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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 Sangah's Inspiration Story

낯설지만 따뜻했던 미국 병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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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2년 가을부터 2013년 여름까지 노스캐롤라이나 더램에서 다닌 산부인과와 소아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어쩌다 보니, 아니, 아기를 낳기 위해 미국에 와서 병원을 자주 다니게 되었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말로만 듣던 살인적인 병원비와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을 걱정 했었는데 병원을 자주 다니면서 정해진 시스템에 의해 잘 care 받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Durham이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가지고 있는 Duke 대학이 있는 도시라 미국 평균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기 때문에 미국 평균 의료 서비스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미국에서의 의료 서비스는 낯설지만 나쁘지 않은 것이었다.

아기를 출산 할 때 나를 전담으로 케어해주었던 Durham Regional Hospital의 친절한 간호사들, 정기 체크업을 갈 때마다 아기를 따뜻하게 돌봐 주시는 할머니 의사 선생님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특히 아기가 태어나던 순간 분만실에 있었던 간호사와 의사들이 진심어린 박수와 환호로 우리 가족을 축하해주었던 그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산모에게 햄버거와 탄산음료를 준다고 해서 걱정했던 미국 병원 식사. 모두 맛있게 잘 먹었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침마다 커피를 주긴 했지만.

미국 병원이 한국과 다른 점 몇 가지.

1. 아기 낳는 것도 예약 받는 미국 산부인과

예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응급한 상황이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상황에서건 예약이 우선이다. 산부인과와 소아과 방문의 공통점은 정기적인 체크업을 받기 때문에 병원 방문 시 다음 방문을 미리 예약하면 된다는 것이다. 신생아의 경우에도 출산 후 퇴원 이튿날부터 산후 일주일, 2주, 4주, 2개월 등 정해진 날짜에 맞춰 미리 예약하고 병원에 방문하면 된다. 아기 성장 상황 체크나 예방 접종도 이 때 다 이루어진다.

아기가 나올 것 같은 진통이 심한 상황에서도 먼저 해야할 일은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에 전화해 진통이 시작되어서 병원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예약을 하고(자연분만임에도 불구하고) 출산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다.(미국은 정기 진찰을 받는 산부인과가 아닌 종합병원처럼 큰 병원에서만 아기를 낳는다.) 아기가 아픈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기가 태어난지 열흘쯤 되었을땐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에 끈적한 눈곱이 심하게 생겼길래 병원 문 열자마자 오전 8시에 전화를 해 예약을 잡았다. 마침 그 날 예약이 비어 있는 시간이 아침 이른 시간인 8시 반이라고 해서 부랴부랴 다녀온 기억이 있다.

예약을 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은 거의 없었고, 정해진 시간에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 때문인지 병원에서 병을 ‘치료’한다기 보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에도 walk-in clinic 이라고 해서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병원이 있다고는 들었다.

2. 진찰실에서 의사를 기다리는 환자

미국에서 임신 중 산부인과에 방문하면 진찰 과정은 대략 이러하다. 예약을 통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병원에 방문해 데스크에서 접수를 한다.(예약 며칠 전에는 예약 확인 전화가 이메일이 온다.) 오늘 예약된 의사의 전담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르면 진찰실로 들어간다. 간호사와 함께 몸무게, 맥박 등을 재고 간단한 문진(오늘 특별한 통증이 있다거나 의사와 상의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등)을 한 후 소변 검사 후 해당 의사의 정해진 진찰실에서 들어가서 의사를 기다린다. 그러면 의사는 자신의 노트북을 들고(노트북을 들고 다니는지 여부는 의사마다 다름) 진찰실에 들어온다. 소아과도 마찬가지다. 담당의사의 간호사가 아기 사이즈를 재고 간단한 문진을 한 후 진찰실로 안내를 하면 의사가 들어오는 식이다.

왜 빈 방에 들어가서 의사를 기다리게 할까? 미국은 땅이 넓어서 병원도 1층 건물을 넓게 쓰고 있는 경우가 많던데, 방이 남아 돌아서 방을 많이 만들어 놓고 활용하는 걸까?

임신 16주 경이던 겨울 방학에 한국에 잠시 방문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의사가 좁은 자신의 방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참 낯설게 느껴졌었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해석일지 모르겠지만 미국 병원에서는 방 주인이 환자이고 의사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같았다면, 한국 병원에서는 권위적인 방 주인 의사에게 ‘을’ 마인드로 진찰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된 기분이었다.

3. 모든 정보는 온라인에서 확인

말 그대로 병원 예약부터 진찰 결과 뿐만 아니라 각종 검사 결과 등은 온라인을 통해 모두 확일 할 수 있으며 병원비 확인과 진료 역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 오늘 무슨 검사를 했고, 그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와 병원비 내역이 어떻게 되는지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으니 참 편하다. 약을 받는 것도 온라인으로 해결된다. 의사가 내가 다니는 약국에 이메일로 처방전을 보내 놓으면 나는 약국에 가서 약사가 준비해 놓은 약을 받아 가는 시스템이다.

Duke MyChart 사이트(www.dukemychart.org)를 통해 병원 예약, 진료 기록, 병원비 확인 등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의료 시스템은 보험이 없을 경우 어마어마하게 비싼 의료비를 지불해야 받을 수 있다. 의료 보험이 의무가 아닌 미국은 가입한 보험에 따라 병원비가 천차만별인데 나의 경우는 병원비의 20%만 납부하면 된다. 내가 모두 내야 하는 금액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금액이 찍힌 병원비 청구서를 받을 때마다 황당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태아 초음파를 두 번 하고 받은 병원비 청구서. 보험이 없을 경우 561불을 내야 한다.

미국 병원이 참 싫었던 순간도 있다. 출산 후 퇴원 이튿 날, 나에게 전화를 해서 병원 서비스에 대해서 얼마나 만족했는지 서베이를 하겠다고 할 때는 정말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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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gah Lee

8월 25, 2013 , 시간: 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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