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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 Sangah's Inspiration Story

영화 ‘베테랑’이 별점 2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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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을 좋아한다. 우연히든 아니든 이미 그의 영화 5편을 봤다. 그의 지난 영화, ‘베를린’은 한국영화역사에 손꼽히는 수작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이름만으로도 영화관을 찾게 된다. 최근에는 서점에 놓인 잡지에 그의 인터뷰가 실린걸 보고 잡지를 직접 구매까지 했다. 한 분야의 고수의 생각을 옅듣고 싶어서 였다.

자. 이제 본론을 위한 밑밥을 깔았으니 결론을 먼저 말하겠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베테랑’은 나에게 별점 2개(5개 만점)의 실망작이라는 것 말이다. 현재 추세로 1천만 영화가 될거 같고 내 주변 곳곳에 좋아하는 팬도 많아 이 글이 걱정되지만 내 별점은 그렇다. 이유는 안타깝게도 이 영화가 차별화로 내세운 ‘범죄오락액션, 모듬장르’에 기인한다. 각 장르에서 성공했던 영화와의 비교는 왜 영화, ‘베테랑’이 무엇하나 내세우기 어려운 맛 없는 모듬요리가 되버렸는지를 보여준다.

 

2015년 여름, '범죄오락액션' 영화 '베테랑'

2015년 여름, ‘범죄오락액션’ 영화 ‘베테랑’

 

1. 순수한 악인은 무섭지 않다.(범죄)

베테랑의 악역, 유아인은 무섭지 않다. 시종일관 악한 행동만을 일삼는 악인인데도 말이다. 그것은 양면성 없는 아주 순수한 악인이기 때문이다. 악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순수성이 그의 행동을 예상케 하고 이것이 관객인 내가 혐오스러움은 느낄 순 있지만 무서움은 못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소름끼치는 악인 캐릭터를 보자.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은 평소에 웃음도 많고 장난끼도 많다. 하지만 영화 내내 그의 행동의 비예측성이 보는 관객을 긴장시킨다. 그가 가장 친애하는 ‘브라더’ 이정재마저 언제 죽일지 모른다. 양면성 캐릭터는 악인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자주 쓰이는데, 영화, ‘공공의 적’에서 이성재의 샤워 장면도 그 예다. 이 영화에서 이성재는 샤워 중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자위를 한다. 그리고 샤워 후, 금새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그에게 다가오는 아들을 상냥하게 안아준다.

양면성 캐릭터의 극단으로 가면 그곳에 사이코 패스가 있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심지어 악당들 마저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심각한 사이코 패스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선, 악, 그리고 조커가 있다. 악당들마저 그가 어디로 튈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 허구는 실화만큼 무섭지 않다.(범죄)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무서운 이유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개연성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유아인은 사회비판 악인이 가져야할 ‘실화적 개연성’ 역시 가지지 못했다.  즉, 현실과 허구 중  허구에 좀 더 치우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 버렸다.

왜 베테랑의 개연성이 실화가 아닌 상상력에 치우쳐버리고 말았을까? 유아인이 저지르는 악질스런 행동 하나하나는 뉴스에서 한번씩 접한, 돈많은 사람들의 비열한 작태들이다. 그러나 하나의 실화는 존재했지만 여러 개의 실화가 교집합 되는 순간 실존 인물이 사라져 버렸다. 여기에 유아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인물인데 실존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영화, ‘추격자’의 하정우,  ‘살인의 추억’의 살인범이 영화를 다 본 후에도 실존했던 범인으로 인식되는 것과 다르다.

물론 류승완 감독도 이런 요소를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 영화에서 황정민의 대사 중, “사과하면 큰 일도 아닌에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리냐?”고 한다. 이 대사는 황정민이 유아인에게 하는 대사였지만 오히려 감독이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고민처럼 들린다. 실화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효과도 작고 영화내 관객의 긴장을 유지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여러 실화를 교집합시켜 일을 크게 벌린 것이다. 과장된 상황 속에 실화를 유지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용하면 올드해지는 실존감 포장지, ‘신파성’ 마저 사용했다. 마카롱을 아이에게 주는 한편, 곧바로 강아지에게 주는 장면이 그렇다.

