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ing Matters

Minki & Sangah's Inspiration Story

총,균,쇠를 읽을까? 사피엔스를 읽을까?

with 2 comments

총균쇠와 사피엔스는 다르다.

빅 히스토리를 다루는 ‘총균쇠’와 ‘사피엔스’는 인류의 역사를 논하는 방향성에 있어 전혀 다른 인류학 책이다.

 

“시간은 짧고 나는 이 책을 보면 다른 책은 볼 수 없다.”

어느 독서 블로그에서 발견한 이 말이 책, ‘사피엔스(Sapiens)’를 읽기 전의 내 경우 같았다. 작년에 읽은 또 다른 인류학 책 ‘총,균,쇠(Guns, Germs, and Steel)’와 비슷한 내용일 것이란 추측이 나로 하여금 ‘사피엔스’ 읽기를 주저하게 했다. 결론적으로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피엔스’는 ‘총,균,쇠’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두 위대한 빅 히스토리 인류학 서적의 다음의 차이점들이 “이 책을 본 후에도 다른 책도 봐야함”을 말해준다.  

1. 환경 vs 믿음

우선, ‘총,균,쇠’와 ‘사피엔스’가 답하는 근본 질문부터가 서로 다르다. 전자는 “왜 문명의 발달 속도는 대륙마다(민족마다) 달랐는가?”이고 후자는 “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구를 정복(run)했는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각각 ‘환경’(총,균,쇠)과 ‘허구에 대한 믿음’(사피엔스)에서 찾는다.

2. 물질 소유 vs 상상에 의한 유인

‘총,균,쇠’는 가축화와 작물화,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처럼 비슷한 위도상에서 이동이 가능했던 환경에서 살고 있는 문명이 그렇지 못했던 문명을 정복할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설명한다. 반면, ‘사피엔스’는 그들이 가진 허구에 대한 믿음이 때론 맹목적인 강한 협력을 이끌어내어 현재의 지구를 운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인과로 요약하면 총,균,쇠는 환경 -> 가축, 작물화 -> 무기, 금속, 면역 ->문명간 차이이며, 사피엔스는 허구적 믿음(신화, 이야기) -> 협력 -> 지구 정복(run) -> 상상의 질서(돈, 제국, 종교) -> 현재의 진보(?)[1]이다.

비록 두 책 모두 우리가 어떻게 현재와 같은 모습에 이르렀을까?라는 같은 종착점을 향하고 있지만(두 책의 부제는 모두 ‘인류의 짧은 역사’이다.[2])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전자는 ‘물질의 소유’여부였던 반면, 후자는 ‘상상에 의한 유인(incentive)’ 이었다.

3. 인간(Human) vs 사피엔스(Sapiens)

“인류(human)는 25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

‘총,균,쇠’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인류 진화의 상식이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인류 종을 단일 계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라고 단언한다. 하라리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간(human)은 호모 속이며 (‘종속과목강문계’의 속에 해당) 호모 속에는 사피엔스를 포함해 여러 종이 있다. 200만 년 전 부터 1만 년 전까지 지구에는 호모 에렉투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루돌펜시스등의 여러 인간 종이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오직 한 종(사피엔스)만이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총균쇠’는 단일계보의 ‘인간에 대한 역사’인 반면, ‘사피엔스’는 여러 인간종 중에 오직 살아남은 ‘사피엔스의 역사’이다.

4. 농업 혁명: 혜택일까?, 저주일까?

1만년 전의 농업혁명은 두 책 모두에서 언급되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이다. 한번 시작된 식량 생산 도입은 인구 증가와 양방향으로 멈출 수 없는 가속 페달을 밟게 되었다. 그러나 농업혁명 결과에 대한 두 저자의 시각은 완전히 상반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농업 혁명은 문명 정복의 도구 소유를 위한 선행 조건”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는 “농업 혁명은 인간의 삶을 더 힘들고, 더 불안정하고,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농업 혁명 전의 수렵 채집인과 비교할 때, 직관과는 반하게 인구 폭발로 인해 질나쁜 식사가 제공되었고 가뭄과 홍수에 리스크가 컸으며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오만한 엘리트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농업 혁명은 ‘총,균,쇠’에 의하면 혜택, ‘사피엔스’에 의하면 되돌릴 수 없는 저주였다.

5. 중국이 유럽에 추월당한 이유

4대 발명품 뿐아니라 항해술과 정치의 세계 리더였던 중국은[3] 근대에서 현재까지 왜 기술 선도를 유럽에게 빼앗겼을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중국의 만성적 통일과 유럽의 만성적 분열”에서 답을 찾는다.[4] 경쟁이 없고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가진 중국은 남을 정복하지 않으면 정복당할 수 밖에 없었던  유럽에 비해 기술 혁신과 아이디어 전파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유발 하라리는 중세 유럽인이 가진(중국인에게 없었던) 제국주의적 욕구와 과학적, 자본주의적 사고방식때문이라 주장한다. 제국, 자본의 사고방식이 내재화된 당시의 유럽인들은 외부 세계로 나가 새로운 발견을 해야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중국인들은 그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5]  중국의 더딘 발전에 대한 시각 역시 ‘총,균,쇠’는 구조적이고 환경적인 이유에서 찾는 반면, ‘사피엔스’는 정신적면에서 찾는다.

