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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 Sangah's Inspiration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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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피와 두두(T’choupi et Doudou) 그리고 찰리와 미모(Charley and Mim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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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쯤부터였나? ‘우리(딸 이름)’가 정말 좋아하는 책 시리즈가 바로 ‘추피랑 두두랑 함께하는 바른생활’이다. 엄마들이 두 돌 전후로 소위 ‘생활 동화’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가 말귀를 알아 듣기 시작함과 동시에 자기 주장과 고집이 세지는 시기에 세상 일이 다 니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랄까. 다들 18개월 즈음에 육아의 고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사실 우리가 세 돌이 넘은 지금은 그 때를 어떻게 넘겼었는지 잘 생각도 안 난다. 여튼 우리는 추피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고 또 좋아했다. 책을 많이 안 사줘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언니가 물려준 추피책을 18개월쯤부터 세 돌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일밤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생활 동화의 취지에 맞게 우리가 추피에게 생활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추피에게 말도 배우고 자기가 배울 수 있는 대부분의 생활의 지혜와 재미를 다 배운 것 같다.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것, 비 오는 날 우비 입고 물에서 첨벙첨벙 장난을 치는 것,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드는 것, 거품 목욕을 하는 것, 숲 속을 산책하는 것, 아빠 엄마 몰래 자기의 집을 짓는 것 등등 정말 무수하게 많은 것을 배웠다. 언젠가부터는 책 표지만 보고 제목을 외우더니, 또 언젠가부터는 자기가 특히 좋아하는 몇 권의 책은 그림만 보고 달달 외워서 엄마를 진짜 깜짝 놀라고 기쁘게 해주기도 했다. 추피 덕분에 우리도 많이 컸지만 나도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요즘은 매일 하루에 한 두 번 50여 권이 되는 추피 책을 아주 빠른 속도로 완독하는 것에 재미를 붙여 나에게 자유 시간을 주는 고마운 추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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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처럼 책을 맞추면서 보기도 하고 탑처럼 쌓으면서 보기도 하고 정말 다양하게 잘 갖고 놀고, 본다.

어느 날 프랑스 책이라고만 알고 있던 추피 관련 콘텐츠가 궁금해 구글링을 하다가 추피와 두두 애니메이션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것을 찾게 되었고, 또 불어 동영상만 있을리 없다고 생각해 무심결에 ‘tchoupi et doudou english’ 라고 검색해 추피와 두두의 영어 이름이 ‘Charley and Mimmo‘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유튜브에서 영어 동영상도 찾았다. 그리고 추피의 고향이 프랑스가 아니라 불어를 쓰는 퀘벡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우리가 추피네집 어디냐고 놀러 가고 싶다고 하길래 조금 더 크면 비행기 타고 추피 만나러 프랑스 가기로 약속 했었는데…) 아, 또 한 가지. 무려 2004년에 오직 프랑스와 한국에서만 추피와 두두 극장판 영화가 개봉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차피 불어나 영어나 우리가 못 알아 듣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Oh, no!, Daddy! 뭐 이런거 정도는 알아듣는 영어로된 찰리와 미모를 주말마다 보여준다. 영상 한 개가 5분 남짓이라 보여주기도 좋고 책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우리가 고정적으로 보고 있는 EBS 영상물(뽀로로, 타요, 로보카폴리)이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영상인 것에 반해 우리의 일상 생활과 너무나도 비슷한 추피에게 더 많은 애정과 공감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숨바꼭질에 홀릭중인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동영상)

쓰다보니 침착하게 썼지만 처음 추피 동영상을 찾았던 밤에는 너무 기쁘고 흥분 되어서 우리가 일어나면 얼른 이걸 보여줘야지 생각했었다. 책에서만 보던 추피를 영상으로 보여주면 얼마나 흥분하고 좋아할지 기대 되어서.

이 영상을 찾았을 즈음엔 우리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한국에도 파는 추피 인형을 굳이 또 조금이라도 절약한답시고 아마존 프랑스에 주문해서 사줬다. 우리의 새로운 사랑인 바바파파 아이템도 몇 개 주문해줄겸 겸사겸사.(프랑스는 바바파파의 나라이기도 하니까!) 우리가 지금보다 더 어렸다면 추피 가방과 식기 세트도 다 사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아마존 프랑스가 한국에 그리 높지 않은 비용으로 직배송을 해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하지만 아마존 프랑스는 배송 예정일보다 4일 정도 늦게 배송을 해줘 우리의 생일 선물은 생일을 지나고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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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에게 보여주는 대부분의 책을 시기 적절하게 언니에게 물려 받아서 사실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어떤 시기에 보여줘야 하는지 잘 모르고, 또 애들에게 ‘들여주고 읽혀줘야’ 한다는 전집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두 돌 전후의 아이들에게 추피 시리즈는 자신 있게 추천한다. 무엇보다 몇 십만원 하는 전집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책 가격이 저렴하고, 두 돌 아이들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책 사이즈도 아담해 한 두 권씩 가방에 넣어 다니기도 좋다.

추피가 엄마 아빠랑 잠을 자지 않고 두두랑 잠을 자는 것을 보고 자기도 다섯 살이 되면 혼자 자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진짜 우리가 추피처럼 혼자 자고 더 이상 추피 책을 읽지 않는 날이 되면 정말 후련하면서 또 아쉽고 그럴 것 같다.

