 마일당 13센트를 아낀다고 가정하면(휘발유 마일당 16센트 – 마일당 전기 비용 3센트) 결국, 이 두 가격의 차이 만큼 이득을 보려면 전기자동차를 가지고 최소 72,307 마일(116,468 km)이상을 주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  짧은 최소 주행 거리

오늘날 자동차 사용자들은 약 125마일을(200km) 최소 주행 거리로(연료를 다시 채우지 않고 운전할 수 있는 거리) 필요로 하는 반면 대표적인 전기자동차 중 하나인 닛산 리프는 완충 상태에서 약 100마일을(160km)만을 만족시킨다.(각 전기자동차별 최소주행거리 비교표) 이 링크에서 제시된 Tesla Model S와 Tesla Roadster를 보면 배터리를 두 배로 늘려 최소 주행거리가 각각 160마일과 220마일 넘어 시장이(소비자) 요구하는 주행 거리를 넘기고 있는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배터리 용량에 비례하여(2배) 배터리 가격 역시 증가(2배)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구매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을 가지게 된다. (Tesla Model S: $62,400)

3. 부족한 충전 인프라

2013년 3월 기준으로 미국에 전기자동차를 위한 5,678개 충전소가 (이 중 70%인 3,990개가 캘리포니아에 위치)  설치되어 있는 반면에 휘발유 자동차를 위한 주유소는 약 16만개가 있다.

4. 중고 전기자동차의 낮은 매력도

닛산 리프의 24 kWh 배터리의 가격은 2011년 $15,600 에서 2015년 $8,400가 될 것이다. 이 가격 차이는 Tesla S의 42 kWh 경우엔 약 2배($16,800)가 될 것이다. 거기에 배터리는 무제한으로 쓸 수 없는 수명의 한계를 가진다. 다시 말해 구입 후 5년 후에 팔게 될 전기자동차의 중고 가격은 이 배터리 가격을 포함하는 한 기존 휘발유 자동차에 보다 훨씬  낮은 선에서 형성 될 것이다.

5. 편리성 가치네트워크안의 한정적인 절약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는 그의 책 ‘혁신 기업의 딜레마’에서 “전기자동차의 초기 상용화 시장은 아직 소비자를 충족 시키지 못하는 기능성을 피해 편리성의 가치 네트워크를 먼저 공략해야 하며 기능성이 시장의(소비자) 요구에 충족할 때까지 편리성 네트워크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현재 미국 내에서 상용 중인 전기자동차의 대부분은 Car Sharing을 통한 출퇴근용이나 대학 캠퍼스 내에서의 이동 수단과 같이 짧은 거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인 ‘편리성 가치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편리성 가치네트워크가 가진 좁은 면적의 한계는 위 1에서 언급한 11만 킬로 이상을 주행했을 경우에 초기 비용을 넘어서는 이점을 제약한다.

사진: Duke 대학교안에 Enterprise가 만든 WeCar  Source: Duke 대학교 홈페이지

사진: Duke 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Enterprise의 Car Sharing 서비스인 WeCar를 이용할 수 있다. 2011년 ZipCar에서 WeCar로 바꾸었는데 2012년 기준으로 약 1,200명의 학생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Chevy Volt (Source: Duke 대학교 홈페이지)

6. 부족한 전기

자동차의 사용 현황을 보면 90퍼센트 이상이 집과 직장을 오가는 통근시간에 이뤄진다. 이것은 전기자동차 보유자 대부분이 직장에 도착한 직후와 퇴근한 직후에 전기를 충전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말하면 이러한 전기자동차 충전시간 집중도는 전기 예비율에 항상 허덕이는 문제를 가중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도권의 자동차 등록 건 수는 848만대가 넘는다.(2011년 2월 기준, 자동차 등록 건 수1800만대. 이 중 47.1%가 수도권) 이 중 미비하지만 먄약 5 퍼센트만이 전기자동차라고 가정하면 42.4만대가 되고 이것이 모두 닛산 리프(24kWh)라 가정하면 8시간 평균 충전 기준으로 3 kW를 꾸준히 소비하게 되어 결국 1,272 MW(424,000대 x 3 kW) 전기가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 이것은 보통 Gas Turbine 4대 HRSG 4대, Steam Turbine 2대의 거대형 복합 화력 발전소와 맞먹는 전기 인프라의 필요를 의미한다.

