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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the ‘[Minki] 나의 문화적 유전자’ Category

검증된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왜 후보 선수로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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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 이대호, 김현수 선수 Source: The Fact Sports

2016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 이대호, 김현수 선수는 시즌 초반 후보로 시즌을 시작했다.  Source: The Fact 스포츠

연일 (출장하는) 경기마다 맹타다. 올해 진출한 한국인 메이저리거 이야기다. 그리고 맹타 후에는 어김없이 후보 신세다.

2016년, 역대 가장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혹독한 적응 기간이 필요할 거란 우려가 무색하게 (주어진 기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기준으로(5월 6일) 박병호는 홈런 7개로 아메리칸리그 홈런 5위이며 김현수는 한 경기 3안타 경기를 포함해 선발로 출장한 전경기(5게임)에서 멀티 출루를 기록 중이고 타율은 무려 .566이다. 이대호는 홈런 4개를 기록 중인데 홈런 하나 하나의 질이 예사롭지 높다.(연타석 홈런, 끝내기 홈런)

무지막지한 거포 본능을 보여주고 있는 박병호는 개막 한 달이 지나서야 주전 낌새가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둘은 여전히 메뚜기 선수다. 이대호는 연타석 홈런울 친 다음날(5월 6일) 선발에서 제외됐고 김현수는 3안타 경기(5월 1일) 후 3경기를 연속으로 결장했다가 4경기째에서야 다시 선발 기회를 얻었다.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 마음인건 알겠지만 이쯤되면 메이저리그 감독은 ‘믿음의 야구’같은건 안중에도 없는건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모두 검증된 선수들이지 않은가? 한국의 타격왕과 홈런왕 기록은 리그의 수준을 못 미더워서라 친다해도(이것도 이해 안되지만) WBSC 프리미어12  MVP(김현수)나 재팬시리즈 MVP(이대호) 기록 역시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걸까?

당연하게도 많은 한국 네티즌들은 메이저리그 감독의 선수 기용 전략에 성화가 난지 오래고 언론도 이에 합세하기 시작했다.

“플래툰 시스템인지 뭔지 그건 잘 모르겠고 과거의 검증된 기록과 현재 눈앞에 보이는 활약이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단장과 감독이 한국 선수를 영입할 때 가장 많이 하는 “그동한 쭈욱 지켜봐왔었다.”는 것은 “앞으로도 쭈욱 지켜만 보겠다.”는 말이었나?

검증된 선수의 검증이 다시 시작되는가?               

사실 감독은 그동안 쭈욱 지켜봐오지 않았다. 그동안 쭈욱 지켜봐온 사람은 따로 있었다. 단장이다. 영화 ‘머니볼’을 통해 잘 알려졌다시피 메이저리그는 팀 운영에 있어서 단장의 영향력이 지대하다. 단장은 행정뿐(재무, 경영시스템) 아니라 선수단 구성, 선수 육성, 심지어 선수 활용 시스템도 책임진다. 그래서 감독 입장에서는 단장이 뽑은 선수를 당연히 “이제부터 지켜보겠다.”는 것이 된다. 그래서 팬으로서는 이해 안되는 검증된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지루한 재검증이 시작된다. 만약 자신이 지켜본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못 보여준 선수라면 검증의 당위성은 차고 넘치게 된다.

감독의 심리학

검증 기간내 선수가 곧잘한다 해도 감독 입장에서 그를 주전화시킬 유인(Incentive)은 크지 않다. 당연하겠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생각이 틀리고 상대방이 옮음을 증명하기위해 살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는 빈번히 일어난다. 감독과 단장의 관계가 이와 같다. 다시 말해 감독 입장에서 자신이 옳고, 상대방(예: 단장)이 틀렸음을 보일 유인은 충분히 있다. 이것은 ‘단장의 검증 완료’를 고지곳대로 받아들일 감독은 거의 없다는 말과 같다. 물론 감독을 단장의 팀 운영안이 틀리길 바라는 인물로 설정하는 것은 지나친 작위적 해석일 것이다. 요점은 감독은 자신에게 보장된 자율권(경기운용, 선수기용)을 이용해 자신의 전략이 옳음을 증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곧잘하는 수준의 신인 선수가 감독의 옳은(?) 전략안에 들어올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행여 감독이 단장의 틀림을 증명하고자 마음 먹었다면 문제는 더 골치 아프게 된다.

그래서 맹타가 필요하다.

야구는 시즌 기간 동안 상위팀과 하위팀의 성적 차이가 크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보통 6할에서 4할 사이에 모인다.) 시즌 내내 피말리는 경쟁 관계가 지속된다. 그리고 이런 환경 속에서 162경기(메이저리그 경기수)의 긴 여정을 치뤄야하고 예기치 않은 변수마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수들의 출현은 감독의 선택권을 제한시킨다. 그래서 앞서 감독의 선택지에서 배재한 ‘상대방의 옳음을 증명하는 의사 결정’마저 발생하게 된다. 자신의 생존과 맞바꿀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 내내 감독은 단장의 카드 역시 만지작거리게 된다. 그리고 불편하지만 그 카드를 쓰고자 할 때 선수는 자신을(감독의 옳음을) 증명해야 한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야구는 농구, 축구와 달리 팀 보다는 개인의 역량이 팀 성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는 것이다. 기회를 살려주는 선수는 인과가 명확한 야구에서 감독 머리에 각인되기 더 쉽다.(농구와 축구보다) 기회를 듬성듬성 부여받는 선수는 심리적으로 엄청 억울하겠지만- 야구에서 몇번의 기회에 자신을 보여주기란 어렵다.- 붙박이 주전을 위해서 주어진 기회에 맹타는 필요 조건이 된다.

그리고 (fan) 존재한다.

‘개인보다 팀’이라는 구호는 야구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석된 데이터는 농구와 축구와는 달리 야구는 개인의 능력이 팀 성적에 더 직접적으로 관련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데이터는 팀 구성원들이 개인보다 팀이 더 중요하다고 믿으면 믿을수록 팀 성적은 더 좋게 나온는 것도 보여준다. 희생타와 진루타에 팀 원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이유는 팀 스포츠라는 ‘허구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이다.(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은 아니다.)

팬(fan)의 위치가 이와 유사하다. 선수에 대한 팬의 맹목성 역시 좋은 선수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데릭 지터는 뉴욕 양키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메이저리그의 레전드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최근의 분석 데이터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 데릭 지터의 수비 반경이 그리 뛰어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른 선수는 평범하게 잡을 공을 지터는 넘어져 잡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가 레전드가 된 이유는 그의 뛰어나고 꾸준한 성적뿐 아니라 이런 과도한 액션으로 인해 팬과 대중이 그를 비교 불가능한 레전드로 믿었기 때문임도 있다.(팬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지터가 우수한 선수임은 논쟁거리가 아니다. 유격수로서 통산 (20년) 타율이 .310임이 그것을 말해준다.)

다시 말하지만 감독은 단장의 카드를 반드시 만지게 된다. 이 때 팬들이 지속적으로 보내온 허구의 믿음 역시 감독의 믿음(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늘 김현수는 연장 10회 3루까지 진루한후 대주자로 교체 됐다. 1점 승부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감독의 선택이다. 하지만 당신이 팬이라면 알면서도 이렇게 말하면 된다.

감독은 아무 생각이 없구만. 올림픽 금메달, 프리미어12 MVP, KBO 타격왕에 개막전부터 6할을 치고 있는 선수인데 대주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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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Minki Jo

5월 7, 2016 at 3:28 오전

영화, ‘인턴’이 남긴 ‘어른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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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The Intern)

코미디 영화, 인턴(The Intern)은 세대 갈등 해법으로 어른 세대의 이상적인 역할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Source: IMDb.com

영화’ 인턴은 3가지 때문에 놀란다블럭버스터도 아닌 외화가 관객수 360만의 흥행 성적을 거둔 것에 놀라고우리 사회 주요 이슈인 ‘세대간 갈등[1]의 해법을 이 영화를 통해 찾았다는 TV, 신문, SNS등의 쏟아지는 호평과 회자되는 입소문 수에 놀란다.(내가 아는 대기업 교육 담당자는 이 영화 소재를 이용해 ‘세대차’ 극복을 위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 했다.) 그리고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다른 장르도 아닌 코미디 영화에서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또 한번 놀란다.

감성 렌즈 속의 오류들

영화를 통해 세대차‘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의 대부분은 ‘어른 세대의 역할에 초점을 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특히, ‘어른스러움에는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가 공감하는 포괄성과 기대감이 있어 세대 갈등의 의미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그러나 감성적으로는 쉽게 받아들였던 영화 속, ‘어른스러움에는 감성의 렌즈를 걷어내면 쉽게 보이는 오류와 그 정의에 대한 모호함이 숨어 있다이런 오류를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또는 피하고 싶다면실제 영화를 통해 느낀 배려’, ‘소통’, ‘경청’, ‘위안의 어른스러움은 영화 속에서만의 작위적인 환타지에 그치고 말 수 있다.