 

남편 따라 미국에 가기 전 아직 회사원이었을 때 이 블로그를 만들었었다. 그리고 미국에 가서 미국을 미처 다 경험하기도 전에 엄마가 되었고, 미국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경험을 쓴 포스팅이 이 블로그에 내가 쓴 마지막 글이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이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던 시간동안 나는 진짜 엄마가 되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지금 네이버에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My Grocery Bag에도 동시에 올려본다.

Written by Sangah Lee

6월 21, 2016 at 2:07 오전

낯설지만 따뜻했던 미국 병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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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2년 가을부터 2013년 여름까지 노스캐롤라이나 더램에서 다닌 산부인과와 소아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어쩌다 보니, 아니, 아기를 낳기 위해 미국에 와서 병원을 자주 다니게 되었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말로만 듣던 살인적인 병원비와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을 걱정 했었는데 병원을 자주 다니면서 정해진 시스템에 의해 잘 care 받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Durham이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가지고 있는 Duke 대학이 있는 도시라 미국 평균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기 때문에 미국 평균 의료 서비스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미국에서의 의료 서비스는 낯설지만 나쁘지 않은 것이었다.

아기를 출산 할 때 나를 전담으로 케어해주었던 Durham Regional Hospital의 친절한 간호사들, 정기 체크업을 갈 때마다 아기를 따뜻하게 돌봐 주시는 할머니 의사 선생님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특히 아기가 태어나던 순간 분만실에 있었던 간호사와 의사들이 진심어린 박수와 환호로 우리 가족을 축하해주었던 그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산모에게 햄버거와 탄산음료를 준다고 해서 걱정했던 미국 병원 식사. 모두 맛있게 잘 먹었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침마다 커피를 주긴 했지만.

미국 병원이 한국과 다른 점 몇 가지.

1. 아기 낳는 것도 예약 받는 미국 산부인과

예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응급한 상황이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상황에서건 예약이 우선이다. 산부인과와 소아과 방문의 공통점은 정기적인 체크업을 받기 때문에 병원 방문 시 다음 방문을 미리 예약하면 된다는 것이다. 신생아의 경우에도 출산 후 퇴원 이튿날부터 산후 일주일, 2주, 4주, 2개월 등 정해진 날짜에 맞춰 미리 예약하고 병원에 방문하면 된다. 아기 성장 상황 체크나 예방 접종도 이 때 다 이루어진다.

아기가 나올 것 같은 진통이 심한 상황에서도 먼저 해야할 일은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에 전화해 진통이 시작되어서 병원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예약을 하고(자연분만임에도 불구하고) 출산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다.(미국은 정기 진찰을 받는 산부인과가 아닌 종합병원처럼 큰 병원에서만 아기를 낳는다.) 아기가 아픈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기가 태어난지 열흘쯤 되었을땐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에 끈적한 눈곱이 심하게 생겼길래 병원 문 열자마자 오전 8시에 전화를 해 예약을 잡았다. 마침 그 날 예약이 비어 있는 시간이 아침 이른 시간인 8시 반이라고 해서 부랴부랴 다녀온 기억이 있다.

예약을 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은 거의 없었고, 정해진 시간에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 때문인지 병원에서 병을 ‘치료’한다기 보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에도 walk-in clinic 이라고 해서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병원이 있다고는 들었다.

2. 진찰실에서 의사를 기다리는 환자

미국에서 임신 중 산부인과에 방문하면 진찰 과정은 대략 이러하다. 예약을 통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병원에 방문해 데스크에서 접수를 한다.(예약 며칠 전에는 예약 확인 전화가 이메일이 온다.) 오늘 예약된 의사의 전담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르면 진찰실로 들어간다. 간호사와 함께 몸무게, 맥박 등을 재고 간단한 문진(오늘 특별한 통증이 있다거나 의사와 상의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등)을 한 후 소변 검사 후 해당 의사의 정해진 진찰실에서 들어가서 의사를 기다린다. 그러면 의사는 자신의 노트북을 들고(노트북을 들고 다니는지 여부는 의사마다 다름) 진찰실에 들어온다. 소아과도 마찬가지다. 담당의사의 간호사가 아기 사이즈를 재고 간단한 문진을 한 후 진찰실로 안내를 하면 의사가 들어오는 식이다.

왜 빈 방에 들어가서 의사를 기다리게 할까? 미국은 땅이 넓어서 병원도 1층 건물을 넓게 쓰고 있는 경우가 많던데, 방이 남아 돌아서 방을 많이 만들어 놓고 활용하는 걸까?

임신 16주 경이던 겨울 방학에 한국에 잠시 방문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의사가 좁은 자신의 방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참 낯설게 느껴졌었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해석일지 모르겠지만 미국 병원에서는 방 주인이 환자이고 의사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같았다면, 한국 병원에서는 권위적인 방 주인 의사에게 ‘을’ 마인드로 진찰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된 기분이었다.

3. 모든 정보는 온라인에서 확인

말 그대로 병원 예약부터 진찰 결과 뿐만 아니라 각종 검사 결과 등은 온라인을 통해 모두 확일 할 수 있으며 병원비 확인과 진료 역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 오늘 무슨 검사를 했고, 그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와 병원비 내역이 어떻게 되는지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으니 참 편하다. 약을 받는 것도 온라인으로 해결된다. 의사가 내가 다니는 약국에 이메일로 처방전을 보내 놓으면 나는 약국에 가서 약사가 준비해 놓은 약을 받아 가는 시스템이다.