배터플레이스는 이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by 애드너)

샤이 애거시의  배터플레이스 비즈니스 모델은 배터리를 차에서 분리하여 판매하고(1, 4 해결) 가정용 충전소와 공용 충전 인프라를 적극 구축하고 운전자가 운전중 충전을 관리하기 쉽게 오스카(Oscar)라 불리는 포괄적인 운영체계를 도입하였다(2, 3해결). 그리고 배터리를 개인이 아닌 배터  플레이스가 직접 일괄 관리함에 따라 전력에 대한 수요 조절이 가능해진다. (6 해결)

전략의 거울로 바라본 베터플레이스의 실패

Guardian Sustainable Business의 편집자인 마크 군터(Marc Gunther)는 online magazine인 Yale Environment 360의 기고를 통해 배터 플에이스의 이스라엘 시장 실패 원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 했다.

1. 예상 보다 적었던 정부 지원 2.각 지역 업체의 배터리 충전소 설치에 대한 느린 대응 3. 배터 플레이스를 의심 없이 따라오는 소비자의 부재

그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베터플레이스 모델은 존 애드너의 생태계 혁신 모델의 대표적인 예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생태계내에서 중요한 이해 관계자인 정부, 충전소, 소비자 어느 누구도 그들이 든 리더의 깃발을 보고 따라오지 않았다는(팔로워가 되지 않았다는 것)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비록 생태계 안의 이해 관계자들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창조한 생태계가 가지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론 애드너가 생태계 혁신의 성공 예로 제안한 애플의 아이팟과 아마존의 킨들 성공 예를 보면 이들 모두는 생태계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지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만들려 하지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다.3) 이에 더해 베터플레이스 모델은 혁신이 생태계내에서 완전히 수용되는데 필요한 느린 점진적인 단계를 기다리지 못했다. 전기자동차보다 훨씬 간단한 생태계를 가진 디지털 극장의 경우에도 영사기 극장주들이 디지털 기기를 수용하는데 무려 10년이나 걸렸다.

생태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잃어버리자 전기자동차는 성능의 가치네트워크에서 그저 그런 평범한 상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비교적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내 Tel Aviv에서 Negev까지 왕복 시 2번의 배터리 교환이 요구 소비자의 불편과(최소 주행 거리 불만족) 여전히 비싼 가격(베터플레이스가 이스라엘에 제공한 단일 기종 르노 플루엔스 ZE의 가격은 3만2,300달러, 4년 의무 등록비는 9,200달러다. 합산하면 4만1,500달러다. 이 가격이면 BMW3 시리즈를 살 수 있다.) 그리고 편리성 네트워크에서는 무시될 수 있지만 성능의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다양한 차종의 결여는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파괴적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뭍여져 버린 예들의 전처를 밟게 된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파괴적 혁신 단계. 2013년 현재 전기자동차는 시장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는 이 수요를 넘게 됨으로써 성능면에서 앞선 휘발유 차를 앞지르게 된다.

그래프: 전기자동차의 파괴적 혁신 단계. 2013년 현재, 전기자동차는 시장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에 소비자의 요구를 넘게 되는 순간 성능면에서 휘발유 자동차보다 우월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자동차 시장을 파괴하는 혁신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자동차의 성능적인 부분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0 km/h에서 100 km/h까지 가는데 20초가 걸리던(1998년) 기술은 현재 5초대(예: Tesla Model S)로 진화하여 소비자 수요를 넘어 섰다(소비자의 수요는 10초). 차체의 성능 뿐아니라 산업 생태계 역시 빠른 속도로 향상하고 있는데 2011년 9월 기준으로 미국에 3,834개 였던 충전소는 2013년 3월 기준으로 48% 증가한 5,678가 설치 중이며 특히 캘리포니아 에서의 증가율은 괄목할만 하다. (231% 증가율 = 1,202개에서 3,990개로 증가, 위 3. ‘부족한 충전 인프라’ 참조) 이런 성능의 향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Tesla 의 미국내 선전 기사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최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임정욱 글로벌 센터장이 그의 블로그에 쓴 글 또한 현재 캘리포니아 내에서 일어나는 전기자동차 시장의 변화 물결에 대한 생생한 체감이라 생각한다.

