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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뭘 먹고 살아야 잘 먹고 산다는 얘기를 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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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미국에 오기 전부터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이 먹는 것이었다. 공부야 와서 열심히만 하면 다 되는 건데, 먹는 것은 사 먹는 것도 어렵고 한정된 자원에서 만들어 먹는 것은 더욱 어려울 꺼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생각한 미국 음식은 콜라와 햄버거, 기껏해야 감자나 밀가루였고, 특히 그 동안 소나 돼지를 공장형 축사에서 사육하는 것으로 대표 되는 미국 식재료 염려 영상들에 너무 많이 노출 되어 있었다. 또 하필이면 지난 봄에 제인 구달 할머니의 ‘희망의 밥상’을 읽어서 미국에서 ‘아무거나 ‘ 먹게 될까봐 신경이 많이 쓰였다. 상표도 모르고 지역도 모르는데 ‘목초를 먹고 자란 닭이 낳은 건강한 계란’이 없는 나라에서는 무슨 계란을 사 먹어야 할지 부터가 막막했다.

그래서 굳이 마른 멸치와 집에서 쓰던 숟가락 두 벌을 이민 가방에 넣어오는 것으로 위안을 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처음 이 곳에 와서 5일동안 호텔에서 홈리스 생활을 하면서 콜라 없이 먹기 힘든 미국 식당 음식에 일찌감치 질려 버렸고, 더램에 있는 두 군데의 한국 식당(빛고을 순두부, 조선옥의 한식뷔페)에 갔다가 어마어마한 MSG 맛과 미국 음식 못지 않은 짠 맛에 실망을 했다.(최근에 봤던 이 기사가 정말 공감된다. – 인공 조미료(MSG)가 한국 음식의 전통 양념인가)

그러나 집을 세팅하고 그릇과 냄비를 사고 마트를 돌아다니면서 보니, 앞서 포스팅에서도 여러번 언급했던  Whole Foods Market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마트에서도 다양한 Organic 제품을 보고 살 수 있었다.

유통기한이 너무 길어서 조금 의심스럽긴 하지만 오가닉 두부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비록 한국 스타일의 삼겹살이나 꽃등심처럼 지방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고기 구하기는 어렵지만 grass feed beef와  cage free egg도 쉽게 살 수 있다. 평상시에 이런 것들 위주로 조금씩 신경 써서 먹으면 가끔씩 햄버거나 길거리 음식 사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4개의 화구를 모두 사용해 뭔가를 만들면 어찌나 뿌듯한지! 사진에 있는 후라이팬과 냄비가 우리집에 있는 냄비와 후라이팬의 4/5라는 슬픈 사실.

우리집 (방바닥)에서 먹은 첫 끼

두 번째 식사도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다. 미국에 갓 도착한 사람들은 다들 카페트에 캐리어나 박스를 깔고 뭘 먹더라. 그래도 이웃 도시인 Cary에 가서 쿠쿠 밥솥을 사오고 어찌나 신났었는지.. 급한대로 마트에서 bowl 두 개와 지퍼락도 장만했다.

훌푸드 장 봐와서 먹은 첫 끼

식탁 완성 후 먹은 감동의 첫 끼는 라면!

만만한 건 볶음밥

정체 불명의 소고기 덮밥

짜장밥도 만만한 음식 중에 하나

점점 진화하는 아침식사

회덮밥과 비빔국수도 비교적 빨리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퀘사디아 모양 만들기는 늘 실패. 이 때부터 오븐을 가동하기 시작했음.

모양만 다르지 재료는 퀘사디아나 피자나 똑같다. 뒤에 보이는 건 집에서 만든 모히또!

이렇게 민트와 라임을 사다가!

흐물흐물한 미국 오징어는 다시는 안 사먹는 걸로. 역시 오징어는 동해에서 잡아야..

닭다리 4개로 만든 닭볶음탕. 백숙을 해볼까 말까 고민 중이다.

한국에서 안 해본 닭갈비는 두 번이나 만들었다. boneless chicken thigh와 Japanese sweet potato를 사다가 카레가루 넣고 만들면 맛있다!

한국에서 보낸 드림백이 도착한 날! 그 안에 들어있던 미역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훌푸드에서 LA갈비 프로모션 하던 날, 그 옆에서 코리안 바베큐 소스를 같이 팔고 있었다. LA갈비 사왔는데 집에 믹서 없는 거 알고 황당했지만 사과와 양파를 어찌어지 잘게 썰고 빻아서(?) 만들어 먹었다.

한국에서 올 때 건조된 육개장 야채를 사와서 소고기만 넣고 끓여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하지만 사왔던 두 봉지를 다 먹어서 앞으로 1년 동안 육개장 먹을일은 없다는 슬픈 소식. 미국 두부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맛있다.

밥이 좋아서 파스타는 잘 안 하게 된다. 생모짜렐라 치즈가 값이 싸니 헤프게 데코레이션.

남편 학교에서 진행하는 international cooking class에 몇 번 참석했는데 첫 수업은 potluck 모임이었다. 자기 나라 음식을 만들어 오라길래 열심히 궁리해서 만든 음식이 바로 참치 주먹밥. 나름 반응이 좋았다.

슬슬 밥 하는게 귀찮아지고 있어서 만든 만두. 중국 마트에 가서 부추도 사다가 만들었다.

만두피가 모자라서 중국 마트에서 사온 찌아오즈 피로 급조한 납작만두.

남편 학교 친구들 갖다 주려고 만든 감자 계란 샌드위치.

한국처럼 맛있는 복숭아와 자두는 아직 못 찾았지만 신선하고 맛 좋은 과일이 많다.

Trader Joe’s라는 마트에서 파는 스파클링 레몬에이드. 너무 맛있어서 도대체 몇 병을 사다 마셨는지.. 요즘은 자제하고 있다.

미국에서 뭘 먹고 살아야 잘 먹고 산다는 얘기를 들을까?

Written by Sangah Lee

9월 12, 2012 at 12:51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