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ing Matters

Minki & Sangah's Inspiration Story

추피와 두두(T’choupi et Doudou) 그리고 찰리와 미모(Charley and Mim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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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쯤부터였나? ‘우리(딸 이름)’가 정말 좋아하는 책 시리즈가 바로 ‘추피랑 두두랑 함께하는 바른생활’이다. 엄마들이 두 돌 전후로 소위 ‘생활 동화’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가 말귀를 알아 듣기 시작함과 동시에 자기 주장과 고집이 세지는 시기에 세상 일이 다 니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랄까. 다들 18개월 즈음에 육아의 고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사실 우리가 세 돌이 넘은 지금은 그 때를 어떻게 넘겼었는지 잘 생각도 안 난다. 여튼 우리는 추피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고 또 좋아했다. 책을 많이 안 사줘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언니가 물려준 추피책을 18개월쯤부터 세 돌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일밤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생활 동화의 취지에 맞게 우리가 추피에게 생활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추피에게 말도 배우고 자기가 배울 수 있는 대부분의 생활의 지혜와 재미를 다 배운 것 같다.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것, 비 오는 날 우비 입고 물에서 첨벙첨벙 장난을 치는 것,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드는 것, 거품 목욕을 하는 것, 숲 속을 산책하는 것, 아빠 엄마 몰래 자기의 집을 짓는 것 등등 정말 무수하게 많은 것을 배웠다. 언젠가부터는 책 표지만 보고 제목을 외우더니, 또 언젠가부터는 자기가 특히 좋아하는 몇 권의 책은 그림만 보고 달달 외워서 엄마를 진짜 깜짝 놀라고 기쁘게 해주기도 했다. 추피 덕분에 우리도 많이 컸지만 나도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요즘은 매일 하루에 한 두 번 50여 권이 되는 추피 책을 아주 빠른 속도로 완독하는 것에 재미를 붙여 나에게 자유 시간을 주는 고마운 추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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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처럼 책을 맞추면서 보기도 하고 탑처럼 쌓으면서 보기도 하고 정말 다양하게 잘 갖고 놀고, 본다.

어느 날 프랑스 책이라고만 알고 있던 추피 관련 콘텐츠가 궁금해 구글링을 하다가 추피와 두두 애니메이션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것을 찾게 되었고, 또 불어 동영상만 있을리 없다고 생각해 무심결에 ‘tchoupi et doudou english’ 라고 검색해 추피와 두두의 영어 이름이 ‘Charley and Mimmo‘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유튜브에서 영어 동영상도 찾았다. 그리고 추피의 고향이 프랑스가 아니라 불어를 쓰는 퀘벡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우리가 추피네집 어디냐고 놀러 가고 싶다고 하길래 조금 더 크면 비행기 타고 추피 만나러 프랑스 가기로 약속 했었는데…) 아, 또 한 가지. 무려 2004년에 오직 프랑스와 한국에서만 추피와 두두 극장판 영화가 개봉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차피 불어나 영어나 우리가 못 알아 듣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Oh, no!, Daddy! 뭐 이런거 정도는 알아듣는 영어로된 찰리와 미모를 주말마다 보여준다. 영상 한 개가 5분 남짓이라 보여주기도 좋고 책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우리가 고정적으로 보고 있는 EBS 영상물(뽀로로, 타요, 로보카폴리)이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영상인 것에 반해 우리의 일상 생활과 너무나도 비슷한 추피에게 더 많은 애정과 공감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숨바꼭질에 홀릭중인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동영상)

쓰다보니 침착하게 썼지만 처음 추피 동영상을 찾았던 밤에는 너무 기쁘고 흥분 되어서 우리가 일어나면 얼른 이걸 보여줘야지 생각했었다. 책에서만 보던 추피를 영상으로 보여주면 얼마나 흥분하고 좋아할지 기대 되어서.

이 영상을 찾았을 즈음엔 우리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한국에도 파는 추피 인형을 굳이 또 조금이라도 절약한답시고 아마존 프랑스에 주문해서 사줬다. 우리의 새로운 사랑인 바바파파 아이템도 몇 개 주문해줄겸 겸사겸사.(프랑스는 바바파파의 나라이기도 하니까!) 우리가 지금보다 더 어렸다면 추피 가방과 식기 세트도 다 사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아마존 프랑스가 한국에 그리 높지 않은 비용으로 직배송을 해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하지만 아마존 프랑스는 배송 예정일보다 4일 정도 늦게 배송을 해줘 우리의 생일 선물은 생일을 지나고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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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에게 보여주는 대부분의 책을 시기 적절하게 언니에게 물려 받아서 사실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어떤 시기에 보여줘야 하는지 잘 모르고, 또 애들에게 ‘들여주고 읽혀줘야’ 한다는 전집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두 돌 전후의 아이들에게 추피 시리즈는 자신 있게 추천한다. 무엇보다 몇 십만원 하는 전집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책 가격이 저렴하고, 두 돌 아이들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책 사이즈도 아담해 한 두 권씩 가방에 넣어 다니기도 좋다.

추피가 엄마 아빠랑 잠을 자지 않고 두두랑 잠을 자는 것을 보고 자기도 다섯 살이 되면 혼자 자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진짜 우리가 추피처럼 혼자 자고 더 이상 추피 책을 읽지 않는 날이 되면 정말 후련하면서 또 아쉽고 그럴 것 같다.

 

남편 따라 미국에 가기 전 아직 회사원이었을 때 이 블로그를 만들었었다. 그리고 미국에 가서 미국을 미처 다 경험하기도 전에 엄마가 되었고, 미국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경험을 쓴 포스팅이 이 블로그에 내가 쓴 마지막 글이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이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던 시간동안 나는 진짜 엄마가 되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지금 네이버에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My Grocery Bag에도 동시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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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gah Lee

6월 21, 2016 at 2:07 오전

검증된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왜 후보 선수로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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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 이대호, 김현수 선수 Source: The Fact Sports

2016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 이대호, 김현수 선수는 시즌 초반 후보로 시즌을 시작했다.  Source: The Fact 스포츠

연일 (출장하는) 경기마다 맹타다. 올해 진출한 한국인 메이저리거 이야기다. 그리고 맹타 후에는 어김없이 후보 신세다.