전기자동차를 분석하며 든 생각은 이런 산업 혁신을 우리 나라가 중심이 되어 이끌 순 없을까라는 아쉬움이었다. 실패로 끝난 베터플레이스지만 세상을 다르게 만들겠다는 창의 적인 기업가(샤이 애거시)와 그의 진심과 비전을 믿고 그에게 나라를 주겠다는 정치가(시몬 페레즈(Shimon Peres) 대통령)의 호연지기 이야기는 옳은 것, 해야하는 것이 아닌 대중이 원하는 것, 미래에 보험을 두는 것에 집착하는 우리의 실정을 반성하게 한다. 영국의 산업혁명, 미국의 IT혁명, 이스라엘의 창업혁명과 같이 나의 세대에 나와 가까운 곳에서서 21세기의 혁신의 시작이 이뤄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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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Innovator’s Dilemma 와 The Wide Lens 인용

2) 이 장에서 출처를 명기 하지 않은 데이터는 ‘The Wide Lens 7장에 있는 데이터를 참조하였다.

3) 노키아(Nokia)는 2002년 아시아와 유럽 통신망 모두에서 가능한 3G 폰(6650) 을 세계 최초로 출시 했지만 단말기를 활용하게 해주는 시스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의 부재로 당초 판매 목표를 달성하는데 6년이란 시간을 더 보내게 되었다.(The Wide Lens 2장)  그렇다면 노키아는 베터플레이스처럼 생태계를 지원했어야 했을까 애플처럼 스스로가 생태계가 되어야 했을까(closed system), 그것도 아니라면 최초의 MP3(새한의 엠피맨(MPMan)와 스마트폰(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보다 각각 3년, 5년 늦은 아이팟과 아이폰처럼 생태계가 자연적으로 형성될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을까?

책, 내가 찾은 인생의 행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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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가 찾은 인생의 행운(1)과 마찬가지로 책의 나열 순서는 순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7.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 (생물학)

Source: 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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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페이지를 읽은 후 나는 서둘러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대작임을 직감한 것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쇼파에 누워 편하게 읽는 것보다 공부하듯이 읽어야 저자의 생각을 조금은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나는 예외를 두지 않는 이런식의 논리와 그러한 저자들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이런 논리를 뒷받침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읽기 전부터 엄청난 양의 주석에 압도 되는데 이 주석들은 1976년 이 책이 출간된 이후부터 논란을 일으켰던 책 속의 각각의 주장들과 그것들과 관련된 학계의 비판에 대한 저자의 반박으로 구성되어 있어 30년 동안의 연구 흐름을 저자와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맛볼 수 있다. (주석에서 도킨슨은 첫 번째 판의 주장들에 비해 약간 유순한 입장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그의 원판 주장이 맞다는 것으로 맺음된다.)

인간과 동물의 이타적인 행동들 역시 결국은 ‘이타적인 가면을 쓴 이기적인 행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수 많은 실험과 예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대부분 이런 예들은 차용된 지식이 아닌 리처드 도킨스 실험실에서 직접 시뮬레이션한 결과들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인간의 이타적 이기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근친도(감수 분열은 아래 세대에 정확히 1/2의 유전자를 전달한다. 즉, 할아버지 유전자는 나에게 정확히 1/4이 있다)의 개념을 사용하여 “왜 외삼촌이 삼촌보다 조카를 더 사랑하는가”를  설명하는데 그 예와 근거가 상당히 신선하며 자극적이다.(외삼촌은 내가 엄마-외삼촌의 유전자를 가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을 삼촌-삼촌의 유전자를 가진 아빠-이 내가 아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보다 더 확신하기 때문)

마지막으로 도킨슨은 생각을 전파하려는 유전자를 ‘문화적 유전자 밈(meme)’이라 정의하고 동물들과 다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이기적인 특이성을 설명한다. 도킨스에 의하면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생물학적 유전자와 같이 나의 생각의 유전자를 전파하기 위한 이기적인 활동일 뿐이다.