이런 유아인의 어정쩡한 악인 위치는 과장됨과 무리함의 정점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명동 한복판으로 보이는 개연성 전혀 없는 황정민과 유아인의 지루한 마지막 길거리 격투 씬을 낳고 말았다.

3. 순간을 웃길 것인가? 재밌는 영화로 남을 것인가? (오락)

영화 상영 내내 관객을 웃기려는 곳곳의 강박들이 영화 전체의 유쾌함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상황 설정이 아닌 순간적인 말로 웃음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블랙코미디의 진수인,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Wolf of Wall Street)는 오락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크게 웃기는 순간은 없다. 그러나 웃긴 상황을 설정한다. 영화에서 마약에 취했지만 페라리를 질질 끌고 집에 가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분투 장면이 그렇다. 디카프리오는 그 상황 안에서 그런 미친 짓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관객도 잘 안다. 베테랑에서 갑작스런 마동석의 출현이나 장윤주의 슬랩스틱 코미니, 10분에 한번꼴로 나오는 말장난 개그는 나와 관객을 웃겼다. 단 , 2초만.

4. 저차원의 말초신경 자극(오락)

사용되는 말초자극 차원이 1차원이다.  유아인이 여성의 가슴에 얼음을 넣거나 얼굴에 케잌을 바르는 장면이 그렇다. 그냥 사이코가 자기가 하고 싶어 타인에게 모욕을 주는 일차원 자극이다. 화투를 치다가 갑자기 오강에 오줌누는 여성이나(영화, ‘타짜’) 돈을 주고 여성의 머리를 삭발하는 것(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은 그 시각적 행동 이상의 다른 자극이 숨어있다. 전자는 오줌누는 소리를 막기 위해 트는 음악이 오줌 소리보다 더 자극적이고 후자는 여성이 삭발하는 걸 동의했다는 점이다. 물론 1차원 말초신경 자극이 더 자극적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유아인에게 ‘타짜’의 김혜수를 바라진 않지 않은가?

5. 현실과 멀어진 해피엔딩  (범죄와 오락)

어쩌면 유아인은 전체적인 맥락만 ‘실존’을 따르는 ‘부당거래’의 류승범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부당거래’가 새드앤딩을 통해 관객에게 현실과 같은 여전한 찜찜함을 주는 것과는 반대로 ‘베테랑’은 오락성으로 인해 해피엔딩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현실과 멀어져 버렸다. 그나마 베테랑이 새드앤딩하지 않은건 다행일 지 모른다. 이 경우에는 감독이 사이코 패스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

6. 액션을 통해 아프지 않다.(액션)

액션장면이 관객을 아프게 하지 못했다. 최고의 액션 장면이라는 ‘올드보이’에서의 최민식이나 류승완 감독의 전작인 ‘베를린’의 액션 장면은 보는 나를 아프게 한다. 바닥에 떨어질 때 엉치뼈를 서랍 모서리에 꽂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치를 쓰려 황정민이 길거리 소화전에 넘어지기도 하지만 전작의 냄새만 날뿐 이다.

7. 기타

장윤주의 연기는 아쉽다. 내가 그녀의 노력과 헌신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지만 그녀가 나오는 장면 하나하나는 내 몰입을 방해 했다. 관객의 한명으로서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거다.

8. 마지막

내 별점 기준 중 하나는 “봐야하는 영화”가 2.5이다. 이 영화는 꼭 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되어 2점이다. 그럼에도 서두에 밝힌 바와 같이 나는 류승완 감독을 우리나라 최고라 생각한다. 인터뷰에서 그가 밝혔듯이 베를린 2가 나오면 나는 다시 영화관으로 향할 것이다. 내가 즐기는 THX관에서.

— 이 글은 읽는 이의 공감 요소는 배제하고 온전히 제 취향으로만 구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따라서 읽으면서 불편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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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Minki Jo

8월 17, 2015 , 시간: 1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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