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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 Sangah's Inspiration Story

책, 내가 찾은 인생의 행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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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가 찾은 인생의 행운(1)과 마찬가지로 책의 나열 순서는 순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7.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 (생물학)

Source: 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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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페이지를 읽은 후 나는 서둘러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대작임을 직감한 것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쇼파에 누워 편하게 읽는 것보다 공부하듯이 읽어야 저자의 생각을 조금은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나는 예외를 두지 않는 이런식의 논리와 그러한 저자들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이런 논리를 뒷받침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읽기 전부터 엄청난 양의 주석에 압도 되는데 이 주석들은 1976년 이 책이 출간된 이후부터 논란을 일으켰던 책 속의 각각의 주장들과 그것들과 관련된 학계의 비판에 대한 저자의 반박으로 구성되어 있어 30년 동안의 연구 흐름을 저자와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맛볼 수 있다. (주석에서 도킨슨은 첫 번째 판의 주장들에 비해 약간 유순한 입장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그의 원판 주장이 맞다는 것으로 맺음된다.)

인간과 동물의 이타적인 행동들 역시 결국은 ‘이타적인 가면을 쓴 이기적인 행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수 많은 실험과 예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대부분 이런 예들은 차용된 지식이 아닌 리처드 도킨스 실험실에서 직접 시뮬레이션한 결과들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인간의 이타적 이기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근친도(감수 분열은 아래 세대에 정확히 1/2의 유전자를 전달한다. 즉, 할아버지 유전자는 나에게 정확히 1/4이 있다)의 개념을 사용하여 “왜 외삼촌이 삼촌보다 조카를 더 사랑하는가”를  설명하는데 그 예와 근거가 상당히 신선하며 자극적이다.(외삼촌은 내가 엄마-외삼촌의 유전자를 가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을 삼촌-삼촌의 유전자를 가진 아빠-이 내가 아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보다 더 확신하기 때문)

마지막으로 도킨슨은 생각을 전파하려는 유전자를 ‘문화적 유전자 밈(meme)’이라 정의하고 동물들과 다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이기적인 특이성을 설명한다. 도킨스에 의하면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생물학적 유전자와 같이 나의 생각의 유전자를 전파하기 위한 이기적인 활동일 뿐이다.

8. 혁신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경영학)

혁신 기업의 딜레마

Source: yes24.com

“이 책은 무시무시하다.” 인텔의 창업자 엔디 그로브(Andy Grove)가 이 책을 두고 한 이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다.(그는 무시무시한 이 책을 덮자마자 책의 저자인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인텔의 자문 교수가 되어주길 요청했다고 한다)

월마트(Walmart)에서 운영하고있는 창고형 할인 매장인  Sam’s club이 동네에 있어 자주 가는 편인데 그곳에서는 가전 제품과 식료품 뿐 아니라 심지어 청바지와 같은 의복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음식을 사러 오는 고객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판매되는 의복류가 궁금해 청바지를 살펴 보니 유명 상표가 아니라 그런지 일반 쇼핑몰의 그것들보다 고급스러움은 떨어지지만 한 벌에 $14.99 라는 싼 가격뿐 아니라 양질의 옷감을 가지고 있어 평상복으로 입기엔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다. 만약 지금이 1965년이라면 오직 백화점에서만 구매 가능했던 양질의 청바지를 현재는 더욱 쉽고 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의 나의 경험은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예다. 파괴적 혁신이란 기술의 진보 속도가 시장(소비자)의 진보 속도보다 빠른 현대 기술 산업의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사실을 간과한 기업들은 이미 기술의 진보에 만족한 소비자와는 상관 없이 더 이상 필요치 않는 수준의 기술 발전을 달성 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며 불필요한 경쟁을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소비자 스스로는 본인이 이미 만족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은 계속해서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 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기존에 외면 받던 뒤떨어진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불필요한 혁신(존속적 혁신)에 집중하고 있는 기존의 선도기업을 파괴하는 현상을 발견한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유전학에서의 초파리 연구와 같이 세대교체가 가장 빨리 이루어지는 분야인 디스크 드라이브 산업을 철저하게 분석하였으며 왜 위대한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놓칠 수 밖에 없는지를 자원 분배, 유통, 조직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 책은 파괴적 혁신에 대한 이론과 현상 파악에만 그치지 않고 기존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해결책도 제시한다. 특히 마지막 장에선 앞서 그가 제시한 해결책들을 파괴적 혁신 모델 중 하나인 전기차 시장에 직접 적용하는 과감함을 선보이는데 실제로 1997년에 출판된 이 책에 포함된 대부분의 전략들이 현재 전기차 시장에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9. 꿈의 해석(The Interpretation of Dreams), 지그문트 프로이트(정신 분석학)

Source: 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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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방에 혼자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리곤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에  옷걸이에 걸어둔 옷을 하나씩 입기 시작했다. 갑자기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옷걸이에 걸려 있었던 중절모가 보이지 않는다. 빨리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일단 모자를 계속 찾는데 시간을 소비한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무의식이 내 의지에 반하여 내가 좀 더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정신과 의사로서 수 많은 꿈 상담을 통해 꿈은 ‘소망 충족을 하려는 무의식의 행동’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꿈 속에서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건다면 그것은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소망의 기저에는 성(性)에 대한 욕망과 기억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찬 음침한 영역이 자리 잡고 있다. 그에 의하면 위의 꿈에 나타난 옷걸이도 성기와 관련지어 해석될 것이고 평생 한 번도 써본적 없는 중절모는 어릴적 본 중절모를 쓴 신사에 대한 나의 동경을 나타낸다.