8. 혁신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경영학)

혁신 기업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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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시무시하다.” 인텔의 창업자 엔디 그로브(Andy Grove)가 이 책을 두고 한 이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다.(그는 무시무시한 이 책을 덮자마자 책의 저자인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인텔의 자문 교수가 되어주길 요청했다고 한다)

월마트(Walmart)에서 운영하고있는 창고형 할인 매장인  Sam’s club이 동네에 있어 자주 가는 편인데 그곳에서는 가전 제품과 식료품 뿐 아니라 심지어 청바지와 같은 의복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음식을 사러 오는 고객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판매되는 의복류가 궁금해 청바지를 살펴 보니 유명 상표가 아니라 그런지 일반 쇼핑몰의 그것들보다 고급스러움은 떨어지지만 한 벌에 $14.99 라는 싼 가격뿐 아니라 양질의 옷감을 가지고 있어 평상복으로 입기엔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다. 만약 지금이 1965년이라면 오직 백화점에서만 구매 가능했던 양질의 청바지를 현재는 더욱 쉽고 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의 나의 경험은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예다. 파괴적 혁신이란 기술의 진보 속도가 시장(소비자)의 진보 속도보다 빠른 현대 기술 산업의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사실을 간과한 기업들은 이미 기술의 진보에 만족한 소비자와는 상관 없이 더 이상 필요치 않는 수준의 기술 발전을 달성 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며 불필요한 경쟁을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소비자 스스로는 본인이 이미 만족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은 계속해서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 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기존에 외면 받던 뒤떨어진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불필요한 혁신(존속적 혁신)에 집중하고 있는 기존의 선도기업을 파괴하는 현상을 발견한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유전학에서의 초파리 연구와 같이 세대교체가 가장 빨리 이루어지는 분야인 디스크 드라이브 산업을 철저하게 분석하였으며 왜 위대한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놓칠 수 밖에 없는지를 자원 분배, 유통, 조직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 책은 파괴적 혁신에 대한 이론과 현상 파악에만 그치지 않고 기존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해결책도 제시한다. 특히 마지막 장에선 앞서 그가 제시한 해결책들을 파괴적 혁신 모델 중 하나인 전기차 시장에 직접 적용하는 과감함을 선보이는데 실제로 1997년에 출판된 이 책에 포함된 대부분의 전략들이 현재 전기차 시장에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9. 꿈의 해석(The Interpretation of Dreams), 지그문트 프로이트(정신 분석학)

Source: 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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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방에 혼자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리곤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에  옷걸이에 걸어둔 옷을 하나씩 입기 시작했다. 갑자기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옷걸이에 걸려 있었던 중절모가 보이지 않는다. 빨리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일단 모자를 계속 찾는데 시간을 소비한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무의식이 내 의지에 반하여 내가 좀 더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정신과 의사로서 수 많은 꿈 상담을 통해 꿈은 ‘소망 충족을 하려는 무의식의 행동’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꿈 속에서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건다면 그것은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소망의 기저에는 성(性)에 대한 욕망과 기억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찬 음침한 영역이 자리 잡고 있다. 그에 의하면 위의 꿈에 나타난 옷걸이도 성기와 관련지어 해석될 것이고 평생 한 번도 써본적 없는 중절모는 어릴적 본 중절모를 쓴 신사에 대한 나의 동경을 나타낸다.

소망 충족이라면 항상 행복한 꿈만 꾸어야하지만 아프거나 무서운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소망 충족을 왜곡’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예를 들어 형벌을 받고 있는 꿈을 꾼다면 그것은 현재 억압 속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본인을 무의식이 혼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꿈을 만드는 소재에 대한 언급에서 그는 “본인이 현재라고 생각하는 미래는 꺼지지 않는 소망에 의해서 저 과거와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아마도 사람들이 데자뷰(deja vu)라고 부르는,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본 적이 있는 모습에 대한 그의 설명으로 보인다.(데자뷰란 표현은 이 책에서 언급 되지 않는다.)