Duke MyChart 사이트(www.dukemychart.org)를 통해 병원 예약, 진료 기록, 병원비 확인 등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의료 시스템은 보험이 없을 경우 어마어마하게 비싼 의료비를 지불해야 받을 수 있다. 의료 보험이 의무가 아닌 미국은 가입한 보험에 따라 병원비가 천차만별인데 나의 경우는 병원비의 20%만 납부하면 된다. 내가 모두 내야 하는 금액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금액이 찍힌 병원비 청구서를 받을 때마다 황당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태아 초음파를 두 번 하고 받은 병원비 청구서. 보험이 없을 경우 561불을 내야 한다.

미국 병원이 참 싫었던 순간도 있다. 출산 후 퇴원 이튿 날, 나에게 전화를 해서 병원 서비스에 대해서 얼마나 만족했는지 서베이를 하겠다고 할 때는 정말 싫었다.

Written by Sangah Lee

8월 25, 2013 at 1:02 오전

Did you have fun at yesterday’s game? 미국 마이너리그 야구팀의 SNS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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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정각 10시에 ‘Did you have fun at yesterday’s game?’란 메일을 받았다.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이 말을 걸듯이 메일 제목을 썼길래 무심결에 아이폰에 뜬 제목을 보고 ‘내가 어제 우리 동네 야구팀 경기를 보고 온 걸 누가 알길래 이런 메일을 보내지?’ 했는데 자세히 보니 내가 관람한 야구 구단에서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매하면서 입력한 내 메일 정보로 아래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어제 우리 동네 홈팀인 마이너리그 트리플A 소속의 더램 불스 경기를 보고 왔다. 인구 20만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인 이 곳의, 메이저리그도 아닌 마이너리그팀의 경기장 시설이나(잠실보단 못했지만 목동보단 확실히 나았음!) 팬들의 열기가 생각보다 뜨거워 놀라기도 했지만,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매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또 하나의 (재방문 확률이 아주 높은)잠재 고객이 된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그들의 계산된 마케팅 활동에 의함이라고 생각하니 이 시대의 소비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새삼 참 재밌고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일의 내용은 텍스트는 없이 모두 링크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어제 경기에 대한 기사를 보게 하거나 다음 경기의 티켓을 예매하도록 하고, 구단의 Facebook, Instagram 등 SNS 채널로 연결되도록 하고 있었다. 물론 구단 기념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연결도 잊지 않았다. 서베이를 중요시하는 미국 문화는 역시 이 곳에도 나타나 경기장 한 번 다녀왔을 뿐인데 또 얼마나 만족했는지 서베이를 하라고 했다. 미국에 온 후로 병원에 한 번 다녀와도, 쿠킹 클래스에 다녀와도, 자동차 수리를 해도, 심지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만 하나 사도 서베이를 요청해 소비자의 피드백을 매우 중요시 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사실 전화로, 이메일로 강요하는 듯한 서베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조금 귀찮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피드백을 중요시하는 미국 문화와 관련된 이 분의 블로그 글을 보고 참 많이 공감했다.)

이 이메일을 통해서 어제 경기에 대한 자세한 분석 기사도 읽을 수 있었고, 구단 facebook 페이지로 이동해 ‘좋아요’를 누르자 금요일인 오늘은 구장에서 firework이 진행된다는 내용과 어제 경기에 이겼기 때문에 ‘Bullswin’이라는 프로모션 코드를 사용하면 파파존스 피자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는 아래와 같은 알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한 번 경기 티켓을 예매하고 경기를 관람한 소비자를 놓치지 않고 끊임 없는 구애 활동을 통해 계속해서 우리팀의 소비자로 만들고 팬으로 만드는 일을 참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받았다. 물론 내가 그들이 놓치고 싶지 않은 소비자 중 한 명이 되었다는 사실도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특히나 더램 불스라는 야구팀이 큰 기업도 아니고, 메이저리그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마케팅 활동을 다양한 SNS 채널과 연계해 그저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내가 경험한 우리나라 마케팅 시장은 규모의 영향을 많이 받아, 대기업(예산이 많은 기업)은 블로그며 페이스북이며 트위터며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SNS 채널을 열심히 운영하고 있는 곳들이 많지만, 더램 불스처럼 작은 기업이나 단체들은 예산의 부족이 곧 인력의 부족이자 기획의 부족으로 연결돼 그저 남들이 하니까 SNS 채널을 오픈해 놓고 어설프게 운영하거나 단순히 팬 수를 늘리거나 많은 글을 올리거나 하는 등의 정량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적어도 더램 불스 페이스북은 팬 숫자를 3만명 만들기 위해 집착하거나 또한 그렇게 되었다고 좋아할 페이지가 아니라는 것을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현재 더램 불스 페이스북 팬은 2만 9천여 명이다.)

더램 불스의 공식 인스타그램 페이지. #durhambulls라는 해쉬태그를 사용한다. http://instagram.com/durhambulls

Durham Social Bulls라는 페이지를 따로 운영하며 팬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단과 관련된 소셜 활동을 하면 포인트를 쌓아 기념품을 받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http://www.durhamsociabulls.com

더램 불스 페이스북 덕분에 오늘 저녁은 50% 할인된 파파존스 피자로 해결했는데, 온라인에서 파파존스 피자를 오더하자 아래와 같은 주문 완료 페이지가 나타나 내가 파파존스에서 피자를 주문한 사실을 내 친구들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아마존과 같은 미국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때마다 내가 본 상품, 혹은 주문한 상품을 내 페이스북 친구들과 공유 하거나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도록 하는 SNS 연동 기능이 참 잘 정비되어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파파존스도 마찬가지였다. 가끔은 이러한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지나치게 상업적인, 내 타임라인을 어지럽히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소비 활동들이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주는 청량제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SNS 연동 기능을 통해 소비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혹은 기업의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집계하고 분석하고 있을 마케터들을 생각하니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그리고 부럽기도 하다.)