‘젊은 세대’의 강

어른 스러움의 모호함을 논하기 전에 영화에서 묘사된 젊은 세대의 특징을 먼저 살펴보자영화 초반 해서웨이(줄스) 운영하는 쇼핑몰의 빽빽한 코딩과 프로그램 모니터, 그리고 의사 결정과 실행이 동시에 이루어 지는 회의 모습은 젊은 세대의 특징 중 하나인 기능적 우수함과 속도를 보여준다물론 젊은 세대라고 해서 의사 결정과 실행에 항상 능할리 없겠지만 기능적 우수함과 속도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젊은 세대의 강점이다영화 역시이 보편성을 구체성의 시각화 도구로 편안하게 사용한다.

어른스러움 모호함

반면어른스러움의 경우어른 세대의 보편적 특징과 얼라인(Align)되지 못한채 묘사되어 모호함에 그치고 만다. 어른 세대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한 ‘자동차 빠른 길 찾기’, ‘연애 코치’, ‘타인의 집 침투’ 장면이 특히 그렇다경험을 부각하기 위한 ‘빠른 길 찾기는 오히려 도로의 실시간 정보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의 기능적 우수함이 돋보이는 장치이다.(또 다른 할머니 인턴은 운전하자마자 사고를 낼 뻔했다.연애 코치 능력 역시 시대를 뛰어넘어 경험을 전수(?)하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설날에 모여 33살의 노총각 조카가 큰아버지에게 이성을 유혹하는 법을 진지하게 물어본다 상상해 보면 그 한계를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 타인의 집 침투 장면은 실소를 하게 되는데 영화가 ‘코미디 영화라고 하니 넘어가도록 한다. 종합해보면 로버트 드니로()는 젊은이의 능력까지 갖춘 (보편적이지 않은) 특별한 어른으로 봐야 옳다다시 말해지혜와 경험으로 직원들의 마음에 위안을 준다는 결론 뒤에는 젊은이 같은 어른스러움이라는 역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2]

어른 스러움’: 세대간 특징 너머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혜, 경륜, 경험을 말하는 ‘어른스러움’은 그 묘사의 구체성이 어려울 순 있어도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른스러움은 분명히 실체하는 것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겐 너무나 간단한 문제에요…. 당신보다 ‘경험’이 많은 어느 누군가가 온다해도, 당신이 아는걸 그는 알 수 없을거예요.(To me it’s pretty simple…..Someone may come in with more experience than you, but they’re never going to know what you know)

영화 마지막에 회사의 새로운 경영진 영입에 고민 중인 앤 해서웨이(줄스)에게 로버트 드니로(벤)가 한 말이다. 이 말은 헌신(Commitment)을 통한 젊은 세대 전문성(Competency)의 인정과 대체 불가능한 열정(Passion)에 대한 존경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그의 진정성(Authenticity)이 그녀를 움직이게(용기나게)한다.

각 세대의 대조, 대비 구도는 영화내내 사용되는 중요한 기본 도구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각 세대만의 전유물으로 여겨진 경험,전문성 vs 열정의 대조, 대비 구도가 허물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한 것이 바로 ‘어른스러움’이다.

어른스러움의 적용

올 초부터 현대 카드와 현대 캐피탈은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인사 모델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직급의 승진연한이 2년으로 바뀌어 부장까지 최소 8년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당연히 긍정보다 회의론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회의론을 무의미하게 하는 필연과 당위성이 자리잡고 있다. 정태영 대표 이사는 새 인사 모델의 목적으로  “경륜 또는 젊음의 다양한 리더유형을 공존시키기 위함”을 꼽았다.

어떻게 유능한 젊은 세대가 조직의 경쟁 우위가 되게 할까?  젊은 세대의 헌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어떻게 제거할까? 그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이  ‘어른스러움’이 자연스럽게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1]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의  늙는다는 건 罰이 아니다.’   이 글의 답변 형식의 글, 님처럼 늙는 것은 죄입니다.’는 세대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 영화의 중요한 소품,  손수건 역시 어른스러움의 구체화로 보기 어렵다. 그것에 포함된  ‘배려’의 의미가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다녀야하는 센스(?)로 해석했다면 고리타분한 아저씨 이상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Written by Minki Jo

2월 17, 2016 at 7:03 오전

영화 ‘베테랑’이 별점 2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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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을 좋아한다. 우연히든 아니든 이미 그의 영화 5편을 봤다. 그의 지난 영화, ‘베를린’은 한국영화역사에 손꼽히는 수작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이름만으로도 영화관을 찾게 된다. 최근에는 서점에 놓인 잡지에 그의 인터뷰가 실린걸 보고 잡지를 직접 구매까지 했다. 한 분야의 고수의 생각을 옅듣고 싶어서 였다.

자. 이제 본론을 위한 밑밥을 깔았으니 결론을 먼저 말하겠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베테랑’은 나에게 별점 2개(5개 만점)의 실망작이라는 것 말이다. 현재 추세로 1천만 영화가 될거 같고 내 주변 곳곳에 좋아하는 팬도 많아 이 글이 걱정되지만 내 별점은 그렇다. 이유는 안타깝게도 이 영화가 차별화로 내세운 ‘범죄오락액션, 모듬장르’에 기인한다. 각 장르에서 성공했던 영화와의 비교는 왜 영화, ‘베테랑’이 무엇하나 내세우기 어려운 맛 없는 모듬요리가 되버렸는지를 보여준다.

 

2015년 여름, '범죄오락액션' 영화 '베테랑'

2015년 여름, ‘범죄오락액션’ 영화 ‘베테랑’

 

1. 순수한 악인은 무섭지 않다.(범죄)

베테랑의 악역, 유아인은 무섭지 않다. 시종일관 악한 행동만을 일삼는 악인인데도 말이다. 그것은 양면성 없는 아주 순수한 악인이기 때문이다. 악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순수성이 그의 행동을 예상케 하고 이것이 관객인 내가 혐오스러움은 느낄 순 있지만 무서움은 못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소름끼치는 악인 캐릭터를 보자.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은 평소에 웃음도 많고 장난끼도 많다. 하지만 영화 내내 그의 행동의 비예측성이 보는 관객을 긴장시킨다. 그가 가장 친애하는 ‘브라더’ 이정재마저 언제 죽일지 모른다. 양면성 캐릭터는 악인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자주 쓰이는데, 영화, ‘공공의 적’에서 이성재의 샤워 장면도 그 예다. 이 영화에서 이성재는 샤워 중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자위를 한다. 그리고 샤워 후, 금새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그에게 다가오는 아들을 상냥하게 안아준다.

양면성 캐릭터의 극단으로 가면 그곳에 사이코 패스가 있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심지어 악당들 마저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심각한 사이코 패스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선, 악, 그리고 조커가 있다. 악당들마저 그가 어디로 튈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 허구는 실화만큼 무섭지 않다.(범죄)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무서운 이유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개연성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유아인은 사회비판 악인이 가져야할 ‘실화적 개연성’ 역시 가지지 못했다.  즉, 현실과 허구 중  허구에 좀 더 치우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 버렸다.

왜 베테랑의 개연성이 실화가 아닌 상상력에 치우쳐버리고 말았을까? 유아인이 저지르는 악질스런 행동 하나하나는 뉴스에서 한번씩 접한, 돈많은 사람들의 비열한 작태들이다. 그러나 하나의 실화는 존재했지만 여러 개의 실화가 교집합 되는 순간 실존 인물이 사라져 버렸다. 여기에 유아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인물인데 실존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영화, ‘추격자’의 하정우,  ‘살인의 추억’의 살인범이 영화를 다 본 후에도 실존했던 범인으로 인식되는 것과 다르다.

물론 류승완 감독도 이런 요소를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 영화에서 황정민의 대사 중, “사과하면 큰 일도 아닌에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리냐?”고 한다. 이 대사는 황정민이 유아인에게 하는 대사였지만 오히려 감독이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고민처럼 들린다. 실화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효과도 작고 영화내 관객의 긴장을 유지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여러 실화를 교집합시켜 일을 크게 벌린 것이다. 과장된 상황 속에 실화를 유지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용하면 올드해지는 실존감 포장지, ‘신파성’ 마저 사용했다. 마카롱을 아이에게 주는 한편, 곧바로 강아지에게 주는 장면이 그렇다.

이런 유아인의 어정쩡한 악인 위치는 과장됨과 무리함의 정점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명동 한복판으로 보이는 개연성 전혀 없는 황정민과 유아인의 지루한 마지막 길거리 격투 씬을 낳고 말았다.

3. 순간을 웃길 것인가? 재밌는 영화로 남을 것인가? (오락)

영화 상영 내내 관객을 웃기려는 곳곳의 강박들이 영화 전체의 유쾌함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상황 설정이 아닌 순간적인 말로 웃음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블랙코미디의 진수인,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Wolf of Wall Street)는 오락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크게 웃기는 순간은 없다. 그러나 웃긴 상황을 설정한다. 영화에서 마약에 취했지만 페라리를 질질 끌고 집에 가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분투 장면이 그렇다. 디카프리오는 그 상황 안에서 그런 미친 짓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관객도 잘 안다. 베테랑에서 갑작스런 마동석의 출현이나 장윤주의 슬랩스틱 코미니, 10분에 한번꼴로 나오는 말장난 개그는 나와 관객을 웃겼다. 단 , 2초만.