책에서 언급되는 그의 꿈에 대한 해석은 지나칠 정도로 성과 관련된 소망 충족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나의 무의식과 대화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조차 무의식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10.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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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하고 본받으려 한다해도 내가 쓸 수 없는 문체와 내용을 가진  책이 있다. 그것은 장영희 교수님이나 이어령 교수님이 쓴 글처럼 문장 하나하나에 아름다움이 깃든 글들이다. 장영희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알기 전 그녀의 신문 칼럼 ‘장영희의 영미 시 산책’을 통해서였다. 크리스티나 로제티(Christina Rossetti)의 시, ‘무엇이 무거울까?(What a heavy?)’가 너무 아름다워 신문에서 오려 내 책상 왼편에 붙여 놨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장영희 교수님의 시 소개였다.

이 책은 힐링이란 단어가 유행하기 전인 나의 대학교 시절부터 내가 힘들 때마다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책이다. 장애인인 저자는 스스로 남들보다 욕심꾸러기이고 이기적이라 말하지만 누구보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능력이 있다. 이 책 속에는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한 그녀의 공부와 삶을 통해 그녀가 독자에게 말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법’이 들어 있다. 책을 보는 내내 시종일관 온화하면서 지적인 그녀의 필체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녀가 서강대학교 신입생 면접을 보면서 한 학생에게 “문학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는가?”라 묻자 그 학생은 “문학하는 사람은 이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 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는 대답이 왔다고 한다. 그녀의 병세가 심해졌을 때 쓴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서 그녀는 그녀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있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덤이 아니라, 없어도 좋으나 있으니 더 좋은 덤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 학생과 장영희 교수님의 말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세상이 아름답다고 믿는, 있어서 좋은 덤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11.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마이클 센델(법)

Source: 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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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the right thing to do? 하버드 대학의 유명 강좌 중 하나인 ‘Justice’ 수업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한 후 학생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가 살면서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지를 선택해야 할 때, 대부분의 경우 무엇이 옳은 답인가를 알기란 어렵지 않다(다만 선택이 어려울 뿐). 하지만 샌델 교수가 설정하는 다양한 철학들에 기반한 시나리오들은 무엇이 옳은가를 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몇년 전 EBS에서 그의 강의를 방송했었는데 강의 속에서 다룬 예의 다수가 이 책에 포함되어 있다.(Justice 온라인 강의)  책에서는 크게 3가지 철학적 관점(공리 주의, 자유 주의, 목적론)에서 무엇이 올바른 정의인지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공동체주의 정의에 대한 그의 소신을 밝힌다. (책의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의 글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참조)

12. 파우스트 (Faust),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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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잔을 목에 넘기며 지글지글하게 익어 가는 닭갈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닭갈비를 직접 먹는만큼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재미있는 시리즈의 소설을 한 권 보는 동안 책장에 꽂혀 있는 나머지 아홉 권을 바라보는 느낌과 같다. 이렇게 행복한 느낌을 오래 유지하고픈 소망 때문인지 나는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책은 500여 페이지의 희곡이지만 하늘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종교적 이야기, 현실의 지고지순한 여인 그레첸과의 멜로 드라마, 그리스 역사의 한 장면 속(트로이 성을 공격하는 아가멤논왕)으로 들어가는 역사 이야기, 그리스 신화 시대의 인물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헬레나, 이카루스) 환타지 등 책 열 권에 담아도 모자랄만한 거대하고 웅장한 대서사시다.