2016년, 역대 가장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혹독한 적응 기간이 필요할 거란 우려가 무색하게 (주어진 기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기준으로(5월 6일) 박병호는 홈런 7개로 아메리칸리그 홈런 5위이며 김현수는 한 경기 3안타 경기를 포함해 선발로 출장한 전경기(5게임)에서 멀티 출루를 기록 중이고 타율은 무려 .566이다. 이대호는 홈런 4개를 기록 중인데 홈런 하나 하나의 질이 예사롭지 높다.(연타석 홈런, 끝내기 홈런)

무지막지한 거포 본능을 보여주고 있는 박병호는 개막 한 달이 지나서야 주전 낌새가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둘은 여전히 메뚜기 선수다. 이대호는 연타석 홈런울 친 다음날(5월 6일) 선발에서 제외됐고 김현수는 3안타 경기(5월 1일) 후 3경기를 연속으로 결장했다가 4경기째에서야 다시 선발 기회를 얻었다.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 마음인건 알겠지만 이쯤되면 메이저리그 감독은 ‘믿음의 야구’같은건 안중에도 없는건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모두 검증된 선수들이지 않은가? 한국의 타격왕과 홈런왕 기록은 리그의 수준을 못 미더워서라 친다해도(이것도 이해 안되지만) WBSC 프리미어12  MVP(김현수)나 재팬시리즈 MVP(이대호) 기록 역시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걸까?

당연하게도 많은 한국 네티즌들은 메이저리그 감독의 선수 기용 전략에 성화가 난지 오래고 언론도 이에 합세하기 시작했다.

“플래툰 시스템인지 뭔지 그건 잘 모르겠고 과거의 검증된 기록과 현재 눈앞에 보이는 활약이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단장과 감독이 한국 선수를 영입할 때 가장 많이 하는 “그동한 쭈욱 지켜봐왔었다.”는 것은 “앞으로도 쭈욱 지켜만 보겠다.”는 말이었나?

검증된 선수의 검증이 다시 시작되는가?               

사실 감독은 그동안 쭈욱 지켜봐오지 않았다. 그동안 쭈욱 지켜봐온 사람은 따로 있었다. 단장이다. 영화 ‘머니볼’을 통해 잘 알려졌다시피 메이저리그는 팀 운영에 있어서 단장의 영향력이 지대하다. 단장은 행정뿐(재무, 경영시스템) 아니라 선수단 구성, 선수 육성, 심지어 선수 활용 시스템도 책임진다. 그래서 감독 입장에서는 단장이 뽑은 선수를 당연히 “이제부터 지켜보겠다.”는 것이 된다. 그래서 팬으로서는 이해 안되는 검증된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지루한 재검증이 시작된다. 만약 자신이 지켜본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못 보여준 선수라면 검증의 당위성은 차고 넘치게 된다.

감독의 심리학

검증 기간내 선수가 곧잘한다 해도 감독 입장에서 그를 주전화시킬 유인(Incentive)은 크지 않다. 당연하겠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생각이 틀리고 상대방이 옮음을 증명하기위해 살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는 빈번히 일어난다. 감독과 단장의 관계가 이와 같다. 다시 말해 감독 입장에서 자신이 옳고, 상대방(예: 단장)이 틀렸음을 보일 유인은 충분히 있다. 이것은 ‘단장의 검증 완료’를 고지곳대로 받아들일 감독은 거의 없다는 말과 같다. 물론 감독을 단장의 팀 운영안이 틀리길 바라는 인물로 설정하는 것은 지나친 작위적 해석일 것이다. 요점은 감독은 자신에게 보장된 자율권(경기운용, 선수기용)을 이용해 자신의 전략이 옳음을 증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곧잘하는 수준의 신인 선수가 감독의 옳은(?) 전략안에 들어올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행여 감독이 단장의 틀림을 증명하고자 마음 먹었다면 문제는 더 골치 아프게 된다.

그래서 맹타가 필요하다.

야구는 시즌 기간 동안 상위팀과 하위팀의 성적 차이가 크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보통 6할에서 4할 사이에 모인다.) 시즌 내내 피말리는 경쟁 관계가 지속된다. 그리고 이런 환경 속에서 162경기(메이저리그 경기수)의 긴 여정을 치뤄야하고 예기치 않은 변수마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수들의 출현은 감독의 선택권을 제한시킨다. 그래서 앞서 감독의 선택지에서 배재한 ‘상대방의 옳음을 증명하는 의사 결정’마저 발생하게 된다. 자신의 생존과 맞바꿀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 내내 감독은 단장의 카드 역시 만지작거리게 된다. 그리고 불편하지만 그 카드를 쓰고자 할 때 선수는 자신을(감독의 옳음을) 증명해야 한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야구는 농구, 축구와 달리 팀 보다는 개인의 역량이 팀 성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는 것이다. 기회를 살려주는 선수는 인과가 명확한 야구에서 감독 머리에 각인되기 더 쉽다.(농구와 축구보다) 기회를 듬성듬성 부여받는 선수는 심리적으로 엄청 억울하겠지만- 야구에서 몇번의 기회에 자신을 보여주기란 어렵다.- 붙박이 주전을 위해서 주어진 기회에 맹타는 필요 조건이 된다.

그리고 (fan) 존재한다.

‘개인보다 팀’이라는 구호는 야구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석된 데이터는 농구와 축구와는 달리 야구는 개인의 능력이 팀 성적에 더 직접적으로 관련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데이터는 팀 구성원들이 개인보다 팀이 더 중요하다고 믿으면 믿을수록 팀 성적은 더 좋게 나온는 것도 보여준다. 희생타와 진루타에 팀 원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이유는 팀 스포츠라는 ‘허구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이다.(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은 아니다.)

팬(fan)의 위치가 이와 유사하다. 선수에 대한 팬의 맹목성 역시 좋은 선수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데릭 지터는 뉴욕 양키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메이저리그의 레전드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최근의 분석 데이터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 데릭 지터의 수비 반경이 그리 뛰어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른 선수는 평범하게 잡을 공을 지터는 넘어져 잡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가 레전드가 된 이유는 그의 뛰어나고 꾸준한 성적뿐 아니라 이런 과도한 액션으로 인해 팬과 대중이 그를 비교 불가능한 레전드로 믿었기 때문임도 있다.(팬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지터가 우수한 선수임은 논쟁거리가 아니다. 유격수로서 통산 (20년) 타율이 .310임이 그것을 말해준다.)

다시 말하지만 감독은 단장의 카드를 반드시 만지게 된다. 이 때 팬들이 지속적으로 보내온 허구의 믿음 역시 감독의 믿음(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늘 김현수는 연장 10회 3루까지 진루한후 대주자로 교체 됐다. 1점 승부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감독의 선택이다. 하지만 당신이 팬이라면 알면서도 이렇게 말하면 된다.