4. 저차원의 말초신경 자극(오락)

사용되는 말초자극 차원이 1차원이다.  유아인이 여성의 가슴에 얼음을 넣거나 얼굴에 케잌을 바르는 장면이 그렇다. 그냥 사이코가 자기가 하고 싶어 타인에게 모욕을 주는 일차원 자극이다. 화투를 치다가 갑자기 오강에 오줌누는 여성이나(영화, ‘타짜’) 돈을 주고 여성의 머리를 삭발하는 것(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은 그 시각적 행동 이상의 다른 자극이 숨어있다. 전자는 오줌누는 소리를 막기 위해 트는 음악이 오줌 소리보다 더 자극적이고 후자는 여성이 삭발하는 걸 동의했다는 점이다. 물론 1차원 말초신경 자극이 더 자극적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유아인에게 ‘타짜’의 김혜수를 바라진 않지 않은가?

5. 현실과 멀어진 해피엔딩  (범죄와 오락)

어쩌면 유아인은 전체적인 맥락만 ‘실존’을 따르는 ‘부당거래’의 류승범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부당거래’가 새드앤딩을 통해 관객에게 현실과 같은 여전한 찜찜함을 주는 것과는 반대로 ‘베테랑’은 오락성으로 인해 해피엔딩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현실과 멀어져 버렸다. 그나마 베테랑이 새드앤딩하지 않은건 다행일 지 모른다. 이 경우에는 감독이 사이코 패스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

6. 액션을 통해 아프지 않다.(액션)

액션장면이 관객을 아프게 하지 못했다. 최고의 액션 장면이라는 ‘올드보이’에서의 최민식이나 류승완 감독의 전작인 ‘베를린’의 액션 장면은 보는 나를 아프게 한다. 바닥에 떨어질 때 엉치뼈를 서랍 모서리에 꽂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치를 쓰려 황정민이 길거리 소화전에 넘어지기도 하지만 전작의 냄새만 날뿐 이다.

7. 기타

장윤주의 연기는 아쉽다. 내가 그녀의 노력과 헌신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지만 그녀가 나오는 장면 하나하나는 내 몰입을 방해 했다. 관객의 한명으로서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거다.

8. 마지막

내 별점 기준 중 하나는 “봐야하는 영화”가 2.5이다. 이 영화는 꼭 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되어 2점이다. 그럼에도 서두에 밝힌 바와 같이 나는 류승완 감독을 우리나라 최고라 생각한다. 인터뷰에서 그가 밝혔듯이 베를린 2가 나오면 나는 다시 영화관으로 향할 것이다. 내가 즐기는 THX관에서.

— 이 글은 읽는 이의 공감 요소는 배제하고 온전히 제 취향으로만 구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따라서 읽으면서 불편할 수 있습니다. —

 

 

Written by Minki Jo

8월 17, 2015 at 11:54 오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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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pachunleader.tistory.com (Bing Search)

Source: http://pachunleader.tistory.com (Bing Search)

안현수에게 무슨일이 일어났을까?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 연일 소치 올림픽에서 벌어지고 있다. 안현수(빅토르 안) 이야기이다. 며칠 전 1500m 에서 동메달을 따내 러시아에 사상 첫 쇼트트랙(Short-Track Speed Skating) 종목의 메달을 안긴데 이어 오늘은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그가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모습에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알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안현수라고 러시아 국기를 들고 싶겠나 “라면서..

현재로서는 그가 조국을 바꾼 이유는 그를 포함해 사건의 관련자들만이 정확하게 알 것 같다. 올림픽 시작 전 부터 언론에서 쏟아내고 있는 과장섞인 그의 귀화 스토리와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는 동정론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더라도 분명 그가 귀화를 결정한 그곳엔 무엇인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지난 목요일(2월 13일)에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사태의 진상을 확인해보라 지시했고 현재 문화관광체육부에서 확인 중에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회사에 유능한 인재가 있다. 그는 항상 주변의 동료보다 괄목할 성과를 낸다. 하지만 그가 속한 회사는 내부 경쟁을 지양하고 협력을 강조하는 회사다. 회사는 이 유능한 인재를 어떻게 해야할까?

“재능은 있는지 모르지만 목표와 행위가 너무 경쟁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람들은 주저 없이 해고하거나 떠날 것을 권한다.” 이것이 조직 행동학에서 100여권의 책과 논문을 공저한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제프리 페퍼와 로버트 셔튼의 답이다.[1]

다시 말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이다. 실제 미국 최대 의류업체 중 하나인 더 멘즈 웨어하우스(the men’s warehouse)는 회사에 가장 성공적인 영업사원을 해고한 적이 있다. 해고 이후, 어떤 영업사원도 그 직원만큼 팔지 못했지만 그가 속했던 매장은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한다. 유능한 인재가 떠난 후 팀은 상향 평준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여러 성공 기업의 비결 중 하나인 “인재 경영”에 반한다. 미국 은행 중 시가 총액 1위인 웰스 파고(Wells Fargo)는 언제 어디서든 뛰어난 인재를 발견하는 즉시 채용하고 특별한 직무를 염두에 두지 않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2] 삼성의 신경영 역시 이건희 회장의 “한명의 뛰어난 천재가 수천명을 먹여살린다.”는 것에 기반하고 있다. 1983년 웰스 파고의 경영 팀 멤버들을 후에 열거해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느 한 대기업의 CEO로 가 있었다. 다시 말해 뛰어난 인재는 어디를 가나 두각을 나타나게 되어있다.

유능한 인재가 떠난 절에는 무엇이 남을까?

서로 달라보이는 의견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언급된 기업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그것은 언급된 기업들이 그들만의 강력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재 경영’에 반하는 실행이 더 멘즈 하우스에겐 옳바른 선택이 된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경영학 책이 협동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조직문화가 우수 인재를 포기할 수 있게끔 하는 경우는 실제로 많지 않다. 만약 기업이 임금 수준을 낮추게 되면 가장 먼저 나가는 사람들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다수 포함된다. 유능한 인재가 생각하는 급여에 대한 위생 요인(hygiene factor)이 무능한 직원의 그것보다 높기 때문이다. 결국 유능한 인재를 남게 하는 내적동기와 외적동기이 없다면 유능한 인재는 떠나게 되고 기대했던 상향 평준과 반하는 하향 평준이 일어날 것이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분야의 극강의 선수이다. 이건 그의 플레이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프로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떠난 대한민국 남자 쇼트트랙 팀은 하향 평준되었고(남자 5000 m계주 결승 진출 실패) 러시아 대표팀은 상향 평준되었다.

안현수와 김종훈의 낙마

그가 딴 오늘의 금메달은 자신이 극강임을 증명한 계량화라 할 수 있다. 결국 계량화의 성공으로 빙상연맹 사이트는 마비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계량화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불가능하다. 그 역시 전성기가 훨씬 지난 이후에 이것을 증명해야 했기에 그만큼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나는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낙마한 김종훈 벨연구소 사장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기업을 창업해 10억 달러에 매각하고 벨연구소의 소장에 역임되기 까지의 그의 인생 이야기는 창조 경제의 적임자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한번도 타지 못한 대한민국은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벨연구소의 사장을 가차없이 희생시키고 말았다.[3] 초대 수장을 잃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 경제는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고 그 비용은 현재 우리가 지불하고 있다.

코미디 in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시가 있고 나서 진상조사에 착수한 문화관광체육부의 행동은 마치 코미디처럼 보인다. 누구나 잘못되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꼭 위에서 지시를 해야 움직이니 말이다. 이해관계와 정치논리의 손바닥은 사실이란 해를 가릴 수 없다. 가릴 수 없음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이것을 고쳐나가지 않으면 일일히 스스로를 증명해야하는 방법만이 남는다. 계량화는 천문학적 기회비용이며 이 비용은 우리사회가 지불해야하는 짐이다.


[1] 제프리 페퍼, 로버트 셔튼,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인용

[2] 짐 콜린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인용.

[3] 김종훈 사장이 낙마하면서 쓴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는 창조 경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지만 아직도 창조경제는 대한민국에서 알수 없는 3가지 중 하나로 이야기 되고 있다. 창조 경제의 정의는 이렇다.

A “creative economy” will boost globally competitive small and medium-size businesses by leveraging science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in a way that generates good jobs for young people at home — not to replace the export-focused big corporations but to complement them.