파우스트는 희곡이기 때문에 처음 읽었을 때는 연극 대본을 읽는 느낌이 들어 소설처럼 몰입해 읽기가 어렵지만 어디로 전개될지 예상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극 전개가 그러한 어색함을 금세 잊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와 내기한 파우스트 박사가 결국 그 유명한 대사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란 말을 하게 되어 비극으로 끝나는 듯 하지만 그레첸의 사랑에 의해 그는 구원을 받으며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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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이런 블로거가 되지 말자고 정한 몇가지 원칙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책 소개에 관한 것이었다. 책 소개는 저자 소개와 줄거리 요약에만 치우치기 쉬어 내 블로그가 책과 저자에 대한 단순한 홍보처 및 정보 제공처로 머물게 될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나 역시 수 많은 정보들을 다양한 블로그를 통해 얻어 왔지만 내가 기억하는 블로거는 손에 꼽는다는 사실이 이런 생각을 더 지지하게 했던 것 같다. 이런 우려를 보완하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12권의 책들은 가급적 책을 요약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내가 책을 읽을 당시에 느꼈던 주관적 관점을 최대한 많이 공유하려 노력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며 쓴 글, ‘블로그를 해야하는 4가지 이유‘에서 나는 블로그를 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나와 같은 생각 또는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학창 시절, 지하철에서 ‘엘러건트 유니버스(Elegant Universe)’를 읽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곤 무심코 말을 걸어 서로 내릴 때까지 그 내용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 둘 모두를 흥분시켜 생전 처음 본 사람과의 벽을 쉽게 허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책’이라는 매개체가 만들었던 특별한 동질감이 그것을 가능하게한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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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와 도둑들

최근 1년간 개봉한 영화 신세계, 도둑들, 타워, 알투비의 공통점은 성공한 원작의 소재와 재료를 가져다 쓴 ‘차용 영화’(좋게 말하면 ‘기획 영화’)라는 것이다(영화 신세계, 도둑들, 타워, 알투비는 각각 무간도, 오션스 일레븐, 타워링, 그리고 탑건과 그 내용과 구성이 유사하다). 삼성 갤럭시(Galaxy)S 역시 삼성과 애플 사이의 특허 분쟁 결과와는 상관 없이 출시 이래로 줄곧 아이폰(iPhone)의 디자인(심지어 박스 디자인까지)을 모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많은 블로거와 인터넷 상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황금 시청 시간대에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텔레비젼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데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인기리에 방영된 영국의 British’s Got Talent나 미국의 American Idol의 컨셉과 구성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슈퍼스타 K의 탄생처럼, 검증된 외국 프로그램의 소재와 재료를 케이블TV에서 모방하거나(여기에서는 재구성과 같은 창조도 모방이라 칭하기로 한다.) 라이센싱 방송(Voice of Korea, Korea’s Got Talent 등)을 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현재는 공중파 3사 모두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나 이상씩 보유하는데 이르렀다. 이런  ‘따라하기’의 예는 유통과 식료품 분야에서도 발견되는데 지난해 청담동에 문을 연 신세계의  SSG 푸드 마켓은 기업의 공유 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미국의 Whole Foods Market의 친환경을 앞세운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뿐 아니라 매장의 분위기와 구조까지 유사함을 보인다.

왜 중국은 안 되나?

인터넷 상에서 ‘대륙 시리즈’라고 불리며 중국인을 비하하는 사진들이 국내에서 유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본 사진들 중 진짜 중국 마켓에서 팔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러 copycat(모방 상품 또는 me-too 제품)을 보고 크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아래 사진은 그 중 하나인  아이폰의 copycat인  Hiphone과 OLAY Body의 copycat인 OKAY 샴푸다. Hiphone은 이름에 H 만을 덫붙인 것 이외엔 아이폰과 완전히 똑같은 외형을 가진 상품이며 그것의 GUI(Graphic User Interface)역시 애플이 제공하는 App. Store만 없을 뿐(따라할 수 없는 분야)  아이폰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주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 OKAY 샴푸 역시 글자 L을 K로 바꾼 것 이외에 외형적인 모습은 완전히 일치해 보인다.