Written by Sangah Lee

6월 1, 2013 at 7:55 오후

스티브잡스가 선택한 물 Smart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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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 후로 집에서 Smart Water라는 브랜드의 생수를 마시고 있다.

마치 힐링이 촌스러운 단어가 되어버린 것처럼 Smart도 어디에 붙이나 촌스러운 단어 중 하나인데, 물을 사러 샘스클럽에 갔을 때 깔끔한 병 디자인에 반해, 그리고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약간 비싼 것을 보고 선택하게 되었다. 남편이 비싼 물을 마신다고 못마땅해 했지만 매일 마시는 물은 왠지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이 물은 증류수에 미네랄 등을 첨가 했다는데 나에게는 그냥 비리지 않고 깔끔한 맛일 뿐이지, 더 디테일한 물의 맛을 구분할 정도로 내 혀가 민감하진 않은 것 같다. 이것도 그냥 느낌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삼다수보다는 맛이 없다.

아래 좌측에 있는 네슬레 브랜드 Deer Park와 비교했을 때 물의 양은 2/3 정도인데, 가격은 거의 두 배에 달한다. Smart Water는 1L들이 12병에 10.12달러. 한 병에 0.84달러. 오늘 환율로 939원. 삼다수 2L짜리가 마트에서 한 병에 얼마더라? 여하튼 여기는 코스트코 같은 대형 할인마트 샘스클럽이기 때문에 거의 최저가라고 보면 된다. 가끔 이 가격에서 $1 할인되는 쿠폰이 나오기도 한다.

한동안 Deer Park와 Smart Water를 번갈아 마시다가 결정적으로 내가 Smart Water 손을 들어주게 된 이유는 제니퍼 애니스톤 언니의 광고 비주얼을 보고 난 후였다. 지난 여름에 마이애미 여행 갔을 때 도로변에 있는 대형 광고를 보고 ‘어, 내가 마시는 물이다!’하고 어찌나 반가웠는지. 역시 대도시에 가니 광고도 다르더라. 그 후로 패션잡지 같은 곳에서도 이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젊고 발랄한 느낌이 아니지만 성숙하고 건강한 느낌을 준달까. 브래드 피트가 버렸어도 여전히 쿨한 느낌을 주는 그런.. 한국에 런칭하면서 마케팅을 잘 했던(TV PPL은 지겨워서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지만), 비타민 워터로 유명한 Glaceau에서 나오는 생수 브랜드라는 것도 선택에 긍정적인 요인이었다.(어차피 다 코카콜라 꺼지만)

어느 날은 남편 혼자 샘스클럽에 물을 사러 간 적이 있었는데 Smart Water 두 박스를 선뜻 사왔길래 웬일이냐고 물어보니, 스티브잡스 프리젠테이션 동영상을 보다가 알게 됐는데 그가 프리젠테이션 중에 마시는 물이 Smart Water라서 이제부터 이 물을 먹겠다는 거였다. 아이폰을 발표하다가 목이 말라 마셨던 것도 스마트 워터였고, 스티브 잡스 옆엔 항상 이 물이 있었다. 설마 이것도 PPL 이었을까?

– 한국에도 Smart Water를 팔고 있다고 한다. 2010년에 미국, 캐나다에 이어 전세계에서 3번째로 한국에 런칭했다고 하는데 비타민 워터가 잘 팔려서 서둘러 들여왔던 걸까? 올리브영에서 500ml에 1,500원이라고 하는데 잘 팔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 네이버에는 무려 61가지의 생수 브랜드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있는데 여기에서도 Smart Water를 소개하면서 스티브잡스를 언급하고 있다.

– 조금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이 자료를 보니 네슬레, 다농, 코카콜라, 펩시가 세계 생수 시장의 약 40%를 나눠 갖고 있는데, 가장 놀라운 것은 네슬레였다. 네슬레는 세계적으로 무려 64개의 생수 브랜드를 갖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브랜드라고 생각했던 페리에나 산펠레그리노도 다 네슬레사 소유였어!!

– Smart Water는 작년에 제니퍼 애니스톤 언니가 출연하는 바이럴 영상을 만들었나 본데 내 눈에는 별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다.

Written by Sangah Lee

4월 22, 2013 at 10:29 오후

코스타리카에서 온 Chiquita 바나나 먹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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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만 있다면 바나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정말 힘들었던 입덧 기간 동안 나를 버틸 수 있게 해주었던 가장 큰 힘 중 하나가 바로 바나나였으니 말이다. 한국에서의 바나나는 Delmonte 아니면 Dole이었다.(Chiquita나 감숙왕 같은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잘 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델몬트 과일을 유통하는 델몬트 후레쉬 프로듀스가 내가 다녔던 회사의 오랜 클라이언트였던 덕에 워크샵을 떠나는 날이나 명절을 앞 두고 회사에 잔뜩 배달 온 바나나, 파인애플 등을 맛보며 바나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남들보다 많이 들었었다. 델몬트 담당자들에게서 바나나가 다이어트, 면역력 강화, 변비 예방, 두뇌 발달, 심장 질환 예방 등등에 좋다는 말들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 ‘바나나만 먹고 살아도 건강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진짜 입덧 때문에 바나나만 먹고 살게 될 줄도 모르고..)