Written by Minki Jo

2월 16, 2014 at 12:46 오전

왜 아이디어는 샤워장에서 떠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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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창의성 장소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라 붙잡고 싶은 순간이 있다.  1.샤워할 때 2. 잠자리에 들 때, 그리고 3.주변에 메모할 수 있는 도구가 없을 때가 그렇다. 특히 샤워는 예상치 못한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나게 하는 장소인데 이것저것 상상하며 씻노라면 불과 몇 분 전 머리에 샴푸를 했었는지 기억이 안나 다시 한번 비누칠하는 일이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샤워 시간이 길어져 예전에는 아내에게, 잠시 부모님 댁에 살고 있는 지금은 어머니의 물절약 잔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혹시나 아이디어를 마음대로 꺼내오는 요령이 있나 싶어 세상을 창조적으로 변화시킨 위인이나 창의적인 삶을 살펴보니 그들이라 해서 특별한 도깨비 방망이는 딱히 없어 보인다. 오히려 내가 샤워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처럼 그들도 여러 휴식 순간에 우연히 좋은 영감을 얻었다. 스티브 잡스가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을 모방했다고 알려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알토(Alto)를 만든 앨런 케이(Alan Kay)는 회사 사무실 구석에 14,000 달러의 사워기를 설치해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샤워를 하는 도중에 얻기 때문이었다.(물론 회사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지만)[1] 90년대 문화 대통령으로 시대를 앞서간 노래를 만든 서태지 역시 잠자는 시간에 좋은 멜로디가 많이 떠올라 침대 옆에는 항상 녹음기를 두었다.

도대체 창의성이 발휘되는 순간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어릴적 레고와 같은 블록 놀이가 현재의 창의력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는 것일까? 고전을 많이 읽어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면 창의성이 생긴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는 주장일까? 아니면 가수 싸이가 밝힌 그의 창의성 비법처럼 책읽기는 그만두고 당장 실행하는 것이 답일까? 그것도 온몸을 다해서 말이다.

만약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아이디어 순간을 더 빈번하게 벌어지도록  조절할 수 있을까? 도대체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왜 샤워장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를까

다시 샤워장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으로 돌아가 보자. 샤워 전에 특별한 주제를 생각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  샤워하는 동안 역시 의도적으로 몸을 씻어야하는 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간엔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 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불연듯 유레카! 순간이 나타난다. 빨리 밖으로 뛰쳐 나가 어디에 적어두거나 그것을 당장 실행해보고 싶지만 아직 샤워를 마치려면 일정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시카고대학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그의 책 ‘창의성의 즐거움’에서 창의성이 발휘되는 과정을 호기심, 아이디어 잠복기, 깨달음, 여과과정, 완성의 5단계로 설명한다. 과학저술가로 유명한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 역시 이 유레카 순간을 만들기 전에 ‘인큐베이터 순간(Incubator period)’은 필수적이라 말한다.[2]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한 잠복기와 깨달음 단계 사이에는 의식에 의해 정돈되지 않은 아이디어가(잠복기) 스스로 움직이게 되어 뜻하지 않은 결합(깨달음)이 만들어지는 것 처럼 보인다. 인식론자들은 이것을 “아이디어들이 의식적인 지시에서 벗어남(예: 샤워, 쇼파, 잠, 헬스장, 산책, 대화 등)에 따라 임의적으로 결합하면서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디어간의 연결이 잇따라 일어난다.”고 설명한다.[3] 샤워장이 무의식적인 몰입을 유도하고 이 몰입이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디어를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샤워장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렇다면 샤워장에서 떠오른 아이디어의 근원(Source)는 어디였을까? 나는 아이디어 샘의 위치는 그것이 떠오르기 이전에 ‘호기심을 갖고 고민했던 시간들’과 내가 보고, 만나고, 느낀 ‘모든 경험의 다양성’에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1. 경험, 내 이야기의 모든 것

5살의 꼬마 모짜르트는 비록 또래에 비해 탁월한 연주가였을지라도 경험이 없었기에 창의성은 없다. 실제 꼬마 모짜르트가 작곡하고 연주했던 것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완성된 작품을 그저 그대로 따라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실제로 새로운 것을 작곡한 것은 10세가 지난 이후였다.) 생물학상 위대한 업적중 하나인 멘델의 법칙을 발견한 그레고리 멘델(Gregor Mendel)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적 부터 원예일을 도왔기 때문에 그의 유명한 멘델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4]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 영화 1,2위인 아바타와 타이타닉 (각각 2013년 기준, $27억과 $21억)의 아이디어 역시 두 영화의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의 해양 생태계에 대한 경험에서 얻었다. 그는 다이빙을 즐겨했고 다이빙 중에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떠올렸다. 영화 아바타의 아이디어 역시 타이타닉 영화를 찍던 중에침몰해 있던 타이타닉호로 보낸 기계가 전송해준 화면에 영감받은 직후 ‘나를 대신에 세상을 대신 경험하는 무엇인가’를 떠올렸다고 한다.[5]

실제로 내가 샤워 중 갑자기 떠오른 새로운 아이디어 역시 완전 무결한 새하얀 백지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경험했던 어느 순간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처럼 창의성은 새로운 것은 경험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역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Source: 2010년 제임스카메론 감독의 TED Talks:  그의 바다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그에게 아바타와 타이타닉을 만든 영감을 가져다 주었다.)

2. 궁리(Think Hard)와 고독

 그건 내가 아주 똑똑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오래 물고 늘어져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6]

왕관이 순금으로 만든 것인지 알아보라는 황제의 명을 받은 아르키메데스는 목욕 중 ‘유레카=깨달았다’ 를 외쳤다. 하지만 만약 그가 유유히 놀며 문제에 대한 치열한 궁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목욕이 주는 몰입에 빠지지 못했을 것이고 아이디어가 임의적으로 결합하는 행운 역시 그에게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당시의 최고 난제를 풀기 위해 끙끙댔던 궁리의 결과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은 한글과 거북선이 아닌가? 숱한 풍파에도 자신의 안위보단 국민을 측은해하고 외적에 대한 걱정으로 잠못이룬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아인슈타인이 말처럼문제를 오래 물고 늘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1956년에서 1962년 사이, 6년간 캘리포니아 버클리 캠퍼스의(UC Berkeley) ‘ 성격 평가와 조사 연구소(Institute of Personality Assessment and Research)가 실시한 성격과 창의성에 대한 연구는 이 주장에 힘을 싣는다. 연구진들은 건축가, 수학자, 과학자, 공학자, 작가등 다양한 분야에게 눈에 띄게 창의적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분류한 후 이들에게 성격 테스트와 문제해결 실험을 하였다. 반복된 실험 결과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사교에 자신있지만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을 독립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고 묘사했으며 십대 때는 숫기가 없고 혼자 지냈다는 이가 많았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예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공동 창업한 괴짜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을 들 수 있다. 그가 애플의 첫번째 컴퓨터를 발명하던 시기에 그의 하루 일과를 보면 그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역시 ‘그가 항상 혼자였다는 사실’이라는 것 뿐이었다. 내향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경종을 울린 책, 콰이어트의 저자 수잔 케인(Susan Cain)은 아이작 뉴턴의 성격이 테라스에서 술잔을 부딪치는 것이 아닌 혼자 나무에 앉아 있는걸 선호 했기 때문에 사과가 그에게 떨어질 확률이 더 높았다고 의미있는 유머를 던진다.[7] 어쩌면 이것이 팀 회의 중에 “좋은 의견 있으면 허심탄회하고 자유롭게 말해봐”라는 상사의 말에 좀처럼 뛰어난 생각이 들지 않은 이유일 수 있겠다. 다시말해 샤워장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는 샤워하기 훨씬 이전부터 인큐베이터 안에 꿈틀대고 있었고 고독한 궁리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깨어나게 된다.

브레인스토밍

조직에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은 가능한 많은 제안을 책상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를 푸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합의를 쉽게 이루려고하는 집단사고(Groupthink)와 비판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실제로 조직행동학의 유명한 논문과 책을 100여권 공저한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와 로버트 서(Robert I. Sutton)교수는 매번 책을 공저할 때마다 소속된 연구진들과 함께 치열한 브래인스토밍을 통해 그들의 아이디어를 선택해 나갔다고 한다.[8]

하지만 이런 브레인스토밍의 유용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창의적인 순간을 살펴보면 이와 반대인 ‘고독한 궁리’의 이야기를 더 빈번하게 접하게 된다. 창조적 삶을 산 사람은 시끄럽지 않은, 대부분 혼자만의 편안한 공간을 사유하고 있었다. 종합해보면 브레인 스토밍은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한 4단계인 여과 과정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는 듯하다. 박학함과 궁리가 선행되지 않은 브레인스토밍은 집단사고의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9]

IQ와 돈

미국 스탠포드의 심리학자 루이스 터만의 장시간에 걸친 우수한 정신 능력 연구에 따르면 IQ가 120이상에서는 IQ가 높은 만큼 더 창의적이지는 않다고 한다.[10] 이 연구 결과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소식일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쁜 소식일 수 있으나 확실한 것은 창의성과 지능에대한 일반적인 과장된 믿음을 누그러뜨린다.