HiPhone

olay okay

21세기 Social Network 혁명을 이끌고 있는 Facebook, YouTube, Twitter는 정치적 이유로 중국 내부에서의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데 중국 내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중국인들은 각각에 대응하는 RenRen, Youku,  Weibo를 사용하고 있다. 세 가지 모두 오리지널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화면 구성과 색상, 심지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마저 똑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의 이런 copycat  예들을 위에서 언급한 우리나라의 차용 사례들과 직접 비교하는건 어느 정도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창조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지 못했다는 점은 모두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이라 생각한다.(주변의 중국인 친구들에게 위에서 언급한 중국의 SNS에 관해 물어보면 그들 역시 중국 상황에 더 잘 맞는 중국형 SNS의 장점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사진: 중국의 Facebook으로 불리는 RenRen의 인터넷 페이지. 2012년 6월 기준으로 2억 5천만명이 가입되어 있으며 1억명 이상이 Active 사용자로 분류되고 있다. Source: Tech in Asia (http://www.techinasia.com/renren-china-ipo/)

사진: 중국의 Facebook으로 불리는 RenRen의 인터넷 페이지.
2012년 6월 기준으로 가입자는 2억 5천만명, Active 사용자는 1억명 이상이다.
Source: 그림(Tech in Asia) 글 (Resonance)

모방은 당연히 창조의 어머니이다.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뛰어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습니다.(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자신들이 발명한 나침반을 이용해서 찾아와, 자신들이 발명한 화약으로 만든 대포를 앞세운 열강들에게 자신들이 발명한 종이로 항복문서를 만들어 바친 것이다. (김대중,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첫 번째 인용구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리사(Lisa)와 메킨토시(Mackintosh) GUI를 제록스(Xerox)의 알토(Alto)에서 따온 것을 언급하면서 한 말로 위대한 창조자 스티브 잡스 역시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것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인용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로 세계 4대 발명품 중 3개를 발명한 중국의 20세기 초 상황을 비유하며 ‘모방과 재모방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경영학에는 ‘누가 시장을 선도하는 리더인가를 찾는 방법은 누가 등에 화살을 많이 맞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치열한 자본 시장에서의 창조는 최초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시행착오의 위험을 감수해야할 뿐 아니라 선도 기업이라는 위치 때문에 모든 다른 기업들의 적이 되곤 한다. 여러 분야의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리더가 추종자에 비해서 어떤 중요한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을 얻었다는 증거는 없다’1)는 하버드 대학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의 발견은 자본 시장에서 ‘재빠른 2등(fast second)’의 이점에 더 큰 무게를 실어주는 듯 하다(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혁신기업의 딜레마’). 최근 2분기 연속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삼성 스마트폰의 성공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삼성이 가장 최근에 출시한 갤럭시S4의 기능들은 모방을 넘어 기존의 것을 더 잘 응용한 또 다른 영역의 창조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 전략으로 좀 더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모방과 재빠른 2등을 선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또한 만약 중국이 위에서 살펴본 제품들과 이런 전략을 통해 21세기의 초강대국이 된다면 우리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재빠른 2등이 할 수 없는 3가지

모방은 창조를 보완한다는 점 때문에 기존의 창조품보다 더 완벽함을 갖추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빠른 2등이 할 수 없는, 즉 창조자만이 할 수 있는 다음의  3가지에 영역이 존재한다.

1. 재빠른 2등은 창조자의 의도를 알 수 없다.

아이폰 대 갤럭시

위 사진은 아이폰과 갤럭시의 디스플레이 화면이다. 두 GUI의 큰 차이점은 아이폰은 디스플레이 상의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폴더가 모두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반면에 갤럭시는 각 애플리케이션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가진다는 것이다.(아이폰의 둥근 사각형 아이콘 모양은 아이폰 자체의 둥근 각도와도 일치한다. 반면 갤럭시폰의 외형은 둥근 사각형이지만 아이폰의 그것과 다른 모양이다.) 스티브 잡스는 리사와 맥 컴퓨터를 만들 당시부터 모든 대화 상자와 창을 아이폰과 같은 둥근 사각형으로 만드는데 집착했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노출되고 익숙한 모양이 둥근 사각형라는 점에서 기인한다.(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가 추구한 것에 의하면 아이폰의 GUI는 조화롭고 친숙한 반면 갤럭시는 무언가 제멋대로인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갤럭시 폰의 카메라 모양, 도깨비, 서로 각이 다른 사각형 등) 바로 이런 영역이 창조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빠른 2등이 수정 보완조차 왜 해야하는지 모르는 영역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갤럭시가 아이폰을 모방했다는 확신은 필자가 아닌 법정에서 하는 것이다.)