어렸을 때 알고 있었던 ‘동남아에서 바나나를 가져오면서 배에 농약을 엄청 뿌린다더라’는 설이 진실이 아니라는 얘기도 델몬트 담당자들한테 들었다. 후숙을 위해 인체에 무해한 에틸렌 가스 처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유기농 바나나는 딱 한 번 먹어봤다. 언니가 임신했을 때 우연히 풀무원 올가 매장에 갔다가 유기농 바나가가 있길래 사봤던 기억이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오가닉 제품이라는 것에 큰 관심도 없었지만(중국산인지 국내산인지가 오가닉인지 아닌지보다 늘 더 중요했다.) 오가닉 바나나를 잘 볼 수도 없었던 것 같다. 미국에 와서도 껍질을 그대로 먹어야 하거나 껍질이 얇은 과일은 일부러 유기농을 찾기도 했지만 바나나는 굳이 Whole Foods Market에서 사거나 오가닉 제품을 고르지 않았다. 그냥 Sam’s Club에 있는 델몬트나 Target에 있는 Chiquita, 차이니즈 마트에서 파는 Dole 같은 것을 주저 없이 사먹었다.

그래도 오가닉 옵션이 있다면 선뜻 구입하게 된다. 무엇보다 오가닉이라 해도 가격에 큰 부담이 없어서.

 

오히려 바나나를 고르면서 재미있었던 것이 이 곳에서 먹는 바나나는 모두 ‘product of 코스타리카 혹은 에콰도르’라는 점이었다. 이 곳의 과일들을 유심히 보니 오가닉 마크가 붙어 있는 과일도 local 딸기나 사과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중남미 국가에서 온 것들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것도 딸기, 오렌지 등 몇 가지에 불과했다. 온두라스 수박과 캔달롭, 에콰도르 망고와 바나나, 코스타리카 자몽과 파인애플 등 이름조차도 낯선 중남미 국가에서 온 열대 과일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실컷 먹을 수 있는 것도 이 곳 노스캐롤라이나 생활의 큰 즐거움이다.

(따뜻한 나라와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바하마 크루즈를 탔을 때와 칸쿤에 놀러갔을 때도 과일 호사를 실컷 누렸다. 한국에서 한 개에 몇 만원씩 한다는 요즘 유행하는 애플망고를 한 박스씩 사서 먹어도 부담이 없다.)

 

과일을 먹으면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뭐든지 편리함을 추구하는 미국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먹기 좋게 잘 잘라서 포장 해놓은 과일을 많이 판다는 점이었다. 사실 수박이나 파인애플 같은 과일은 구입도 어렵고(무거워서), 먹기도 어려운데(껍질을 분리하기도 힘든데 알맹이보다 버리는 것이 많을 뿐만 아니라 양이 많아 2인 가족이 빠르게 먹기도 어렵다) 마트에서 탐스럽게 잘 잘라져 있는 수박이나 멜론을 보면 그 간편함의 유혹에 못 이기는 경우가 많아진다.

 

내가 여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일 브랜드가 있다면 한국에서 잘 먹지 않던 낯선 브랜드인 Chiquita인데, 이 바나나가 눈에 띄었던 이유는 바로 바나나에 붙어 있던 ‘I love your heart’라고 써 있는 스티커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바나나를 많이 팔기 위해서-우리 회사가 하는 일은 대부분이 마케팅을 위한 PR 활동이었기 때문에-어떠한 시즈널 이슈나(수능 시즌이 다가오면 두뇌 회전에 바나나가 좋다고 하고, 신종플루가 유행하면 면역력 강화에 바나나 좋다는 얘기를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한다), 소비자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이슈(왜 갑자기 바나나가 다이어트 음식이 되었을까?)와 연관해 PR 활동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여기서는 갑자기 바나나가 심장에 좋다고 아예 스티커까지 딱 하고 붙여 놓았던게 아닌가. 알고보니 Chiquita는 ‘The Blue Sticker’라는 이름으로 바나나에 붙이는 스티커를 활용한 재미있는 마케팅 활동을 많이 진행하는 곳이었다. 스티커 콘테스트도 했었다고 한다.

Our Chiquita stickers have become an iconic symbol for high-quality fruit and produce. We’ve used the stickers to promote bananas for school lunches, celebrate major anniversaries, advertise our sponsorship of the Olympics in 1980, celebrate Miss Chiquita’s 50th birthday, and feature our slogan “Quite Possibly, The World’s Perfect Food®,” – Chiquita Webpage

Chiquita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다양한 제품 라인업 소개부터 여성, 남성, 노인, 어린이들에게 왜 바나나가 좋은지, 바나나를 활용한 레시피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떤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 정말 ‘바나나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콘텐츠가 없는 델몬트나 Dole의 미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더욱 잘 비교가 되었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마케팅 활동을 참 잘 한다고 생각했던 한국 델몬트 후레쉬 프로듀스 홈페이지블로그를 보는 것 같았다. 과일을 활용한 레시피를 소개해주는 페이스북 페이지 역시 얼른 좋아요를 눌렀다. 사실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참 온라인 마케팅이나 PR 활동을 잘 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경쟁이 너무 치열해 마케터와 홍보 담당자가 피곤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내가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롯에 Chiquita 본사가 있었다!!! 앞으로 이 브랜드를 더욱 좋아하게 될 것 같다.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신세계푸드가 Chiquita 바나나를 이마트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스타벅스에서 낱개 포장해 판매하고 있는 바나나 브랜드도 Chiquita였군.