감독은 아무 생각이 없구만. 올림픽 금메달, 프리미어12 MVP, KBO 타격왕에 개막전부터 6할을 치고 있는 선수인데 대주자라니

Written by Minki Jo

5월 7, 2016 at 3:28 오전

총,균,쇠를 읽을까? 사피엔스를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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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와 사피엔스는 다르다.

빅 히스토리를 다루는 ‘총균쇠’와 ‘사피엔스’는 인류의 역사를 논하는 방향성에 있어 전혀 다른 인류학 책이다.

 

“시간은 짧고 나는 이 책을 보면 다른 책은 볼 수 없다.”

어느 독서 블로그에서 발견한 이 말이 책, ‘사피엔스(Sapiens)’를 읽기 전의 내 경우 같았다. 작년에 읽은 또 다른 인류학 책 ‘총,균,쇠(Guns, Germs, and Steel)’와 비슷한 내용일 것이란 추측이 나로 하여금 ‘사피엔스’ 읽기를 주저하게 했다. 결론적으로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피엔스’는 ‘총,균,쇠’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두 위대한 빅 히스토리 인류학 서적의 다음의 차이점들이 “이 책을 본 후에도 다른 책도 봐야함”을 말해준다.  

1. 환경 vs 믿음

우선, ‘총,균,쇠’와 ‘사피엔스’가 답하는 근본 질문부터가 서로 다르다. 전자는 “왜 문명의 발달 속도는 대륙마다(민족마다) 달랐는가?”이고 후자는 “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구를 정복(run)했는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각각 ‘환경’(총,균,쇠)과 ‘허구에 대한 믿음’(사피엔스)에서 찾는다.

2. 물질 소유 vs 상상에 의한 유인

‘총,균,쇠’는 가축화와 작물화,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처럼 비슷한 위도상에서 이동이 가능했던 환경에서 살고 있는 문명이 그렇지 못했던 문명을 정복할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설명한다. 반면, ‘사피엔스’는 그들이 가진 허구에 대한 믿음이 때론 맹목적인 강한 협력을 이끌어내어 현재의 지구를 운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인과로 요약하면 총,균,쇠는 환경 -> 가축, 작물화 -> 무기, 금속, 면역 ->문명간 차이이며, 사피엔스는 허구적 믿음(신화, 이야기) -> 협력 -> 지구 정복(run) -> 상상의 질서(돈, 제국, 종교) -> 현재의 진보(?)[1]이다.

비록 두 책 모두 우리가 어떻게 현재와 같은 모습에 이르렀을까?라는 같은 종착점을 향하고 있지만(두 책의 부제는 모두 ‘인류의 짧은 역사’이다.[2])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전자는 ‘물질의 소유’여부였던 반면, 후자는 ‘상상에 의한 유인(incentive)’ 이었다.

3. 인간(Human) vs 사피엔스(Sapiens)

“인류(human)는 25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

‘총,균,쇠’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인류 진화의 상식이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인류 종을 단일 계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라고 단언한다. 하라리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간(human)은 호모 속이며 (‘종속과목강문계’의 속에 해당) 호모 속에는 사피엔스를 포함해 여러 종이 있다. 200만 년 전 부터 1만 년 전까지 지구에는 호모 에렉투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루돌펜시스등의 여러 인간 종이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오직 한 종(사피엔스)만이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총균쇠’는 단일계보의 ‘인간에 대한 역사’인 반면, ‘사피엔스’는 여러 인간종 중에 오직 살아남은 ‘사피엔스의 역사’이다.

4. 농업 혁명: 혜택일까?, 저주일까?

1만년 전의 농업혁명은 두 책 모두에서 언급되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이다. 한번 시작된 식량 생산 도입은 인구 증가와 양방향으로 멈출 수 없는 가속 페달을 밟게 되었다. 그러나 농업혁명 결과에 대한 두 저자의 시각은 완전히 상반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농업 혁명은 문명 정복의 도구 소유를 위한 선행 조건”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는 “농업 혁명은 인간의 삶을 더 힘들고, 더 불안정하고,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농업 혁명 전의 수렵 채집인과 비교할 때, 직관과는 반하게 인구 폭발로 인해 질나쁜 식사가 제공되었고 가뭄과 홍수에 리스크가 컸으며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오만한 엘리트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농업 혁명은 ‘총,균,쇠’에 의하면 혜택, ‘사피엔스’에 의하면 되돌릴 수 없는 저주였다.

5. 중국이 유럽에 추월당한 이유

4대 발명품 뿐아니라 항해술과 정치의 세계 리더였던 중국은[3] 근대에서 현재까지 왜 기술 선도를 유럽에게 빼앗겼을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중국의 만성적 통일과 유럽의 만성적 분열”에서 답을 찾는다.[4] 경쟁이 없고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가진 중국은 남을 정복하지 않으면 정복당할 수 밖에 없었던  유럽에 비해 기술 혁신과 아이디어 전파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유발 하라리는 중세 유럽인이 가진(중국인에게 없었던) 제국주의적 욕구와 과학적, 자본주의적 사고방식때문이라 주장한다. 제국, 자본의 사고방식이 내재화된 당시의 유럽인들은 외부 세계로 나가 새로운 발견을 해야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중국인들은 그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5]  중국의 더딘 발전에 대한 시각 역시 ‘총,균,쇠’는 구조적이고 환경적인 이유에서 찾는 반면, ‘사피엔스’는 정신적면에서 찾는다.

6. 살아 남는 vs 행복한

잉카, 마야 문명처럼 지구상에 살았던 수 많은 민족, 동물들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로 한정해 보면 오직 몇 종류만이 지구상에 살고 있으며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대형 포유류는 모두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이다.(소, 돼지, 양 순서로 각각 10억마리 이상)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가축화를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히는 사람은 적다.”는 마태복음의 구절을 이용해 비유한다. 즉, 역사는 살아남은 자의 기록이다.

반면, 유발 하라리는 생존보다는 개인의 행복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경제 성장과 자유, 농업 혁명, 인간의 보살핌 속 가축화 동물 모두는 생존에는 유리했으나 이로 인해 인류는 하나 같이 모두 불행했거나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6] 역설적으로  생물학적 진화(생존)가 사회적인 열등성(불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역사속 개인의 행복을 다루는 것은 역사가 채워야할 중요한 공백이다.