6. 살아 남는 vs 행복한

잉카, 마야 문명처럼 지구상에 살았던 수 많은 민족, 동물들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로 한정해 보면 오직 몇 종류만이 지구상에 살고 있으며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대형 포유류는 모두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이다.(소, 돼지, 양 순서로 각각 10억마리 이상)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가축화를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히는 사람은 적다.”는 마태복음의 구절을 이용해 비유한다. 즉, 역사는 살아남은 자의 기록이다.

반면, 유발 하라리는 생존보다는 개인의 행복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경제 성장과 자유, 농업 혁명, 인간의 보살핌 속 가축화 동물 모두는 생존에는 유리했으나 이로 인해 인류는 하나 같이 모두 불행했거나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6] 역설적으로  생물학적 진화(생존)가 사회적인 열등성(불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역사속 개인의 행복을 다루는 것은 역사가 채워야할 중요한 공백이다.

7. 인류의 미래(저자의 생각)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역사적 사건과 그 해석에 대해 주관적인 의견을 최대한 자제한다. 반면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앞으로 100년안에 발생할 초인간과 같은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경고한다. (많은 언론사가 이런 그의 비관적인 관점을 예측으로 기사화하고 있지만 정작 그는 ‘사피엔스’에서 ‘역사는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고 말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던 차에 그가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함을 알 수 있었다.(다이아몬드는 미래는 현재보다 훨씬 안정되고 평등한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두 책의 방향성 만큼이나 역시나 저자의 미래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사진을 찍으려 몰려온 사람들로 인해 생명을 잃은 아기 돌고래의 비극이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인간의 욕심과 맞바꾼 돌고래의 생명이라 했다. 우리 인간이 그랬다. 빙하기를 견딘 그 어떤 강인한 동물도 인간을 만나는 순간 멸종을 피할 수 없었다. ‘총,균,쇠’와 ‘사피엔스’는 우리는 어떻게 지금과 같이 되었는가?에 답했다. 아기 돌고래의 비극을 보면서 두 책이 남긴 마지막 메세지가 되뇌어진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어떠한 통찰력을 얻었고 미래에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

[1]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진보가 필연이다’는 것은 교조적일 뿐만 아니라 이 역시 허구의 믿음이다. 그 밖의 허구적 믿음으로 개인 주의, 자유, 인권, 진보, 성장, 소비가 있다.(사피엔스)

[2] 총균쇠의 초판 부제는 ‘A short history of everybody’이며 사피엔스의 부제는 ‘A brief history of humankind’이다.

[3]중국은 중동의 초승달 지대 만큼의 식량 생산이 일찍이 용이하였고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환경의 이점은 중세 때 중국이 전 세계의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15세기에 중국이 파견한 3백척의 배와 여기에 승선한 3만 명 선원의 규모가 아메리카 탐험을 한 콜럼버스의 세 척의 배와 비교해 당시의 기술 차이를 보여준다.(총,균,쇠)

[4]중국은 진나라가 통일한 이후 몇 번의 분열 시대가 있었지만 항상 또 다른 통일이 이어졌다. 반면, 유럽은 14세기까지 1000개에 달하는 독립 소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총,균,쇠)

[5]중국이 대양을 탐험하고 각국으로 하여금 조공을 바치게 했지만 그들을(인도네시아, 일본) 정복하거나 식민지로 삼으려 하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사피엔스)

[6] 살아남은 대부분의 가축화한 동물의 삶은 비참하다. 예를 들어, 젖소의 경우 우유 생산을 최대로 하기 위해 거의 항상 임신 중이다.(사피엔스)

Advertisements

Written by Minki Jo

4월 18, 2016 , 시간: 6:59 오전

2개의 답글

Subscribe to comments with RSS.

  1. 총균쇠는 읽어보지 않았는데
    저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얼마나 확실하고 냉철한 주관을 갖고 있는지 감탄을 하며 읽었습니다.
    농업혁명에 회의적인 입장인것에도 200퍼센트 동의하고요.
    뭔가 유발 하라리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애초부터 자연 그대로를 쓴 반면
    총균쇠는 인간이 만든 무기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자연과는 거리가 멀어진것같네요..(농업혁명이 무기와 도구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기반을 마련해줬다는 이유로 호의적인 평가를 한 점)
    둘은 확실히 내용상 차이가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를 다룬 사피엔스를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으이이

    6월 12, 2016 at 12:44 오전

    • 전문가 해석에 대한 신뢰도와 그것에 대해 기대를 가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언론의 빈도를 통해 대중은 유발 하라리의 의견에 단지 더 기대감를 가지는 듯 합니다. 하라리의 의견과 상반된 맷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도 추천드립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Minki Jo

      6월 12, 2016 at 8:55 오후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