소망 충족이라면 항상 행복한 꿈만 꾸어야하지만 아프거나 무서운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소망 충족을 왜곡’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예를 들어 형벌을 받고 있는 꿈을 꾼다면 그것은 현재 억압 속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본인을 무의식이 혼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꿈을 만드는 소재에 대한 언급에서 그는 “본인이 현재라고 생각하는 미래는 꺼지지 않는 소망에 의해서 저 과거와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아마도 사람들이 데자뷰(deja vu)라고 부르는,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본 적이 있는 모습에 대한 그의 설명으로 보인다.(데자뷰란 표현은 이 책에서 언급 되지 않는다.)

책에서 언급되는 그의 꿈에 대한 해석은 지나칠 정도로 성과 관련된 소망 충족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나의 무의식과 대화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조차 무의식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10.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수필)

Source: 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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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하고 본받으려 한다해도 내가 쓸 수 없는 문체와 내용을 가진  책이 있다. 그것은 장영희 교수님이나 이어령 교수님이 쓴 글처럼 문장 하나하나에 아름다움이 깃든 글들이다. 장영희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알기 전 그녀의 신문 칼럼 ‘장영희의 영미 시 산책’을 통해서였다. 크리스티나 로제티(Christina Rossetti)의 시, ‘무엇이 무거울까?(What a heavy?)’가 너무 아름다워 신문에서 오려 내 책상 왼편에 붙여 놨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장영희 교수님의 시 소개였다.

이 책은 힐링이란 단어가 유행하기 전인 나의 대학교 시절부터 내가 힘들 때마다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책이다. 장애인인 저자는 스스로 남들보다 욕심꾸러기이고 이기적이라 말하지만 누구보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능력이 있다. 이 책 속에는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한 그녀의 공부와 삶을 통해 그녀가 독자에게 말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법’이 들어 있다. 책을 보는 내내 시종일관 온화하면서 지적인 그녀의 필체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녀가 서강대학교 신입생 면접을 보면서 한 학생에게 “문학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는가?”라 묻자 그 학생은 “문학하는 사람은 이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 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는 대답이 왔다고 한다. 그녀의 병세가 심해졌을 때 쓴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서 그녀는 그녀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있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덤이 아니라, 없어도 좋으나 있으니 더 좋은 덤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 학생과 장영희 교수님의 말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세상이 아름답다고 믿는, 있어서 좋은 덤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11.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마이클 센델(법)

Source: 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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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the right thing to do? 하버드 대학의 유명 강좌 중 하나인 ‘Justice’ 수업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한 후 학생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가 살면서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지를 선택해야 할 때, 대부분의 경우 무엇이 옳은 답인가를 알기란 어렵지 않다(다만 선택이 어려울 뿐). 하지만 샌델 교수가 설정하는 다양한 철학들에 기반한 시나리오들은 무엇이 옳은가를 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몇년 전 EBS에서 그의 강의를 방송했었는데 강의 속에서 다룬 예의 다수가 이 책에 포함되어 있다.(Justice 온라인 강의)  책에서는 크게 3가지 철학적 관점(공리 주의, 자유 주의, 목적론)에서 무엇이 올바른 정의인지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공동체주의 정의에 대한 그의 소신을 밝힌다. (책의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의 글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참조)

12. 파우스트 (Faust),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희곡) 

Source: 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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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잔을 목에 넘기며 지글지글하게 익어 가는 닭갈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닭갈비를 직접 먹는만큼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재미있는 시리즈의 소설을 한 권 보는 동안 책장에 꽂혀 있는 나머지 아홉 권을 바라보는 느낌과 같다. 이렇게 행복한 느낌을 오래 유지하고픈 소망 때문인지 나는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책은 500여 페이지의 희곡이지만 하늘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종교적 이야기, 현실의 지고지순한 여인 그레첸과의 멜로 드라마, 그리스 역사의 한 장면 속(트로이 성을 공격하는 아가멤논왕)으로 들어가는 역사 이야기, 그리스 신화 시대의 인물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헬레나, 이카루스) 환타지 등 책 열 권에 담아도 모자랄만한 거대하고 웅장한 대서사시다.

파우스트는 희곡이기 때문에 처음 읽었을 때는 연극 대본을 읽는 느낌이 들어 소설처럼 몰입해 읽기가 어렵지만 어디로 전개될지 예상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극 전개가 그러한 어색함을 금세 잊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와 내기한 파우스트 박사가 결국 그 유명한 대사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란 말을 하게 되어 비극으로 끝나는 듯 하지만 그레첸의 사랑에 의해 그는 구원을 받으며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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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이런 블로거가 되지 말자고 정한 몇가지 원칙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책 소개에 관한 것이었다. 책 소개는 저자 소개와 줄거리 요약에만 치우치기 쉬어 내 블로그가 책과 저자에 대한 단순한 홍보처 및 정보 제공처로 머물게 될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나 역시 수 많은 정보들을 다양한 블로그를 통해 얻어 왔지만 내가 기억하는 블로거는 손에 꼽는다는 사실이 이런 생각을 더 지지하게 했던 것 같다. 이런 우려를 보완하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12권의 책들은 가급적 책을 요약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내가 책을 읽을 당시에 느꼈던 주관적 관점을 최대한 많이 공유하려 노력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며 쓴 글, ‘블로그를 해야하는 4가지 이유‘에서 나는 블로그를 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나와 같은 생각 또는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학창 시절, 지하철에서 ‘엘러건트 유니버스(Elegant Universe)’를 읽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곤 무심코 말을 걸어 서로 내릴 때까지 그 내용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 둘 모두를 흥분시켜 생전 처음 본 사람과의 벽을 쉽게 허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책’이라는 매개체가 만들었던 특별한 동질감이 그것을 가능하게한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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