또한 창의적인 사람은 돈에 초연할 것이라는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무리 창의적인 사람들이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에 의해 창의성을 발휘한다고 해도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선 보상(Baseline Rewards)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보상은 오히려 창의성을 감소 시키는 역설이 발생한다. 하버드 경영대학 교수인 테레사 아마빌레(Teresa Amabile)의 창의성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전문화가들이 고객의 의뢰를 받은 작업을 할 때(보상을 받을때) 그렇지 않은 작품을 할 때에 비해 창의성이 상당히 부족했거나 기술적인 면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11]

3. 실행, 일단 시작하자

창의적인 전문 작가들은 글 쓰기전 되도록 많은 아이디어를 모으는데 집착하지 않고 일정 수준의 자료가 모이면 일단 쓰기 시작한다. 마치 그들은 예상치 못하게 어울리지 않은 두 아이디어가 언젠가 만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나는 문득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단 한번도 처음의 의도대로 쓰여진 적이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과 같은 확신은 없었지만 나 역시 매번 글을 쓸때마다 창발하는 창의성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수 싸이가 그의 창의성의 비결로 말한 것 처럼 실행 중 나타나는 창발적 창의성은 창의성의 양과 질을 가속화한다.

, 블로깅, 영화, TED, 대화, 동굴, 실행

아래 표-1은 창의성에 대해 연구했던 학자들과 창의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생각을 내 나름대로 정리한 자료이다. 서로 다양하게 창의성의 근원(Source)을 주장하고 있지만 크게 7개의 범주로 구분할 수 있고 내가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역시 이 범주에 해당함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현재 내 인생의 첫 책을 쓰기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책을 쓰기전 내가 목표로 한 300여권 채우기 보다 쓰면서 300여권의 지식을 얻는 것이 더 유용함을 알았다. 나는 좋은 책과 글을 읽는 것을 놓지 않을 것이다. 블로그는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재야의 고수들을 만나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이다. 영화와 TED강의 역시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이들 모두는 각 분야의 정상에 있는 사람들의 수십년 경험을 단시간에 간접 경험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대화는 샤워하는 것 만큼이나 아이디어를 인큐베이터에서 깨어나게 한다. 대화를 통해 내가 상대방의 의견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것보다 어지러워진 내 아이디어가 결합되는걸 종종 느끼기 때문이다.[12]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다시 혼자만의 동굴로 이 모든 것을 가지고 들어갈 것이다. 그 동굴엔 예상치 못한 긍정의 아이디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음에 설렌다.

표-1: 창의성에 대해 연구했던 학자들과 창의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생각하는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가?”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창의성의 즐거움에서 인용

[2] 스티븐 존슨의 TED 강의 ‘Where good ideas come from’ 인용

[3]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창의성의 즐거움 인용

[4] 미하이 칙센트미아이, 창의성의 즐거움 인용

[5]영화 감독으로써의 몇번의 성공은 그가 타이타닉호를 직접 탐사할 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였고 침몰한 배 안으로 보낸 기계가 전송해준 영상을 본 후 받은 희열과 영감을 통해 ‘나를 대신해 사물을 보는’ 아바타에 대한 개념을 떠올렸다. (제임스 카메론의 2010년 TED, ‘Before Avatar…a curious boy ’참조)

[6] 수잔 케인, 콰이어트에서 인용

[7] 수잔 케인, 콰이어트에서 인용

[8] 제프리 페퍼, 로버트 튼,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인용

[9] 떠오른 아이디어를 버리는 능력 역시 창의성의 중요한 일부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새로운 시나리오 중에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고르는 것을 창의성이라 정의했을 정도로 여과과정을 강조했다. 여과과정없이 현실성과 생존가치가 결여된 시나리오를 무한히 만드는 것은 그저 망상일 뿐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에드워드 윌슨, 통섭) 하지만 이 글에서는 창의성의 5단계 중 잠복기와 깨달음에 초점을 둔다.

[10]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창의성의 즐거움에서 인용

[11] 다니엘핑크, 드라이브(Drive)에서 인용

[12] 스티븐 존슨은 좋은 아이디어는 the liquid network이라고 그가 명명한 서로간의 잡음을 공유할 때 생긴다고 주장한다. (그의 TED강의 ‘Where good ideas come from’)

Written by Minki Jo

2월 9, 2014 at 4:48 오전

스티브 잡스와 무한도전 멤버들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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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개구쟁이였다

나는 개구쟁이였다. “어릴 적 개구쟁이가 아니었던 사람이 어디 있어?”라 반문할 수 있기에 ‘우리 모두는 개구쟁이였다.’로 말해야 옳다. 어린 시절, 계단에 비치된 빨간색 소화기 속이 궁금해 집에 갈 때마다 소화기를 거꾸로 들어 그 안에 있는 흰색 액체를 계단에 쏟아 부어 놓곤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집에 찾아온, 내가 형사로 생각했던 사람에게 눈물을 쏟으며 죄를 이실직고했다. 그날 찾아온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왜 당시 소화기에는 흰색 액체가 쏟아져 나왔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아있다.

어느 날, 테니스 공이 아닌 진짜 야구공으로 야구를 하고 싶어 처음 시도했던 야구공 야구에서, 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깨고 말았다. 왜 다른 아이들에겐 없던 일들이 꼭 내가 타석에 서면 벌어져야 하는지 나는 억울했다. 이런 일은 동네 뉴욕제과의 네온 싸인등을 깨뜨렸을 때도 반복되었다. 분명 하나만을 맞췄는데 연쇄적으로 12개가 깨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개당 3만원씩이라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 청구되었다.

YouTube의 유명인사들

온라인 상에 장난을 의미하는 ‘prank’란 단어를 검색하면 갈매기에 설사약을 먹여 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지나친 장난에서부터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형성된 전화번호를 누르면 질문자에게 전화가 걸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키스를 해야 하는 창의적인 장난까지 여러 괴짜들의 장난을 볼 수 있다.  누가 더 못된 짓을 했는지 ‘증거 없는 어린 시절 무용담’을 겨뤘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IT의 발달은 자신의 장난을 대중 앞에 광고하기까지에 이른 것이다.

케브점바(KevJumba)와 니가티비(NigaTV)는 내가 유투브(YouTube)에서 구독하는 몇  안 되는 채널 중 하나다. 이 두 채널은 23살 동감내기 미국인 청년인 타이완계 케빈 우(Kevin Wu) 와 일본계 라이언 힉(Ryan Hig)에 의해 각각 운영되고 있는데 이 채널들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동영상은 그냥 평범한 10대나 20대의 재미있게 과장된 노는 일상이 전부다. 결국 이 둘 모두는 10대 때의 유투브 인기에 힘입어 대학에서도 영화와 영화제작을 전공 하게 되었고 지금도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제대로 놀고, 떠들고, 장난치는 것만으로 자신의 적성과 직업을 찾아가는 법을 평범해 보이는 두 청년이 보여주고 있다.

평범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 두 친구의 마케팅 영향력은 평범함을 초월한다. 케브점바와 니가티비는 각각 3백만과 천만 명의 구독자(Subscribers)를 거닐고 있으며 두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 조회수는 각각 3 억, 15억 뷰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어마어마한 숫자가 그들의 영향력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많은 기업의 홍보담당자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상품을 그들의 동영상에 보이기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스타트업 기업인 뮤직 쉐이크(Musicshake)의 미국 지사를 담당하고 있는 배기홍씨는 케브점바와  뮤직쉐이크를 광고 동영상을 제작하는데 성공했고 이 동영상은 현재 200만 조회수를 넘는 광고 효과로 이어졌다.(배기홍, ‘스타트업 바이블’)

케브점바채널의 최신 동영상 중 하나인 ‘Living Alone’

위대한 괴짜들의 성공

위에서 지나친 장난으로 언급한 ‘갈매기 설사약 먹이기’를 내 주변 친구들에게 보여줬을 때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반응은 생각 없는 이 친구들의 행동에 대한 비난이 우선적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의 철 없던 어린 시절의 나쁜 행동에 대해선 관대한 것 같다.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페이스북(Facebook)을 처음 만들 때 하버드 대학교 기숙사에서 인기 있는 이성이 누구와 밤에 같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능으로 학생들을 끌어들였는데 이 기능은 논란의 여지 없이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기업의 창업 초기 무용담으로만 전해진다.

괴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스티브 잡스(Steve Jobs) 역시 공짜로 전화를 걸게 해주는 ‘블루박스’를 가지고(친구 워즈니악(Steve Wozniak)이 만들었다.)  교황청에 전화를 해서 본인을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라 속이고 요한 바오로 6세 교황과 통화를 시도한 유명한 장난을 한 바 있다. 실제로 잡스는 이 기계를 자주 사용했는데 죄의식이라기 보단 전화 회사를 갈취하는 느낌을(공짜로 전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ADHD에 대한 나의 기억

나는 중학교 2학년 아이의 과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은 수업 후 아이의 어머니가 나를 조용히 따로 불러 아이가 ADHD라 불리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지금은 널리 알려졌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한 이 전문 용어가 아이 어머니의 근심을 한층 더 가중했었던 것 같다. 아이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왜 매번 나무라기만 했는지 그녀는 자책하며 나에게 특별한 지도를 부탁했다.