7. 인류의 미래(저자의 생각)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역사적 사건과 그 해석에 대해 주관적인 의견을 최대한 자제한다. 반면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앞으로 100년안에 발생할 초인간과 같은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경고한다. (많은 언론사가 이런 그의 비관적인 관점을 예측으로 기사화하고 있지만 정작 그는 ‘사피엔스’에서 ‘역사는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고 말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던 차에 그가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함을 알 수 있었다.(다이아몬드는 미래는 현재보다 훨씬 안정되고 평등한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두 책의 방향성 만큼이나 역시나 저자의 미래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사진을 찍으려 몰려온 사람들로 인해 생명을 잃은 아기 돌고래의 비극이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인간의 욕심과 맞바꾼 돌고래의 생명이라 했다. 우리 인간이 그랬다. 빙하기를 견딘 그 어떤 강인한 동물도 인간을 만나는 순간 멸종을 피할 수 없었다. ‘총,균,쇠’와 ‘사피엔스’는 우리는 어떻게 지금과 같이 되었는가?에 답했다. 아기 돌고래의 비극을 보면서 두 책이 남긴 마지막 메세지가 되뇌어진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어떠한 통찰력을 얻었고 미래에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

[1]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진보가 필연이다’는 것은 교조적일 뿐만 아니라 이 역시 허구의 믿음이다. 그 밖의 허구적 믿음으로 개인 주의, 자유, 인권, 진보, 성장, 소비가 있다.(사피엔스)

[2] 총균쇠의 초판 부제는 ‘A short history of everybody’이며 사피엔스의 부제는 ‘A brief history of humankind’이다.

[3]중국은 중동의 초승달 지대 만큼의 식량 생산이 일찍이 용이하였고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환경의 이점은 중세 때 중국이 전 세계의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15세기에 중국이 파견한 3백척의 배와 여기에 승선한 3만 명 선원의 규모가 아메리카 탐험을 한 콜럼버스의 세 척의 배와 비교해 당시의 기술 차이를 보여준다.(총,균,쇠)

[4]중국은 진나라가 통일한 이후 몇 번의 분열 시대가 있었지만 항상 또 다른 통일이 이어졌다. 반면, 유럽은 14세기까지 1000개에 달하는 독립 소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총,균,쇠)

[5]중국이 대양을 탐험하고 각국으로 하여금 조공을 바치게 했지만 그들을(인도네시아, 일본) 정복하거나 식민지로 삼으려 하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사피엔스)

[6] 살아남은 대부분의 가축화한 동물의 삶은 비참하다. 예를 들어, 젖소의 경우 우유 생산을 최대로 하기 위해 거의 항상 임신 중이다.(사피엔스)

Written by Minki Jo

4월 18, 2016 at 6:59 오전

영화, ‘인턴’이 남긴 ‘어른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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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The Intern)

코미디 영화, 인턴(The Intern)은 세대 갈등 해법으로 어른 세대의 이상적인 역할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Source: IMDb.com

영화’ 인턴은 3가지 때문에 놀란다블럭버스터도 아닌 외화가 관객수 360만의 흥행 성적을 거둔 것에 놀라고우리 사회 주요 이슈인 ‘세대간 갈등[1]의 해법을 이 영화를 통해 찾았다는 TV, 신문, SNS등의 쏟아지는 호평과 회자되는 입소문 수에 놀란다.(내가 아는 대기업 교육 담당자는 이 영화 소재를 이용해 ‘세대차’ 극복을 위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 했다.) 그리고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다른 장르도 아닌 코미디 영화에서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또 한번 놀란다.

감성 렌즈 속의 오류들

영화를 통해 세대차‘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의 대부분은 ‘어른 세대의 역할에 초점을 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특히, ‘어른스러움에는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가 공감하는 포괄성과 기대감이 있어 세대 갈등의 의미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그러나 감성적으로는 쉽게 받아들였던 영화 속, ‘어른스러움에는 감성의 렌즈를 걷어내면 쉽게 보이는 오류와 그 정의에 대한 모호함이 숨어 있다이런 오류를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또는 피하고 싶다면실제 영화를 통해 느낀 배려’, ‘소통’, ‘경청’, ‘위안의 어른스러움은 영화 속에서만의 작위적인 환타지에 그치고 말 수 있다.

‘젊은 세대’의 강

어른 스러움의 모호함을 논하기 전에 영화에서 묘사된 젊은 세대의 특징을 먼저 살펴보자영화 초반 해서웨이(줄스) 운영하는 쇼핑몰의 빽빽한 코딩과 프로그램 모니터, 그리고 의사 결정과 실행이 동시에 이루어 지는 회의 모습은 젊은 세대의 특징 중 하나인 기능적 우수함과 속도를 보여준다물론 젊은 세대라고 해서 의사 결정과 실행에 항상 능할리 없겠지만 기능적 우수함과 속도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젊은 세대의 강점이다영화 역시이 보편성을 구체성의 시각화 도구로 편안하게 사용한다.

어른스러움 모호함

반면어른스러움의 경우어른 세대의 보편적 특징과 얼라인(Align)되지 못한채 묘사되어 모호함에 그치고 만다. 어른 세대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한 ‘자동차 빠른 길 찾기’, ‘연애 코치’, ‘타인의 집 침투’ 장면이 특히 그렇다경험을 부각하기 위한 ‘빠른 길 찾기는 오히려 도로의 실시간 정보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의 기능적 우수함이 돋보이는 장치이다.(또 다른 할머니 인턴은 운전하자마자 사고를 낼 뻔했다.연애 코치 능력 역시 시대를 뛰어넘어 경험을 전수(?)하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설날에 모여 33살의 노총각 조카가 큰아버지에게 이성을 유혹하는 법을 진지하게 물어본다 상상해 보면 그 한계를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 타인의 집 침투 장면은 실소를 하게 되는데 영화가 ‘코미디 영화라고 하니 넘어가도록 한다. 종합해보면 로버트 드니로()는 젊은이의 능력까지 갖춘 (보편적이지 않은) 특별한 어른으로 봐야 옳다다시 말해지혜와 경험으로 직원들의 마음에 위안을 준다는 결론 뒤에는 젊은이 같은 어른스러움이라는 역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2]

어른 스러움’: 세대간 특징 너머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혜, 경륜, 경험을 말하는 ‘어른스러움’은 그 묘사의 구체성이 어려울 순 있어도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른스러움은 분명히 실체하는 것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겐 너무나 간단한 문제에요…. 당신보다 ‘경험’이 많은 어느 누군가가 온다해도, 당신이 아는걸 그는 알 수 없을거예요.(To me it’s pretty simple…..Someone may come in with more experience than you, but they’re never going to know what you know)

영화 마지막에 회사의 새로운 경영진 영입에 고민 중인 앤 해서웨이(줄스)에게 로버트 드니로(벤)가 한 말이다. 이 말은 헌신(Commitment)을 통한 젊은 세대 전문성(Competency)의 인정과 대체 불가능한 열정(Passion)에 대한 존경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그의 진정성(Authenticity)이 그녀를 움직이게(용기나게)한다.