젊은 시절(무려 2009년) 델몬트팀에서 만들었던 바나나 마스크를 쓰고. 신종플루 이슈가 바나나 홍보 활동과 매출 증진에 도움이 되었었던 기억이 있다.

Written by Sangah Lee

4월 2, 2013 at 11:17 오후

Duke에서 즐기는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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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은 Duke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인 남편이 써야 맞는 글이지만, 정작 남편은 학업에 정진하느라 문화생활에 신경 쓸 여유도 이런 포스팅을 할 여유도 부족하기 때문에 ‘Spouse of Graduate Student’신분으로 Duke ID Card를 갖고 있는 내가 쓰기로 한다(나 혼자). 무엇보다 아래에 소개할 3가지의 문화생활 중 두 가지는 순전히 내가 찾고, 가자고 졸라서 간 거였다!!!

Duke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고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Duke의 많은 프로그램이 학교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교 직원, 나같은 학생의 가족, 그리고 더램 지역 사회의 사람들과 Duke-UNC- NCSU를 연결하는 North Carolina 트라이앵글 지역의 모든 커뮤니티를 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구 20만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에서 경험하는 것 치고는, 그리고 값싼 학생 티켓으로 이용하기 황송할 정도로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높다.

 

1. The Nasher Museum of Art

지난 가을 내내 미술관 앞의 University Rd.를 지나 다니면서 마티스 포스터를 볼 때마다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전시 마감을 이틀 앞 두고 겨우 가보게 되었다. 내가 본 전시인 Collecting Matisse and Modern Masters: The Cone Sisters of Baltimore는 볼티모어에 사는 컬렉터였던 콘 자매가 모아놓은 마티스와 피카소 등 현대 미술 거장들의 컬렉션이었다.(파리를 오가며 당대의 작가들과 교류하고 그림을 사모으던 이 집안의 언니들.. 마티스가 볼티모어에 있었던 이 언니들 집에 방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전시를 보기 전날 우연히 영화 ‘Midnight in Paris’를 본 나는 마치 이틀동안 1920년대 파리와 볼티모어로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티켓 가격은 듀크 학생은 공짜, 나 같은 Spouse 혹은 파트너이거나 학생증이 있으면 $6, 일반 성인은$12이다. 특별전 뿐만 아니라 상설전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니 가끔 머리 식힐 겸 방문해 맛있다고 소문난 Museum Cafe의 브런치를 맛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건물을 채광이 잘 되는 구조로 지어서 실내 분위기가 밝다. 마티스 전시는 한 번에 들어가는 인원을 제한해 줄을 조금 서야 했다.(사진: facebook.com/nashermuseum)

 

2. Duke Performances

Joyce Yang의 공연은 Duke 안에 있는 Reynolds Industries Theater에서 진행됐다.

Duke Performances에서는 클래식, 째즈, 팝,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제공하고 있다. 공연뿐만 아니라 미국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문외한인 내가 잘 모르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대부분이지만 공연이 예정되어 있거나 이미 진행한 적 있는 아티스트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꽤나 수준 높은 공연을 진행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공연 횟수도 꽤 많아서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거의 대부분의 주말 저녁에는 공연이 있다.(공연 스케줄을 보니 한 달 평균 10회 내외의 공연이 있다.)

내가 보러간 공연은 우리나라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Joyce Yang의 연주였다. 브로셔에서 이 아티스트 이름을 보고 중국인일꺼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인이었고 유튜브에서 그녀의 연주 영상을 찾아보고 망설임 없이 보러가게 되었다. 그녀는 약 두 시간동안 베토벤, 쇼팽, 라흐마니노프 등 거장들의 곡을 연주해 주었는데, 무엇보다 미국 작곡가인 죠지 거쉬인의 곡을 미국에서 처음 들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공연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내가 본 공연은 일반인 $30, Duke 학생과 그 가족은 $10에 관람 가능했다. 얼마 전에는 CHINA NATIONAL SYMPHONY ORCHESTRA가 공연을 해서 중국 친구들이 많이 보러가기도 했는데, 이 공연의 경우 티켓 가격은 $52부터 시작되었고, Duke 학생은 역시 $10이었다. 공연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Duke와 Durham에 위치한 다양한 공연장에서 진행되며 좌석은 티켓 구입 시 지정 되거나 입장 순서에 따라 정해지기도 한다.

 

3. Duke Basketball

학부생들을 위한 Camp Out은 추운 1월에 진행된다.