그런데 일년 넘게 아이의 행동을 지켜켜보며 느낀 것은 나의 기준에 있어서 학생의 행동이 그냥 평범한 그 나이 또래의 개구진 남자아이란 생각과 왜 하필 의학의 범주는 그 아이를 비정상에 놓았을까란 생각이었다.(문외한인 내가 의학의 범주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서른이 넘은 지금도 ‘주위산만’하면 누구보다 자신 있는 전공(?)이기에 어린 시절엔 이것이 좀 더 심했었는데 지금의 의학 관점에서 과거의 나를 보면 나 역시 심한 ADHD로 판명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피아노 실력은 늘지 않으면서 피아노학원을 5년 넘게 꾸준히 다닌 것도 그곳에 가면 건반을 마구 쳐도, 소리를 질러도 다른 소리에 묻혀 주변에서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물론 선생님은 부모님과 몇 번이나 상담을 했지만) 피아노 학원은 주위산만을 분출할 수 있었던 나만의 운동장이었던 셈이다. 내가 10년 만 늦게 때어났으면 나 역시 ADHD를 핑계로 더 따뜻한 어머니의 밥을 먹을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나친 나의 장난 역시 중학생이 되면서 수그러들었는데 아마도 엄격한 중고등학교 선생님들과 무엇보다 ‘조숙성’을 강제하는 대학입학을 위한 커리큘럼 안에 속하면서부터였던것 같다. 나의 ADHD학생은 수업 중에 종종 자신이 조립한 컴퓨터를 뜬금없이 꺼내 나에게 자랑을 하곤 했었는데 나는 어리석게도 “지금은 수학의 도형의 닮음 원리가 더 중요하다”는 논리로 그의 이야기를 막곤 했다.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와 같은 흥미를 보이는 어른이나 또래를 소개해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나 역시 그를 강제하는 역할을 한 것이 지금에 와서야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성세대도 스펙세대

최근 몇 년 동안 작지만 창의적인 기업으로 불리는 스타트업(Start-up)에 국가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래의 국가 동력을 ‘성실과 근면’에서 ‘창조와 창의’로 옮기려는 긍정적인 신호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캐치프레이즈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밌는 글과 방송으로 유명한 휴(休)테크 전도사인 여러가지문제연구소의 김정운 소장은 “한 시대를 발전시켰던 동력(대한민국의 성실, 근면)은 그 다음 시대의 발전에 발목을 잡는다.”고 했다. (역사의 변증법이라고 한다.)(김정운,’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요즘 세대들은 왜 이렇게 스펙(spec)이라는 것에 목매는지 모르겠어.”  내가 어느 기성세대에게 들은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스펙을 쫓았던 것은 우리 세대 뿐만이 아니었단 생각이 든다.  통채로 베껴 쓴 논문 표절을 넘어 심지어 다니지도 않은 대학을 다녔다고 했던 공인들의 웃지 못할 사건들이 몇 년 전 사회적 이슈가 됐었다. 누군가의 이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외국의 그럴싸해보이는 프로그램 수료나 방문교수같은 직함의 허울 역시 성실함의 증거가 아닌 ‘기성 세대의 스펙 쫓기 결과‘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오지랖’ 그리고 사회적 수용성

“LSD(마약의 일종)는 사물에 이면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저의 인식을 강화해 주었습니다.” (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위에서 언급한 김정운 교수와 스티브 잡스의 말을 보며 성실함을 강조했던 이전 글, ‘전력 다하기, 필요 이상의 능력을 쫓는 그대에게’와의 모순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잡스가 갖고 있는 것 같은 지나친 자유로움까지 사회가 받아줘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다. 성실함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이 어떤 일련의 성과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본 중에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로움에 대해선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는 아래 ‘한국의 오지랖’ 사진이 내가 하고픈 말을 대신하고 있다.  매년 어린이날이 되면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칭송하면서 청년이 되면 사회가 원하는 제한된 길만을 강요하는 것이 이 사진 속에 보여진 우리 사회의 모순이다. 이런 모순된 사회 속에서 위와 같은 스티브 잡스의 행동이 발붙일 곳을 찾기란 쉬워 보이지 않다.

한국의 오지랖

Source: 인터넷에서 ‘한국의 오지랖’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동종의 사진이 검색된다.

우리 부모님은 아들이 그 좋은 대학을 때려치우고 나오겠다고 선언했을 때 조금도 흥분하지 않으셨다. 게다가 ‘마이크로컴퓨터’인지 뭔지, 그 당시에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변함없이 적극적으로 나를 지지해 주셨다. (출처, 네이버 지식 백과)

 20대의 빌게이츠가 그 좋은 하버드 대학교를 중퇴한다 부모님에게 말했을 때 당황한 기색없이 그를 지지했던것은 바로 그의 부모님이었다. 이런 부모님의 모습에 오히려 빌게이츠가 당황했다. 잡스가 히피(hippie)를 쫓으며 마약을 한 것은 자유로운 미국 사회일지라도 용납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그가 자유롭게 그의 망상들을(잡스의 반대자들은 망상이라 여겼으니까)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platform)이 되어주었다. 생물학자 시몬톤(Simonton)의 책 ‘천재의 기원(The Origins of a Genius)’에 의하면 뛰어난 과학자 중 28퍼센트, 작곡가 중 60퍼센트, 화가 중 73퍼센트, 시인 중 무려 87퍼센트가 약한 정도 이상의 정신적 장애를 보였다고 한다.(매트 매들리, ‘본성과 양육’에서 재인용) 이처럼 정신적 장애라는 극단적인 현상도 열등함이 아닌 차이로 받아들이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의 수용성이 중요한 것이다.

젊음, 모르고 덤비는 도전의 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이 젊은이들을 위로하는 잔소리(?) 책이 넘쳐나고 있다.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7명의 멤버를 보면 학창시절 반에서 가장 공부 못했던 사람, 하지만 놀 줄은 알았던 이들로 구성되어있다. 고등학교 시절 넘치는 끼를 주체 못하고 밤새 놀다 학교에 와서 취침하다 보면 선생님들의 매가 여지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질게 맞고도 다시 잠을 자곤했던 그 친구들이 성장한 모습처럼 보인다. 건국이래 대한민국의 최고 히트 상품은 누가 뭐래도 싸이(psy)다. 그는 노는 것 하나로 세계에 대한민국을 각인시켰다. 자, 이제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젊으니까 할 수 밖에 없는 것‘을 말해야 한다. 잡스와 함께 리사(Lisa)를 만들었던 당시 최고의 애플 엔지니어 빌 앳킨슨의 말이 울림으로 다가온다.

 “ 모르고 덤비는 도전이 지닌 힘을 깨달았어요. 불가능하다라고는 아예 생각조차 안 했기 때문에 결국 해낼 수 있었던 거지요” (빌 앳킨슨(BillAtkinson))

Written by Minki Jo

8월 21, 2013 at 6:35 오후

21세기 레몬 마켓(Lemon Market)과 기득권으로부터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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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회사는 한양대와 고려대 출신이 임원으로 많은데 그래서 나도 선배들이 나중에 끌어 줄 것 같아. 그런데 이번에 정권이 바뀌면서 고려대학교 출신이 힘을 받을 것 같아.”

나보다 일찍 직장 생활을 시작한 신입 사원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

때묻은 기득권의 탄생

‘기득권’, 이 말 자체는 ‘부여 받은 권리’라는 뜻으로써 부정도 긍정도 뜻하지 않으며 부유와 빈곤 또한 포함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저 ‘이전의~’라는 과거시제를 포함하면서 어떤 것을 ‘집행 또는 실행하는 일시적인 권리’라 칭하는 것이 옳다. ‘기득권’은 당위적이다. 사회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회를 설계하는 전제주의와 공산주의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이상적인 사회주의 역시 잉여가치를 누군가는 분배, 집행해야 할 것이고 심지어 무정부주의일 경우에도 그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자본주의라면 이윤 동기겠다)을 유지 하기 위해선 누군가는 반드시 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물 교환만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몇몇 실험 사회가 예외일 수 있겠으나 이런 종류의 사회는 보편성의 한계를 가진다.

가치 중립적인 이 당위적인 권리, 기득권은 이것을 가진 개인과 집단의 ‘이해 관계’에 의해 우리가 현재 기분 좋게 바라보기 힘든 ‘때묻은 기득권’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의 기득권이 더 구질구질해 보이는 것은 억울한 과장일 수 있다. 그것은 단지 이해 관계가 돈이었을 뿐이고 그 돈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이 그리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주인인 ‘민주(民主)’주의 에 살고 있다. 주인이길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에게 나의 권리 일임하기’는 대의정치로 인해 정당화되었고 이 대의정치는 사회의 건전성과 그 건전성의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백 보 전진을 위해 한 보 먼저 후퇴 하는 정도다. 매일 점심 메뉴 고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또 다른 복잡한 결정에서 해방되고 싶지 않겠는가.