각 세대의 대조, 대비 구도는 영화내내 사용되는 중요한 기본 도구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각 세대만의 전유물으로 여겨진 경험,전문성 vs 열정의 대조, 대비 구도가 허물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한 것이 바로 ‘어른스러움’이다.

어른스러움의 적용

올 초부터 현대 카드와 현대 캐피탈은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인사 모델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직급의 승진연한이 2년으로 바뀌어 부장까지 최소 8년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당연히 긍정보다 회의론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회의론을 무의미하게 하는 필연과 당위성이 자리잡고 있다. 정태영 대표 이사는 새 인사 모델의 목적으로  “경륜 또는 젊음의 다양한 리더유형을 공존시키기 위함”을 꼽았다.

어떻게 유능한 젊은 세대가 조직의 경쟁 우위가 되게 할까?  젊은 세대의 헌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어떻게 제거할까? 그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이  ‘어른스러움’이 자연스럽게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1]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의  늙는다는 건 罰이 아니다.’   이 글의 답변 형식의 글, 님처럼 늙는 것은 죄입니다.’는 세대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 영화의 중요한 소품,  손수건 역시 어른스러움의 구체화로 보기 어렵다. 그것에 포함된  ‘배려’의 의미가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다녀야하는 센스(?)로 해석했다면 고리타분한 아저씨 이상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Written by Minki Jo

2월 17, 2016 at 7:03 오전

당신의 경영학 상식은? (잘못 알려진 5가지 경영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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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몇몇 이론들은 최초의 인기, 그리고 단어의 친숙성과 간결함 때문에 우리 삶에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블루 오션(Blue Ocean)’, ‘파괴적(Disruptive)’,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가 그 중 하나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제너릭 용어들이 다시 경영학 분야로 돌아왔을 때, 원래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어 혼란이 발생하곤 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갈 때, 천리 밖에서 누군가가 들은 내가 한 말이라는 것은 최초의 것과 전혀 다른 것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해석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침묵하고 있던 이론의 창안자 또는 지지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파괴(Disruptive)’를 거론하는 사람들 중에 ‘파괴’ 이론을 다룬 책이나 글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다.(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파괴적 혁신을 창안한 크리스텐슨 교수는 작년 12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를 통해 ‘파괴’를 둘러싼 논쟁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하고 나섰다. 한 적도 없는 말 때문에 자신이 평생을 바친 이론이 비판 당하는 것 만큼 억울하고 답답한 것은 없을 테니 말이다.

자! 이제 경영학 상식을 테스트할 시간이다. 물론, 우리가 이론의 창안자 만큼이나 억울하거나 답답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을 지는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1. ‘블루오션’ 아직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경쟁자 없는 사업이다???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기업이 현재하고 있는 핵심 사업을 이용하여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레드오션 속 경쟁자들과 차별화되면 기존 경쟁 관계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 경쟁을 피하거나 경쟁없는 곳으로 가라는 것은 아니다. 경쟁 없는 시장에는 고객이 없는 이유 또한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기업이 해보지 않은 기업 본연 외 사업은 더더구나 아니다. 블루오션 전략의 예인 여성전용 헬스클럽 커브스(Curves)의 성공을 보자. 커브스가 창조한 것은 운동 기구를 원으로 배치하여 여성들이 운동에 친숙하고 편하게 느끼는 게 했을 뿐이다. 새로운 운동 기구를 발명했거나 헬스 산업을 떠나 시장을 개척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편함의 가치를 위해 고객을 여성으로 한정하고 운동 시간도 30분으로 제한해 가치를 돋보이게 했다. 블루오션의 목표를 ‘아무도 해보지 않은 시장 개척’이라 이해한다면 이번엔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 교수가 “내 책을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할 것 이다.

2015년 출간된 ‘블루오션 전략’ 확장판은 기존 사례들을 업그레이드했고 지속가능한 블루오션 전략의 방법과 블루오션 전략에 대한 오해가 추가되었다. Source: 알라딘

 

2. 우버, 카카오톡, 김기사는 기존 성공 기업/산업을 붕괴한파괴적 혁신이다???

파괴적 혁신의 핵심은 제품의 열등함에 있다. 즉, 이런 ‘열등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고객(요구 수준이 높지 않은 고객)에게 편리, 신뢰, 저가와 같은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우버, 카카오 택시, 김기사의 비즈니스를 보자. 사용자 대다수는 기존 서비스와 비교할 때 이 비즈니스가 ‘열등’ 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이 비즈니스를 기존 콜택시나 네비게이션에 비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과 같이 기존 사업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는 것을 ‘존속적 혁신’이라 한다. 반면 샤오미와 편의점은 성능과 가격에서 기존 사업(애플, 슈퍼마켙)보다 열등함을 가진 파괴적 혁신의 전형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성공했던 기업이 쓰러지는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파괴 용어를 사용하지만 이는 너무나 광범위한 용어의 남용이다.”라 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2015년 12월 HBR기고를 통해 ‘파괴적 혁신’의 정의와 예를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Source: 2015 December HBR

 

3. 초기 성공을 거둔 첨단 기술 제품 대중화하기 위해서, 기업은 얼리어답터들의 만족을 우선시하고 그들로 하여금 대중의 구매를 유도해야 한다???

와이어드(Wired)나 씨넷(CNet)에 소개되는 수많은 IT 혁신 제품들이 제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일시적 유행에 그친 채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만다. 고객의 기술수용주기에서 이 간극을 캐즘(Chasm)이라 한다. ‘첨단 기술 제품 산업’에서 초기 성공을 넘어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캐즘 마케팅의 핵심은 표적 고객을 ‘얼리어답터’가 아닌 ‘초기대중’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기업이 초기 시장 성공을 가능하게 한 얼리어답터와 초기대중 모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지 않는 이유는 서로 다른 고객 집단에게 두루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케팅에서 고객을 세그먼트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은 초기 성공을 가능케 한 얼리어답터를 외면하기 보다는 이들을 최대로 활용해 대중의 구매가 확산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경로를 통한 전염(Viral)이 실제 일어나기 힘든데, 그것은 초기대중이 얼리어답터가 선호하는 제품의 기능, 구조 보다는 ‘다른 대중의 행동’, ‘가격 합리성’, ‘대안제의 부족한 면’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초기대중은 자신의 구매 결정에 있어 얼리어답터를 참고하지 않음’을 설명해 준다. 만약 기업이 얼리어답터가 요구하는 사항을 더 많이 들어준다면 제품은 더 완벽한 기능성을 갖추겠지만 역설적으로 편리성과 같은 대중의 구매 결정 요소는 더 멀어지게 된다.