남편이 Duke에 다닌다고 하면 남성과 여성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는데 왕년에 미국 대학 농구 좀 봤다는 남성들은 ‘아, 듀크!’하고 다들 한 마디씩 한다. Duke가 NCAA에서 지금까지 총 4번의 우승을 했을 정도로 실력이 좋아서인지 Duke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 교직원, 더램 시민, 더램 시민 아닌 것 같은데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학교에 와 있는 아저씨와 할아버지들)의 농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한 것 같다. 대학 농구 자체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과 애정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지난 겨울부터 벼르고 벼르다가 올해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농구 경기 구경을 가보았다. 일부 학생들은 가을에 2박 3일 동안 학교에서 텐트 치고, 술 먹고, 자고 놀다가 벨이 울리면 얼른 달려가 벨을 울려 시즌 티켓 구입 자격을 얻는 ‘Camp Out’을 통해 티켓을 얻기도 한다지만 시즌권이 없는 학생들은 경기 당일 대학원생들을 위한 입장 줄을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 물론 경기 시작보다 조금 일찍 가 줄을 서는 수고를 해야 한다. 이웃 라이벌 학교인 UNC나 NCSU와의 경기만 아니라면 정규 시즌 중 경기는 대부분 입장 가능한 것 같다.(특히 열기가 아직 고조되지 않은 시즌 초반에 더 입장하기 쉽다고 함.) 학생들을 위한 좌석은 2층 저 꼭대기가 아니라 코트와 맞닿아 있는 경기장 1층이다. 나에게 있어서 학생 좌석의 문제는 학생들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이 어린 애들이 경기를 앉아서 보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나도 일어나 있어야 경기 관람이 가능하였기에 임산부였던 나는 부득불 전반전만 보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꼭 경기가 보고 싶다면 집에서 ESPN을 통해 시청하면 된다. 집 옆에 있는 학교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집에 앉아서 ESPN으로 보는 것도 참 생소한 경험이긴 하다. ESPN으로 다른 College Basketball 경기를 봐도 듀크 학생들의 응원 열기는 다른 학교와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것 같다.

(Maryland와의 경기를 보러 갔는데 경기 내용은 Duke의 일방적인 우세였지만 응원 열기만큼은 어느 경기 못지 않게 뜨거웠다. 귀여운 치어리더 학생들의 응원도 볼만했다.)

(얼마 전에 있었던 Duke 최대의 지역 라이벌이자 마이클 조던의 모교인 UNC와의 경기 영상. ESPN으로 이 경기를 보면서 온통 파란색으로 바디 페인팅한 이 애들 샤워는 어떻게 하나 그 걱정만 했다. 이 날은 마침 Duke의 감독인 코치 K의 생일이라 학생들이 고깔모자를 쓰고 응원을 하기도 했는데, 이 날의 승리가 코치 K에게 큰 생일 선물이 되었을 듯 하다.)

한여름의 Duke 캠퍼스

 

Duke에는 학생 신분이 아닌, Duke Spouse 자격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혜택과 프로그램들이 수 없이 많이 있다. 얼마든지 이용 할 수 있는 시설 좋은 도서관, 영어 학습이 가능한 English Conversation Cafe, 다른 나라에서 온 Spouse들이 직접 요리를 가르쳐주는(나 또한 가르칠 수 있는) International Cooking Class, 영어를 배우고 내 모국어를 가르쳐 줄 수 있는 Language Exchange Program 등.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나만 부지런하면 된다. 한 가지 더, Duke Spouse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혜택은 same-sex spousal partners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Written by Sangah Lee

2월 23, 2013 at 9:32 오전

Whole Foods Market과 Starbucks에서 파는 탄산음료 IZ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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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몸에 나쁜 것을 쉽게 사주지 않았던 부모님 덕분에 피자나 햄버거와 같이 탄산음료를 마셔도 되는 자기 합리화 도구가 충분할 때 외에는 탄산음료를 굳이 찾지 않았다. 물론 이들의 유혹에서 항상 견디기 힘들어 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특히 20대 초반 중국 유학시절, 기름진 중국 음식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스프라이트에 거의 중독 되다시피 해서 한국에 돌아오고 난 후 한참동안 치과 치료를 받았어야 했던 전과도 갖고 있다.(중국에서 살 때는 먹고 싶은 음식 중 하나가 칠성 사이다 였는데, 1년 반 동안 스프라이트를 먹다가 칠성 사이다를 처음 마셨을 때의 그 밍밍함이란!) 미국에 오고 나서 대형 할인마트인 Sam’s Club에 갈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저렴한 박스 단위의 콜라와 사이다를 보고 늘 구매 유혹을 느끼긴 하지만 나름대로 잘 참고 있고, 햄버거, 피자, 멕시칸 음식을 먹을 때나 친구를 집에 초대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직접 돈을 주고 탄산음료를 사먹는 것은 최대한 자제 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한국에서보다 탄산음료를 접하는 횟수가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기회를 줬던 지난 학기 ESL Conversation 시간에 우리가 흔히 먹는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단 맛이 설탕 때문이 아니라 몸에 그렇게 나쁘다는 콘시럽(액상과당) 때문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대규모 옥수수 재배 농가를 육성하고자 했던 지난 날의 미국 정부 정책 덕분에 우리가 더욱 많은 액상과당을 섭취하게 된 것이라는 Kelly 선생님의 설명도 있었다.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콜라를 1인당 1개씩 사서 마시는 미국 사람들을 보면서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참고로 나는 손에 들기도 힘들어 보이는 버거킹 Large Coke는 32 OZ라고 하니 무려 946ml! 이렇게 탄산음료를 애정하는 미국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몸에 좋은 음식만 판다는 Whole Foods Market에서도 탄산음료는 커다란 섹션을 차지하고 있다.

홀푸드에 코카콜라나 펩시같은 브랜드는 없지만 잘 알지 못하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탄산음료가 진열 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구매 유혹을 일으켰던 브랜드가 ‘IZZE’다. 사실 맨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과일인 자몽맛 4병 세트를 훌푸드 매장 입구에서 할인하고 있길래 샀지만. 콜라나 사이다의 맛을 완전히 대체해 주지는 못했지만 탄산이 들어있는 과일 주스 같은 느낌이었달까. 무엇보다 마실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탄산음료라는 생각에 마시면서도 기분이 좋아졌다. 홀푸드에서 판매하는 탄산음료는 코카콜라랑 뭐가 다른지 홈페이지를 찾아 보았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제 설탕, 방부제, 인공 첨가물을 쓰지 않고 순수한 과일 주스, 탄산수 등으로만 만든 탄산음료라는 것이었다. 카페인조차 들어있지 않다고 했다. (The ingredients are all natural, using only fruit juice and sparkling water with no refined sugars, preservatives, or artificial flavors.)