처음의 친구와의 대화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전 세대의 특권을 특별한 노력 없이 물려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그의 생각과 같이 일어나는 사건들을 사내 기득권의 횡포로 간주할 수 있다. 친구 역시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자유의지와 상관 없이 벌어지는 행운’에 특별히 저항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다. 나는 비겁하게 여기서 친구의 이야기로 둘러대고 있지만 나 역시 이해 당사자가 되면 자연스레 떨어지는 떡고물을 거절할 용기 내기가 쉽지 않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에 능력주의를 채택하는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명문 대학인 두 대학교 출신이 임원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어쩌면 신기한 우연이 아닌 공평함의 결과의 가능성을 열어 놔야 한다고 시비를 걸 수도 있겠다. 만약 그렇다면 내 친구의 반응은 자기를 이끌어줄 미래의 선배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쯤 되면 필자인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본인들 역시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힘들다.

2. ‘공평함은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일 뿐이기에 대중이 합의한 ‘공평’이 관점에 따라 공평하지 않을 수 있다.(공평은 글 중간의 ‘공평이란 무엇인가’ 사례 2에서 다루겠다.)

모로 가나 결과는 마음대로

그러나 공직자 청문회 때마다 터져 나오는 상류층의 비리는 우리 모두가 기득권의 횡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나의 주장을 부끄럽게 만든다. 기득권 횡포의 단골 손님인 편법적인 재산 상속(불법인데 법이 안 바뀌니 일단 편법이라 하자), 부유층 자녀들의 부정 입학, 사회 상층부 본인 혹은 자제들의 군 면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기득권 유지 세력은 위의 3 가지 전형과 같이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그르다는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선형적이고 일차원적인 방법을 동원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이 차원 높은 고단수 방법 역시 사용된다.

1.  대중이 선택할 범위를 제한(예를 들어 2개의 정당 후보만을 뽑아야 하는 거대 양당제나 공중파 3사의 지나친 영향력 등)

2. 사전 제약 금지(no prior restraint) 독트린

촘스키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 진보 지식으로 평가 받는 하워드 진(Howard Zinn)은 그의 저서 ‘오만한 제국(Declaration of Independence)’에서 기득권 세력의 유용한 수단, 사전제약 금지(no prior restraint) 독트린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말할 수 있고, 출판할 수 있다. 정부는 당신을 미리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일단 당신이 말하거나 글로 쓴 후에, 정부가 특정 부분에 대해 ‘불법’이라고 결정하거나, 또는 ‘해롭다’거나 심지어 ‘부적절하다’고 규정한다면 당신은 감옥에 갈 수도 있다.(하워드 진, ‘오만한 제국’)

나는 정부가 특정 부분에 대해서 불법이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허위 사실에 의한 선동은 구별 되어야 할 성격의 것이다. 하지만 이 수단이 정부의 전제적인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한다.

종종 개인의 유치하고 불합리한 행동을 수준 높은 거대 집합체, 국가의 행동에서 발견할 때 놀라곤 한다.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을 할 때면 때때로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하나는 애매한 규칙을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의 입맛에 맞춰 정하는 것(화투를 치면 꼭 사람마다 지역마다 다른 희한한 룰이 튀어 나온다)과 다른 하나는 게임 마지막에 벌어지는 규칙 바꾸기다(어린아이들의 세계에선 힘이 센 친구 마음대로 마지막에 룰이 바뀐다).

국제사회에서 행해지는 강대국들이 기득권 유지 방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림픽에서 신체 물리적 조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인 육상과 수영에 부여된 희한한 종류의 수많은 메달 부여는 기득권의 입맛에 맞춰 정한 횡포다.1) 최근 일본이 군사 무장을 꾀하고 내부에서 우익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 또한 동북아시아의 기득권자 일본이 같은 지역에 있는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유치한 규칙 바꾸기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국제 사회 기득권자 미국과 관련된 질문 하나를 던지고자 한다.

“20세기 중반부터 초 강대국을 유지하며 세계 경찰역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이 과연 21세기 언젠가 자신보다 커지는 나라에게 경찰 배지를 자유와 평화아래 넘겨줄까?” (이 질문의 답은 이 글 마지막에 답하겠다.)

이렇게들 알아서들 기나?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위에서 언급한 기득권의 횡포의 수단을 비난하기 어렵게 만드는 애매한 사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첫째는 양당제를 견제하고 소수 정당의 의견을 듣고자 했던 정당한 낮은 기준 때문에 발생했다.  2012년 대선 후보 TV토론회의 가장 큰 쟁점이 어의 없게도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TV토론 자격이 되었다. 5명 이상의 국회의원 정당 후보에게 부여된 자격에 따라 그녀는 정당하게 자격을 얻었지만 토론이 끝난 후 대중의 반응은 아이러니하게도 양당제를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만들었다.2)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통령 토론 자격 기준 변경(2차 토론부터 여론조사10% 이상의 후보에게 자격 부여)에 따르면 이 민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것은 결국 기득권 세력을 견제할 대중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의 폭을 대중 스스로가 좁히고 만 아이러니다. 

두 번째 애매한 상황은 기득권 횡포에 힘을 모아 그들을 도와준 일반 대중에게서 발견된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강의 때마다 이명박 정권의 가치, 특히 4대강 사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몇 년 전 강의에서 그는 그의 EBS 방송 하차와 여러 직책 해고에 대해 언급하면서 아래와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할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문제까지 신경쓸 거라곤 믿지 않는다. 문제는 이렇게들 정권이 바뀌었다고 알아서들 기는 건지 모르겠다.”

재밌는 표현이다. 그리고 생각해 볼 이야기다. 누군가는 그가 말한 ‘알아서들 기는 사람들’ 또한 기득권 세력의 일부라 봐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좁은 경우의 수에 내 논리를 맡기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알아서들 기는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철새 행동이(비록 자유의지 였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 약자임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확인된 바 없는 공공연한 사실을 확인된 사실로 받아 들인 일반 대중이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말을 빌리면  “이해에 얽힌 허위에 대한 열광적 확신”이라 할 수도 있겠다(아담 스미스, ‘국부론’). 그리고 이것은 그들의 자유 의지로 인한 선택(불가항력이라고 믿지 않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이었다는 점에서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떡고물을 기다리겠다는 내 친구의 이야기와는 다른 종류인 ‘기득권 횡포 방관’ 이다.

공평함이란 무엇인가?

이제 복잡하지만 중요한 주제인 ‘공평함’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공평함은 방대한 이야기여서 어쩌면 충분한 사례가 없는 내가 다뤄야 할 사항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루려는 것은 공평함을 이해하는 것이 기득권 횡포를 막기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기득권과 관련된 공평함의 흥미로운 두 가지 케이스(Case)를 다루고자 하는데 이 글이 너무 길다 싶은 독자라면 이 장을 넘어 마지막 결론으로 넘어가도 무방하다.

사례 1: 재산의 상속 vs 재능의 상속

‘재산의 상속’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지만 ‘재능의 상속’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선별적인 교육 프로그램에 다닌 적이 있는 부모, 형제자매, 사촌을 가진 학생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기회를 최적화할지 지도 받을 수 있다. 가족의 친지 중에 최고경영자와 국회의원이 있는 아이라면 대체로 노동자 가족 아이보다 더 정교하고 인상적인 추천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재산과 재능, 이 두 개가 과연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사례 2: 유전자(본성) vs 교육(양육)

공평하고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교육의 평등’이다. ‘교육만큼은 대물림되어선 안된다’는 것은 위에서 먼저 말한 사회적 암묵적 합의이다. 하지만 사회생물학의 명저 ‘본능과 양육'(원제는 양육을 통한 본능(Nature via Nurture)이지만 본능과 양육 전반을 다뤘기 때문에 직선적으로 해석하지 않은 역자의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을 집필한 매트 리들리(Matt Ridley)는 보편적 교육 평등이 이뤄짐에 따라 학교는 본의 아니게 환경 영향의 차이를 최소화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유전자의 역할을 극대화하게 됐음을 주장한다. 다시 말해 사회가 평등하면 할수록 유전율은 높아지고 유전자 즉, 선천적 요소가 중요해지는 역설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매트 리들리, ‘본성과 양육’)

그가 예를 든 다음의 유사 사례는 이 명제 이해에 도움을 준다. 가령 선진국에서는 빈민층일 수록 뚱뚱한 사람이 많은데 이런 현상은 20세기 말 대부분의 선진국 시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나타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만은 음식을 더 많이 살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부유층이 아닌 그렇지 못한 빈곤층에게서 나타난 것이다. 그는 이 현상을 교육과 음식 생계를 비타민 C에 비유하며 설명한다. 비타민 C는 중요하지만 초과하는 비타민 C는 효과가 없다. 다시 말해 초과 음식(또는 초과 교육)이상이 주어진 사회에서는 뚱뚱해지는 선천적인 요소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부유층이 운동에 더 소비를 하기 때문도 있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에서는 공평의 진리 수단처럼 쓰이는 보편적 교육 실시가 다른 사건에(유전자에 의한 결정론) 대한 논쟁을 부를 수 있다.