 

2014년 발간된 캐즘 마케팅 3차 개정판은 최근 사례와 자료를 포함한다. 1991년 출간된 이론이 여전히 강하게 유효함을 보여준다. Source: Amazon.com

2014년 발간된 캐즘 마케팅 3차 개정판은 최근 사례와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업데이트된 사례들은 1991년 출간된 이 이론이 여전히 강하게 유효함을 보여준다. 표지의 곡선은 ‘기술수용주기’이며 얼리어답터(13.5%)와 초기대중(34%)사이의 간극(Chasm)이 있다.
Source: Amazon.com

 

4. 인간 의사 결정의 비합리성을 증명한 행동경제학(Behavior Economics)의 지침들을 이용하면 비합리적 결정을 피할 수 있다???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상황에서 행동경제학의 활용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 베스트셀러 책, ‘넛지(Nudge)’는 이런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을 어떻게 선제 대응하여 대중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를 제안한다. 민재형 서강대학교 교수 또한 “의사결정 고수가 되기 위해 남에게 설명가능하고 남도 내 설명을 듣고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휴리스틱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중요 상황에서 행동경제학은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첫째, 행동경제학 이론의 대부분은 실험자의 상황 통제로 인해 피실험자의 통제권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에서는 우리의 통제력이 그보다 강하다’는 점이다. 둘째, 빠른 의사결정을 필요로한 긴급 상황의 경우, 인간은 그동안 벽에 붙여 두거나 가지고 다녔던 지침보다는 수년 간의 경험과 이를 통한 직관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셋째, 설령 비합리적인 결정을 했을 때 조차, 현실에서는 대부분은 그 결과를 재빨리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치열한 경쟁적인 상황에서는 비합리적인 선택이 때론 옳을 때가 있다.

필 로젠츠바이크는 올바른 의사 결정은 명확한 분석의 '이성적 사고(Left Stuff)'와 위험을 감수하는 '이상적 자질(Right Stuff)'을 어떻게 조화라 말한다. 이 책은 이론이 아닌 실전이다.

필 로젠츠바이크는 올바른 의사 결정은 명확한 분석의 ‘이성적 사고(Left Stuff)’뿐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이상적 자질(Right Stuff)’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론이 아닌 실전에 더 가깝다.

 

5. 객관적인 데이터 양이 많으면 많을 수록 예측 확률은 더 높아진다???

빅 데이터 시대다. 아직 결과가 우리 앞에 선명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고객의 수많은 생활 패턴 정보를 분석하여 금융과 연결시키는 핀테크(FinTech)는 빅 데이터를 통한 혁신을 보여줄 기세다. 그러나 데이터의 양이 많다고 예측의 정확도가 정교해 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2008년과 2012년 미국 대선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일약 히어로가 된 네이트 실버에 따르면 넘처나는 정보에 비해 실제 유용한 정보의 양은 빠르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보 대부분은 그저 ‘소음(Noise)’일 뿐이고 객관적 진리의 양은 예나 지금이나 상대적으로 일정하다는 것이다. 네이트 실버는 그의 방대한 책, ‘신호와 소음’을 통해 경제, 정치, 기후, 주식, 도박, 스포츠 등 각 분야에 따라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는 ‘신호(Signal)’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네이트 실버는 600페이지가 넘는 그의 첫번째 책 전체를 통해 각 분야에 걸쳐 신호와 소음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네이트 실버는 600페이지가 넘는 그의 첫번째 책 전체를 통해 각 분야에 걸쳐 신호와 소음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원래 이글은 ‘2015년 내가 읽은 경영학 추천 도서’였다. 그러나, 연말연시 동안 넘쳐나는 책 추천 글들을 보며 나마저 여기에 합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나의 이론은 아니지만 적어도 발견한 정보의 왜곡이 정보 이상의 또 다른 가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자부심과 함께.

Written by Minki Jo

1월 18, 2016 at 7:01 오전

영화 ‘베테랑’이 별점 2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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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을 좋아한다. 우연히든 아니든 이미 그의 영화 5편을 봤다. 그의 지난 영화, ‘베를린’은 한국영화역사에 손꼽히는 수작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이름만으로도 영화관을 찾게 된다. 최근에는 서점에 놓인 잡지에 그의 인터뷰가 실린걸 보고 잡지를 직접 구매까지 했다. 한 분야의 고수의 생각을 옅듣고 싶어서 였다.

자. 이제 본론을 위한 밑밥을 깔았으니 결론을 먼저 말하겠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베테랑’은 나에게 별점 2개(5개 만점)의 실망작이라는 것 말이다. 현재 추세로 1천만 영화가 될거 같고 내 주변 곳곳에 좋아하는 팬도 많아 이 글이 걱정되지만 내 별점은 그렇다. 이유는 안타깝게도 이 영화가 차별화로 내세운 ‘범죄오락액션, 모듬장르’에 기인한다. 각 장르에서 성공했던 영화와의 비교는 왜 영화, ‘베테랑’이 무엇하나 내세우기 어려운 맛 없는 모듬요리가 되버렸는지를 보여준다.

 

2015년 여름, '범죄오락액션' 영화 '베테랑'

2015년 여름, ‘범죄오락액션’ 영화 ‘베테랑’

 

1. 순수한 악인은 무섭지 않다.(범죄)

베테랑의 악역, 유아인은 무섭지 않다. 시종일관 악한 행동만을 일삼는 악인인데도 말이다. 그것은 양면성 없는 아주 순수한 악인이기 때문이다. 악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순수성이 그의 행동을 예상케 하고 이것이 관객인 내가 혐오스러움은 느낄 순 있지만 무서움은 못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소름끼치는 악인 캐릭터를 보자.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은 평소에 웃음도 많고 장난끼도 많다. 하지만 영화 내내 그의 행동의 비예측성이 보는 관객을 긴장시킨다. 그가 가장 친애하는 ‘브라더’ 이정재마저 언제 죽일지 모른다. 양면성 캐릭터는 악인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자주 쓰이는데, 영화, ‘공공의 적’에서 이성재의 샤워 장면도 그 예다. 이 영화에서 이성재는 샤워 중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자위를 한다. 그리고 샤워 후, 금새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그에게 다가오는 아들을 상냥하게 안아준다.