그 밖에도 뭔가 밝고, 긍정적이고, 건강한 느낌의 홈페이지와 제품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 큰 호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IZZE를 좋아한다는 미국의 한 블로거 언니도 IZZE에 대해 좋았던 점을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하고 있었다.(Izze soda…too good to be true?)

  • all natural ingredients
  • 70% pure fruit juice
  • no artificial anything
  • 2 servings of fruit in every bottle
  • started in 2002 by two guys who wanted to make a great drink and give back to the world
  • they got the name “Izze” from one of the founders daughter’s name, Isabelle…come on…I mean…come on…it doesn’t get cuter than that!

그렇다면 IZZE는 마실 때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건강 음료’일까? 이런 저런 글을 찾다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몸에 그렇게 나쁘다는 액상과당 대신 천연 설탕을 썼다 하더라도 IZZE 한 병에 들어가는 설탕의 양이 상당하며, 우리 몸은 천연 설탕이나 인공 설탕이나 똑같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Then there’s the sugar. Even natural sodas can be loaded with the sweet stuff. For example, Izze Sparkling Natural Soda Sparkling Ginger has 29 g of sugar. And while it may be “organic cane sugar,” Metsovas says, “‘natural sugars’ prompt the same blood sugar response as ‘non-natural sugars.’ They’re all equal in my mind.” Giancoli agrees: “We should be decreasing our sugar intake,” she says, “not replacing it with different types of sugar.”(healthyliving.com: 9 Foods You Should Never Buy at Health Food Stores)

izze2실제로 내가 자주 마셨던 IZZE Sparkling Juice 자몽맛 한 병에는 29g의 설탕이 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영양학회의 성인 일일 설탕 권장량이 35~50g 이라고 하니 고작 12 OZ(355ml) 음료수를 한 병 마시면서 29g의 설탕을 섭취한다는 것은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티스푼 5스푼 정도의 설탕이 30g 정도 된다고 한다. 내가 집에서 음식을 할 때 단 맛을 위해 매실 액기스나 올리고당을 쓰면서 한 작은 티스푼의 설탕을 넣는 것도 최대한 자제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음료수 한 병을 마시는 것으로 평소 설탕을 섭취하지 않으려고 했던 작은 노력들이 한꺼번에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설탕이냐 액상과당이냐는 논란이 불필요 하다는 의견은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둘 다 나쁘다는 것이다.

Dr. Robert H. Lustig, a pediatric endocrinologist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Children’s Hospital, said: “The argument about which is better for you, sucrose or HFCS, is garbage. Both are equally bad for your health.”

Both sugar and high-fructose corn syrup are made from glucose and fructose. The level of fructose is about 5 percent higher in the corn sweetener.

Dr. Lustig studies the health effects of fructose, particularly on the liver, where it is metabolized. Part of his research shows that too much fructose — no matter the source — affects the liver in the same way too much alcohol does.(The New York Times:  Sugar Is Back on Food Labels, This Time as a Selling Point)

– 이 기사는 한국어로도 번역&요약 되어 있다. (연합뉴스: “설탕 자연식품으로 재조명 받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IZZE는 나름 ‘건강’ 탄산음료로 분류되어 홀푸드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었다.(한국 스타벅스에서도!) IZZE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단어가 ‘natural’일 뿐만 아니라 이 홈페이지에서 IZZE 로고를 활용한 티셔츠를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 해볼 수 있게 한다거나 IZZE ART라는 이름으로 IZZE 로고와 패키지 등을 활용한 사진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재미 요소를 제공하면서 이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뭔가 재미있고, 세련되고, 긍정적이고, 삶에 활력을 주는 행위라는 느낌이 들게 하고 있다. 이것이 29 g의 설탕량에도 불구하고 콜라 대신 소비하면서 죄책감을 덜 느끼도록 하는 natural soda, ‘IZZE’라는 브랜드가 가진 힘이 아닌가 싶다.

임신 이후에 탄산음료는 물론, 라면, 패스트 푸드 등의 섭취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입에서 당기는 음식’이 ‘몸에 가장 좋은 음식’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신념으로 남편에게 콜라 마시기를 강요하며 옆에서 한 모금씩 얻어 마신다거나 눈 꼭 감고 햄버거나 피자를 먹을 때 대놓고 콜라를 마시기도 한다. 임신 26주가 되는 2주 후 다음 산부인과 진료에는 임산부들이 가장 신경쓰는 검사 중 하나라는 임산부 당뇨 검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당분간은 탄산음료 섭취를 더욱 자제 해야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 전 저녁 식사 후의 느끼한 속을 달래기 위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바로 콜라라는 사실이 정말 불편하다.

근데 IZZE는 뭐라고 발음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구글링 해보니 미국애들도 이게 궁금했었나보다. How do you correctly pronounce the sparkling juice spelled “Izze”? 우리나라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친구는 ‘이체’라고 하던데 ‘이지’가 더 맞는 듯. 위키피디아에도 ‘pronounced iz-ee’ 라고 한다.

홀푸드에서 이 컬러풀한 병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가격은 4병에 5.99달러.

우리동네 스타벅스에 진열 되어 있는 IZZE

Written by Sangah Lee

2월 16, 2013 at 2:06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