사례 요약

위 사례를 통해 공평에 대한 다음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공평’이란 일단 ‘동일성’을 벗어나면 객관적으로 결정될 수 없는 개념이다.  ‘공평’이란 ‘필요’와 마찬가지로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달라진다. 양육만을 강조하면 오히려 본능만이 두드러지게 된다. 본능, 유전적인 요소는 인정해야하며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본능을 강조하는 사회를 대중이 사회적으로 합의하라 강요할 수 없다. 본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매트 매들리는 사회 생물학의 입장에서 ‘본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장치’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원주의’를 꼽는다. 다원주의는 본능을 더 강화할 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 역시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다원주의를 근거로 한 정책인 소수 집단 우대(affirmative action)가 대학입시, 취업, 승진에 걸쳐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다. 물론 이 소수 집단 우대 정책은 역차별과 평등권 침해라는 법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정책에 대한 미국내 판결은 아직도 유보 중이다.)국내에서도 이 정책이 농어촌 특별 전형등과 같이 대학 입시에 적용되고 있으나 이 정책으로 선발된 학생들에 대한 학업 능력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정책의 혜택을 어느 선으로 잡을지 역시 어려운 문제이다. 이렇게나 저렇게나 공평을 정의하는 것은 복잡하다.

결론 – 비대칭 정보의 대칭화

이제 기득권에 대한 나의 카드를 보일 차례다. 다행히 희망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전통적인 기득권 유지 세력의 철옹성은 해변의 모래성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보 혁명으로 인해 가능해진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의 대칭화’ 때문이다. 정보의 자유로운 대칭성은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억압(대중의 기득권 + 공평의 난해함)을 해방 시켜줄 뿐 아니라 전통적 비기득권 대중에게 ‘선택할 자유’를 확장한다.

2001년 조지 애컬러프(George Akerlof)는 그가 1970년에 내놓은 논문, 레몬 마켓(The Market for “Lemons”)을 통해 뒤늦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일찍이 시장에서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량 차이(비대칭 정보)에 주목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중고차 시장의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 때문에 좋은 레몬은 모두 사라지고 불량 레몬만이 시장에 남는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레몬은 아마도 정보를 더 많이 소유한 기득권 세력의 전유물이었을 것이다.

1970년 젊은 경제학자였던 조지 애컬러프는 21세기 정보 혁명으로 변화될 레몬 마켓은 예상 못했던 것 같다. 기업 Carfax는 자동차의 사고 및 정비 기록을 자동차 구매자들에게 보여주는 사업을 한다. Carfax가 제공하는 좋은 레포트의 경우, 엔진 오일과 냉각수 교환일자 같이 세세한 항목까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 중고차 매매를 할 경우 Carfax 레포트는 거의 필수에 가깝다. Carfax의 최신 광고를 보면(아래 동영상 확인) 새로워진 레몬 마켓에서 불량 레몬을 소비자가 어떻게 다루는지 잘 보여준다( 이 광고에서 불량 자동차는 12,000에서  6,000달러로 하락한다). 이런 정보 대칭이 결국 공급자를 움직였다. 실제로 미국 최대 자동차 판매 회사 Carmax는 설정 가격(set price)을 실시하고 있으며 찾아오는 고객에게 가격과 관련된 레포트를 제공한다. 이미 고객이 이곳에 방문하기 전, 협상 가능 가격을 알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예는 Priceline이다. Priceline에서는 경매 방식을 통해 소비자가 숙박 시설을 구매한다. 경매라는 방식이 표면적으론 관심을 끌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Priceline이 정보 대칭화의 중계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소유했지만 손해보기 싫은 공급자(고급 호텔의 낮은 숙박율)의 현실에 개입하여 공급자 입장에선 기존 가격 유지와 손실을 매꾸는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의 벽을 허물어 정보 대칭화의 효과를 만들었다.

프라이스라인 애틀란타

최근 여행에서 묵은 3개의 호텔 모두를 Priceline에서 예약했다. 이전 같으면 구매하지 않았을 1박에 $136짜리 애틀란타 Marriot 호텔을 $60에 구매했다. (이미지: Priceline.com)

인터넷의 출현은 웅변술을 가진 랍비나 성직자가 소유하던 교육의 지식들을 일반 대중이 쉽게 소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히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대중이 기득권을 견제하고 심지어 그들을 대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인터넷 웹 블라우저(Web Browser) 상의 보완 수단으로 쓰이는 Active X는 결제 수단의 편리성을 막는 단점 때문에 오래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그것을 고치려는 현실적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트위터(Twitter)에서 드림위즈의 이찬진 사장을 필두로 많은 대중이 이것을 고치기 위해 카드 결제와 관련된 이해 관계자와 관련 정책 입안자(카드회사, 금융 감독원, 국회의원)의 행동을 촉구하였고 실제로 이것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대중이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Active X의 폐지는 아직 현실화 되지 않고 있으나 그것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논쟁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이 기득권 세력과 대중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만든 것이다.

정태영 사장 답변

이찬진 사장의 트윗을 통해 김종훈 국회의원, 금융감독원,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입장을 대중이 알게 되었다. (이들을 기득권 세력이라 칭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전통적 정책 수립 과정과 달리 이 사례가 정책이 수정되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주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정보가 대중에게 개방됨에 따라 개인은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가지고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 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일인 기업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조사 기업 IDC에 의하면 현재 미국 고용 중 30%가 일인 기업(Independent Entrepreneur)라고 한다. 몇몇 프로젝트는 이 비율이 2020년이 되면 미국 인구 중 6천 5백만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다니엘 핑크, ‘To Sell is Human’). 하워드 진이 그의 저서에서 강조한 희생당한 많은 민중의 역사와 미국의 오만(쿠바 침공, 캄보디아 침공, 필리핀 침공 등)은 21세기엔 통하지 않는 이전의 역사의 교훈으로 사라질 지도 모른다.

나는 미국과 달리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비대칭 정보가 많고 그로 인해 기득권 세력이 숨을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새로워진 대칭 레몬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정보의 투명한 공개’이다. 이것은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선택할 자유’를 기득권으로부터 대중에게 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경기 당일까지 선발 투수를 공개 안 한 이전 한국 야구를 기억할 때면 실소가 나오지 않은가.

위 표는 뉴욕타임즈가 2006년 공개한 미국 대학 중복 합격자가 선택한 대학 표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표가 공개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학력 서열 조장이니 학교 서열 강화니 하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자. 정보를 막아서 우리 사회의 학력 서열이 없어졌는지 말이다. 우리 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자주 느낀다. 나는 대한민국 법조인 중 외고 출신이 얼마인지, 서울대학교 출신 중 군대를 가는 비율은 얼마인지, 심지어 반값 등록금 실시 후 서울 시립대의 출석률과 편입학률을 알고 싶다. (이 글을 쓰고 박원순 시장에게 물어봐야겠다. 시행이 얼마 안 돼 정보가 없다면 빠른 시일 내 대중이 알 수 있도록 물어봐야겠다.)

자유사회는 어떤 사람들이 특권적 지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지는 않지만, 자유가 유지되는 한 그러한 특권적 지위가 제도화되지 못하도록 하여 준다. 이러한 특권적 지위는 계속해서 유능하고 야심에 찬 다른 사람들의 공격을 받는다. 자유란 다양성뿐만 아니라 이동성도 의미하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 ‘선택할 자유’)

선택은 많아야 하고 그 선택은 대중이 하는 것이다. 그래야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권력의 이동성이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위에 남겨놓은 한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시간이다.

Q: “20세기 중반부터 초 강대국을 유지하며 세계 경찰역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이 과연 21세기 언젠가 자신보다 커지는 나라에게 경찰 배지를 자유와 평화 아래 넘겨줄까?”

A:  기득권 세력이 저항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그들을 더 불리하게 만들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전통적인 기득권의  개념이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조류, 정보 대칭 때문이다.


[1]육상 종목을 단거리(100m)와 중거리(1,500m), 장거리(마라톤)로만 구분하는 것은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의 중요한 차이를 구분 못하는 무식한 발상이라 말할 테지만 그렇게 따지면 구분 해야 할 종목이 한 두 종목이겠는가? 수영 역시 혼영도 모자라 혼계영, 그리고 최근엔 최단거리(50m)까지 추가가 되었는데 같은 논리라면 양궁의 경우에 성격이 다른 활의 종류와 실내와 실외의 장소 차이, 거리에 따른 종목 역시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육상 47개, 수영은 46개의 금메달인데 왜 양궁은 4개이어야하는가)

[2] 이 자격에 의하면 통합진보당은 양당제 견제 수단의 핵심인 비례대표제 만으로도 TV 토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비례대표 6명, 지역구 7명)

Written by Minki Jo

8월 8, 2013 at 11:53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