양면성 캐릭터의 극단으로 가면 그곳에 사이코 패스가 있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심지어 악당들 마저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심각한 사이코 패스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선, 악, 그리고 조커가 있다. 악당들마저 그가 어디로 튈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 허구는 실화만큼 무섭지 않다.(범죄)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무서운 이유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개연성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유아인은 사회비판 악인이 가져야할 ‘실화적 개연성’ 역시 가지지 못했다.  즉, 현실과 허구 중  허구에 좀 더 치우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 버렸다.

왜 베테랑의 개연성이 실화가 아닌 상상력에 치우쳐버리고 말았을까? 유아인이 저지르는 악질스런 행동 하나하나는 뉴스에서 한번씩 접한, 돈많은 사람들의 비열한 작태들이다. 그러나 하나의 실화는 존재했지만 여러 개의 실화가 교집합 되는 순간 실존 인물이 사라져 버렸다. 여기에 유아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인물인데 실존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영화, ‘추격자’의 하정우,  ‘살인의 추억’의 살인범이 영화를 다 본 후에도 실존했던 범인으로 인식되는 것과 다르다.

물론 류승완 감독도 이런 요소를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 영화에서 황정민의 대사 중, “사과하면 큰 일도 아닌에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리냐?”고 한다. 이 대사는 황정민이 유아인에게 하는 대사였지만 오히려 감독이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고민처럼 들린다. 실화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효과도 작고 영화내 관객의 긴장을 유지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여러 실화를 교집합시켜 일을 크게 벌린 것이다. 과장된 상황 속에 실화를 유지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용하면 올드해지는 실존감 포장지, ‘신파성’ 마저 사용했다. 마카롱을 아이에게 주는 한편, 곧바로 강아지에게 주는 장면이 그렇다.

이런 유아인의 어정쩡한 악인 위치는 과장됨과 무리함의 정점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명동 한복판으로 보이는 개연성 전혀 없는 황정민과 유아인의 지루한 마지막 길거리 격투 씬을 낳고 말았다.

3. 순간을 웃길 것인가? 재밌는 영화로 남을 것인가? (오락)

영화 상영 내내 관객을 웃기려는 곳곳의 강박들이 영화 전체의 유쾌함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상황 설정이 아닌 순간적인 말로 웃음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블랙코미디의 진수인,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Wolf of Wall Street)는 오락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크게 웃기는 순간은 없다. 그러나 웃긴 상황을 설정한다. 영화에서 마약에 취했지만 페라리를 질질 끌고 집에 가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분투 장면이 그렇다. 디카프리오는 그 상황 안에서 그런 미친 짓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관객도 잘 안다. 베테랑에서 갑작스런 마동석의 출현이나 장윤주의 슬랩스틱 코미니, 10분에 한번꼴로 나오는 말장난 개그는 나와 관객을 웃겼다. 단 , 2초만.

4. 저차원의 말초신경 자극(오락)

사용되는 말초자극 차원이 1차원이다.  유아인이 여성의 가슴에 얼음을 넣거나 얼굴에 케잌을 바르는 장면이 그렇다. 그냥 사이코가 자기가 하고 싶어 타인에게 모욕을 주는 일차원 자극이다. 화투를 치다가 갑자기 오강에 오줌누는 여성이나(영화, ‘타짜’) 돈을 주고 여성의 머리를 삭발하는 것(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은 그 시각적 행동 이상의 다른 자극이 숨어있다. 전자는 오줌누는 소리를 막기 위해 트는 음악이 오줌 소리보다 더 자극적이고 후자는 여성이 삭발하는 걸 동의했다는 점이다. 물론 1차원 말초신경 자극이 더 자극적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유아인에게 ‘타짜’의 김혜수를 바라진 않지 않은가?

5. 현실과 멀어진 해피엔딩  (범죄와 오락)

어쩌면 유아인은 전체적인 맥락만 ‘실존’을 따르는 ‘부당거래’의 류승범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부당거래’가 새드앤딩을 통해 관객에게 현실과 같은 여전한 찜찜함을 주는 것과는 반대로 ‘베테랑’은 오락성으로 인해 해피엔딩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현실과 멀어져 버렸다. 그나마 베테랑이 새드앤딩하지 않은건 다행일 지 모른다. 이 경우에는 감독이 사이코 패스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

6. 액션을 통해 아프지 않다.(액션)

액션장면이 관객을 아프게 하지 못했다. 최고의 액션 장면이라는 ‘올드보이’에서의 최민식이나 류승완 감독의 전작인 ‘베를린’의 액션 장면은 보는 나를 아프게 한다. 바닥에 떨어질 때 엉치뼈를 서랍 모서리에 꽂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치를 쓰려 황정민이 길거리 소화전에 넘어지기도 하지만 전작의 냄새만 날뿐 이다.

7. 기타

장윤주의 연기는 아쉽다. 내가 그녀의 노력과 헌신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지만 그녀가 나오는 장면 하나하나는 내 몰입을 방해 했다. 관객의 한명으로서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거다.

8. 마지막

내 별점 기준 중 하나는 “봐야하는 영화”가 2.5이다. 이 영화는 꼭 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되어 2점이다. 그럼에도 서두에 밝힌 바와 같이 나는 류승완 감독을 우리나라 최고라 생각한다. 인터뷰에서 그가 밝혔듯이 베를린 2가 나오면 나는 다시 영화관으로 향할 것이다. 내가 즐기는 THX관에서.

— 이 글은 읽는 이의 공감 요소는 배제하고 온전히 제 취향으로만 구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따라서 읽으면서 불편할 수 있습니다. —

 

 

Written by Minki Jo

8월 17, 2015 at 11:54 오후

안티프래질,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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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성장

나의 세대(30대 중반)가 즐겨봤던 만화책, ‘드래곤볼’이 있다. 만화 속 주인공 손오공과 매력적인 악의 캐릭터 베지터는 사이어 별에서 온 외계인인데, 이 사이어인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다. ‘외상 후 성장’. 신체적인 손상이나 심리적인 상처를 받은 뒤 오히려 회복력과 면역력이 생겨 육체 또는 심리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만화에서 사이어인의 성장은 과장된 면이 많지만, 실제 인간의 몸 역시 적당량의 충격, 즉 호르메시스(Hormesis)라 불리는 소량의 스트레스를 통해 성장한다. 가령 단식 농성을 시작하는 사람의 몸은 오히려 초기엔 면역력이 증가하다(성장) 기간이 지속되면서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서하는 고생’의 적정선은 호르메시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성장의 정점과 관련이 있다 할 수 있다.