이런 창조자의 의도가 반영되지 않은 예는 라이센싱 프로그램에서도 발견된다. 미국 NBC에서 방영중인 Dancing with the stars는 자극성, 선정성, 화려함, 그리고 자본주의적인 미국적 요소가 모두 포함된 프로그램이다. 이에 더해 가벼운 행사에서도 춤을 추는 것이 자연스러운 미국인의 문화마저 결합된다. 이에 반해 누군가와 춤을 추는 것이 어색한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컨셉을 수정 보완한다고 해도 NBC의 본질은 퇴색되고 그것이 한국적으로 변형되었다기 보다는 낯설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미국인 친구 Matt의 결혼식 피로연 장면이다. 본의아니게 나도 이날 아내와 춤을 추게 되었다.

미국인 친구 Matt의 결혼식 후 피로연 모습. 신랑 Matt과 신부 Sally가 친구와 친척들과 춤을 추고 있다. 본의 아니게 나도 이날 아내와 평생 첫 춤을 추게 되었다.

2. 빠른 2등은 파괴적 혁신을 따라잡을 수 없다.

위대한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존속적 혁신과 달리 파괴적 혁신에서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혁신기업의 딜레마) 어느 순간 시장의 경쟁이 포화되고 고객의 요구보다 기술 수준이 더 높은 단계가 되면(성능 과잉 공급-performance oversupply) 기존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하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런 파괴적 혁신을 리드하기 위해선 창의성을 갖는 것(예: 새로운 시장 창출) 이 절대적이며 한 번 빼앗긴 리더십을 다시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방은 파괴적 혁신에서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존속적 혁신 중에도 단순하고 경쟁이 없고 시장이 명확한 칼날 분야 역시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여기에서는 논외로 한다.)

3. 빠른 2등은 창조 사회를 만들지 못한다.

미국이란 초일류 국가를 지탱하는 힘은 전세계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그들의 대학과 그 안에서의 행해지는 수 많은 창조적이고 선도적인 연구라고 생각한다. 빠른 2등이 되기 위한 사회 풍토 속에서는 누가 먼저 실험적으로 화살을 맞을리 만무하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독창적이고 선도적인 연구는 우리 대학의 자생력으로 연결 될 것이고 이것의 시작은 창의를 우선으로 하는 사회 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 어느 날 청담동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던 나는 실내의 특이한 디자인에 의해 이전에 느끼지 못한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분명 이전 같았으면 벽지로 가려졌을 회색 빛 콘크리트였는데 더럽고 투박하고 거칠게만 느껴졌던 콘크리트가 그곳에선 따뜻하고 고급스럽게 다가왔던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은 그것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창조한 노출 콘크리트였다. 그리고 자신의 창조적 한계에 도전했던 다다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많이 대중화된 노출 콘크리트 카페에 갈때면 그가 한 이 말이 나의 머릿속에 맴돈다.

“남 흉내는 내지 마라! 새로운 걸 해라!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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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명제를 생태계 혁신(Innovation Ecosystems)으로 알려진 경영학의 명저 ‘The Wide Lens’ 을 통해 좀 더 구체화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론 애드너(Ron Adner)는 제품을 먼저 만든 창조자가 반드시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시장에서의 성공은 제품과 관련된 생태계의 보완자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주장한다. 제품의 창조자와 생태계 보완자의 상황에 따라 창조자와 빠른 이등의 위치를 다음과 같이 포지셔닝 할 수 있다. (론 애드너, ‘The Wide Lens’)

표: 생태계 상황에 따른 제품 창조자와 빠른 이등의 이점 (Source: The Wide Lens 6장 수정)

표: 생태계 상황에 따른 제품 창조자와 빠른 이등의 이점 (Source: The Wide Lens 그림 6.1 수정)

Written by Minki Jo

5월 21, 2013 at 11:49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