개구리는 언제 물속에서 뛰쳐나와야 호르메시스가 주는 성장의 정점을 얻을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 관련어를 검색하다가 Sally Ember의 재미있는 글과 사진을 발견했다. ( Source: http://sallyember.com/)

 

이해할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있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 이 천재적인 작가가 책, ‘블랙 스완’에 이어 또 하나의 ‘장중한 걸작’을 완성했다. 그의 전공은 무질서(Randomness)와 비선형성(Non-Linearity)이다. 전작인 ‘블랙스완’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해 불가능’을 설명하는데 책의 대부분을 할애했다면(책, 내가 만난 인생의 행운 (1) 참조), 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그렇다면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다음은 나심이 이 책에서 제시한 해결책들 중 하나이다.

1.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무엇이 프래질한지 안티프래질한지는 알 수 있다. 예측을 믿지 말고 프래질한 것과 안티프래질한 것을 구별하라.

2. 바벨 전략(Barbell Strategy): 하나는 안전하고 다른 하나는 위험한 두 개의 극단을 동시에 사용하라. (예:작가가 편안한 직장에서 한직을 갖고 글을 쓰는 것 또는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가깝게 하면서 친구들과는 싸우면서 자라도록 하는 것)

3. 당신의 선택이 항상 옳을 필요는 없다. 다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을 때 해롭지 않고, 반대로 바람직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에는 이를 인식할 줄 아는 옵션(option)만 있으면 된다.

‘부서지기 쉽다(Fragile)’의 반대말은?

도대체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란 무엇일까? 가령 해외 직구로 주문한 물건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에선 잘 안쓰는, 둔탁하지만 반가운(?) 질감의 포장지 앞에, 빨간색 도장 ‘Fragile’을 보게된다.  다시 말해 ‘부서지기 쉬우니 주의를 요한다.’는 말이다. 그럼 ‘부서지기 쉬운’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부서지지 않는 것?, 강한 것? 아니다. 반대말은 ‘충격을 가하면 할수록 오히려 강해지는 것’이어야 한다. ‘강건함’이 반대어가 못되는 이유는 ‘강함’, 그 자체는 더 강한 충격에 의해 부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저자의 말장난이 아니다. 당연히 그랬어야 하는 정의지만 사전에서조차 정의가 잘못되어 있었다. 나심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이 정의를 프래질의 반대라는 뜻의 안티프래질이라 칭했다. 즉 앞에서 언급한 외상 후 성장도 안티프래질에 해당한다.

주변의 안티프래질

나심은 깊은 연구 끝에 결론을 내리는 여타 좋은 책들이 가지는 특징인 누군가의 발견과 생각을 찾는데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그의(또는 우리) 주변에서 관찰되는 현상을 통해 인생, 사물, 관계, 그리고 세상의 본질을 찾는다.  내가 이 책을 ‘장중한 걸작’이라 칭하는 이유도 이런 진리의 근접성과 독창성, 그리고 본질성 때문이다. 아래 예들은 나의 관찰 영역에서도 발견되는 나심의 안티프래질 환경을 나열해 본 것이다.

1. 이건희나 김정일과 같은 세계 최고의 부자나 권력가들이 평생 좋은 음식만 먹고 최고의 의료진을 곁에 두었음에도 왜 단명하거나 건강하지 못할까? 이것은 사람 몸의 안티프래질한 성질을 무시하고 오히려 권력과 부가 삶을 프래질하게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2. 정년 퇴직이후, 매일 등산을 한다는 선배는 오히려 더 빨리 늙는다.  오랜만에 TV에서 등장한 은퇴한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을 보자.

3. 누구나 들을 수 있게 개방된 세계 최고 대학의 온라인 강좌는 유용하지 않다.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커리큘럼 환경에서 벗어나는 순간, 얻는 것은 그만큼 사라지게 된다.

4. 자연은 안티프래질하다. 나무가지를 치면 나무는 더 튼튼해진다.

5. 인간의 몸 역시 안티프래질하다. 몸의 면역력을 증가하기 위해서 맞는 백신주사엔 약간의 독성 물질이 포함된다.

6. 진중권, 변희재의 인기: 악플이많으면 많을 수록 그들은 유명해 진다.

7. 젊은 날 받는 대장, 위 내시경은 필요때문이 아니라 의료 마케팅의 일환이다. 오히려 의원성 질환을 야기하기 쉽다.

8. 루딕 오류(Ludic Fallacy): 바둑을 잘 둔다고 삶에서의 추론 능력이 더 뛰어나지는 않는다. 학교의 배움, 게임의 법칙은 오히려 무질서한 삶에 방해가 될 수 있다.

9. 옵션 부재: 이자가 싸다고 전세대출를 많이 받게 되면  행동의 과정으로부터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10. 비아 네가티바(via negativa): 담배를 끊을 생각을 해야지 보약을 먹을 생각을 하면 안된다.

영원히 애를 태우면서 살아야 하는 계층, Tantalized Class

한번쯤 주식에서 손해를 봤을 것이고 내 집마련을 위해 평생 동안 대출을 갚으며 자신 미래의 모험을 반납한다. 300:1이 넘는 신도시 아파트 분양에 실낙같은 희망을 걸기도 하고, 주말엔 아이들과 야외에서 논다는 명목으로  겸사겸사 땅을 보러 다닌다.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 모습이다. 나심은 이들을 일컬어 ‘평생 애만태우며 살아야하는 계층’이라 했는데 그 표현이 우리네 모습과 너무 잘 맞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회에 이런 계층이 광범위한 것은 사회의 시스템이 무작위성을 제거하고 작은 실수를 용납안하는 프래질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프래질한 것은 금융 위기와 같이 하강국면이 오면 피해가 심각함을 여러번 경험했다. 명심할 것은 언젠가 이 무작위성에서 반드시 올 상승곡선이 나타났을 때 우리를 이롭게 하는 옵션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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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한 걸작’ 안티프래질. 이 책은 내가 재미로 점수를 매기는 4개 영역 모두에서 10점 만점을 받았다. (4개 영역은 영감(inspiration), 정보성(informativeness), 가독성(readability), 참신성(newness) 이다.)

Written by Minki Jo

10월 9, 2014 at 11:29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